[AP신문 = 박수연 기자]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관련해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추세에 뒤처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허용을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유석 회장은 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전망하며, 이같이 밝혔다.
서 회장은 미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서는 가상자산 ETF 상품이 상장돼 활발히 거래 중이라며, 특히 지난해 출시 이후 운용자산 규모가 급성장한 비트코인 ETF를 짚었다.
실제, 12월 16일 기준 미국 비트코인 ETF의 AUM은 1290억달러로, 금 ETF(1240억달러)를 추월했다. 뿐만 아니라, 이달 8일 기준으로 미국 ETF 시장에서 최근 1년간 순유입액 상위 5개 자리를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가 모두 차지했다.
반면, 국내는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가 여전히 불가한 상황으로, 금융위원회는 시스템 안정과 투자자 보호장치 등을 완비 후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한다는 보수적 입장이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대신 거래 가능한 미국 비트코인 테마주 및 선물 ETF에 대규모 투자 중이다. 금융정보분석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장 일평균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6조원으로, 이용자 수 또한 21% 늘어난 778만명에 달한다.
서유석 회장은 "가상자산은 주식, 채권, 원자재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분산투자에 적합한 자산"이라고 평가하며, "가상자산 선물 ETF의 경우, 현물 ETF 대비 가상자산 가격의 정확한 추종이 어렵고 선물 만기 시 이월비용(Roll-over cost) 등이 발생해 수수료율이 높아 효율적인 투자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ETF 제도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 회장은 이 같은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포함한 자본시장 혁신 및 인프라 개선 지원 등 금투협과 업계가 지속 성장을 위해 추진해 나가야 할 5대 과제도 제시했다.
서 회장은 급변하는 투자 지형에 발맞춰 금융투자업계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하며, 우선적으로 2분기 내 공모펀드가 런칭할 수 있도록 협회의 업무역량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지난해 11월 공모 펀드 상장거래를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함에 따라 펀드 투자 패러다임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며, "공모 펀드 또한 낮은 비용으로 손쉽게 매매하게 된다면 기존 판매자 중심의 시장에서 투자자 중심의 직접투자 시장으로 급속히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또 서 회장은 오는 3월 4일 출범하는 대체거래소와 관련해 "복수 시장에서 원활한 주식거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 사항을 점검하고, 거래 상품을 다양화해 경쟁을 통한 자본시장 인프라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3월 전면 재개하는 공매도 거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토큰 증권 제도화 지원도 약속했다.
이와 함께, 서 회장은 자본시장 밸류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5대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서 회장은 "정부 주도로 시행된 '밸류업' 정책은 단순한 주가 부양을 넘어,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은 물론 국민자산 증대를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종합전략"이라며, "비록 여러 불확실성 요소로 인해 올해도 쉽지 않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 밸류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 밸류업을 국가적 아젠다이자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여러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주주환원 촉진을 위한 배당 세제 합리화 등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과제를 꾸준히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운용사가 주주적 인게이지먼트를 책임감 있게 행사하고, 증권사는 리서치커버리지 확대, DCM·ECM 시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부문에서 밸류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본시장 밸류업의 또 하나의 핵심으로 안정적인 자금 공급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 문화 조성을 꼽으며, ISA 가입 대상을 미성년자로 확대하는 주니어 ISA 도입에도 힘쓰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사적 연금의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회장은 "사적연금이 낮은 수익률 등으로 안정적인 노후 소득 보장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의 90%에 육박하는 비중이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안정적인 운용과 수익률 제고를 통해 사적연금 시장을 단단하게 육성함으로써, 국민 노후의 안전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디딤펀드가 사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상품라인업 추가 및 판매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퇴직연금 도입 20주년을 맞이한 만큼 IPS를 활성화하고, 디폴트옵션 효율성 및 활용도 제고 등 퇴직연금 고도화에 힘쓰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또 증권사가 모험자본 자금중개자로서 더욱 활발히기능할 수 있도록 종투사 및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개선 등 IB업무 역량강화를 지원하고, 벤처기업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환원될 수 있도록 민간 투자 기구인 BDC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함께 내놨다.
서 회장은 금융투자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모멘텀 발굴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TOP 티어급 증권사가 출현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 확대에 제한적인 요소를 개선하고, 중소형 증권사의 특화 전략 지원, 운용사의 판매 채널 다양화 등 금융투자업계의 고른 발전 기반 마련에도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사모펀드가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고 자본시장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수탁 및 판매 환경 개선, 각종 불합리한 규제의 합리화 등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투자자 보호 및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투자자 신뢰 상실은 업계 존립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불완전 판매로 인한 투자자 불신을 회복하기 위해, 금융투자회사의 책무구조도 도입과 안착에 힘쓰겠다는 설명이다.
서 회장은 "회원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지원하고, 보다 실질적인 자율규제를 통한 금융투자회사의 규제 준수를 지원하겠다"고 역설했다.
서유석 회장은 "올바른 정책과 시장참여자들의 노력에 따라 자본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힘겨운 시기를 극복하고 ‘자본시장의 봄’을 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AP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