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급락이 투자자들을 놀라게 만들었지만 더 깊은 하락의 전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주 초 시장의 급락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kSeek·深度求索)의 충격적인 데뷔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었다.
딥시크는 증시 강세론의 핵심 논리 일부를 흔들었다.
딥시크의 서비스가 훨씬 적은 비용으로 오픈AI의 챗GPT와 맞먹는 성능을 갖췄다는 소식에 27일 AI 관련주에서 과도한 투매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는 하루만에 시총이 약 6000억달러(약 867조7000억원)나 증발했다.
주요 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9.15% 폭락했다. 지난해 9월 3일 7.75% 급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필라델피아지수가 마지막으로 9% 넘게 폭락했던 시점은 2020년 3월 18일이다. 이날 충격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었던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엔비디아는 이날 주가가 17% 폭락하며 하루만에 시총 3위로 밀려났다. 이날 하루 시총 감소분은 미 증시 역사상 최대다.
브로드컴도 17.40% 폭락하며 시총이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마벨테크놀로지도 19.10%,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1.71% 미끄러졌다. 오라클도 14% 굴러떨어졌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태가 증시의 추가 하락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피터 오펜하이머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가 이끄는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팀은 29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번 조정에 대해 "지속적인 약세장의 시작이 아니라 단기 조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루만에 시총 1조달러(약 1444조원)가 증발하자 투자자들은 시장이 약세 국면으로 접어든 건 아닌가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약세장이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기업의 이익이 하락할 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딥시크가 AI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긴 했으나 강력한 거시경제의 흐름까지 뒤흔들지는 못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도래할 가능성을 15%로 보고 있다. 또 올해 인플레이션 완화로 점진적인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증시 급락이 약세장의 신호라기보다 미국 주요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이 ‘완벽한 가격’ 수준에 도달했음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다시 말해, 주가가 너무 높은 수준까지 올라 작은 실망감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 상위 7개 초대형 기술주가 S&P500지수 기업 가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이 시장의 변동성을 더 키운 것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런 요인들이 강한 펀더멘털의 부산물일 뿐 과도한 투기의 결과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기술산업의 시장 영향력이 커진 것은 다른 산업에 비해 기술 기업의 이익성장이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 시장에 거품은 없다는 뜻이다.
27일 증시 폭락 이후 투자자들은 미 기술주가 매력적이라는 인식으로 다시 돌아섰다.
게다가 딥시크의 혁신적인 AI 모델이 오히려 기술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S&P500지수는 28일 일시적으로 급등했지만 이후 혼조세를 보였다.
물론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도 있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27일 증시 폭락이 더 깊은 조정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8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며 "투자자들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시작된 것으로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시장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발언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 기술주를 포기하지 말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채권 비중을 늘리고 S&P500의 동일 가중 지수를 활용하며 기술주 말고도 글로벌 성장주에 투자하라고 추천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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