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유정 작가] 많은 화가들이 식물을 사랑해왔다. 자연은 자연히 캔버스와 종이에 담겨져 왔는데, 때론 연구와 기록용으로 그려지던 것이 아트와 접목되어 예술의 분야로 자리잡았다. 보태니컬아트가 그 종류다.
몇 년전일까, 처음 보태니컬아트라는 것을 접했을 땐 단순히 세밀화구나 싶었는데 얼마전 전시에선 감탄하고 돌아왔다. 몇몇 작업들은 여백의 여운이 제대로 밀집되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은 회화로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발전과 변화, 융합을 재밌게 하고 있구나 싶어 즐겁게 감상했다.
특히 대상을 받은 원효주 작가의 바나나는 구석구석 이질적이면서도 보이는 데가 시원하여 한 참 바라보았다.
바나나라는 소재가 생소한 까닭도 있겠지만, 저 무거운 열매의 배경으로 쓰인 잎들의 겹침, 그 뒤에 잎과 잎 사이에 나 있는 비정형의 하얀 공간이 이질적으로 보인 이유가 컸던 것일게다. 그 작고 큰 공간의 모양들에서 분명 무언가 이야기가 더 있는데 하며 궁금해했다.
뒤돌아서며 생각해보니 꼭 편안한 시야가 아니더라도, 허전하거나 눈 둔 곳을 불편하게 만들어 갖게 하는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나를 그 앞에 서 있게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늘 편안한 시야만을 최우선으로 두며 구상했던 내 작업들 또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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