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2025년, 을사년의 시작과 함께 뱀의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뱀은 신비롭고 복합적인 상징성을 지닌 존재로, 예술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해 왔다. 뱀은 고대 신화에서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한 해석과 표현을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초자연적인 세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주제로 활용되었다.
동양의 문화권에서 뱀은 지혜와 생명력을 상징하며, 종종 용과 연결되기도 한다. 용은 하늘을 나는 신령한 존재로, 뱀의 형태를 바탕으로 한 변형으로 여겨지곤 한다. 특히 중국의 고대 도자기와 병풍화에서는 뱀이 용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묘사하거나 뱀이 자연의 생명력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한국의 민속화에서도 뱀은 수호신적인 존재로 묘사되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하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서양 미술에서는 뱀이 에덴동산의 이야기를 통해 유혹과 죄의 상징으로 주로 묘사된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프레스코화에서 뱀은 인간의 순수함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하며, 고딕 예술에서는 종종 선악의 경계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활용되었다. 르네상스 시기의 화가들은 이러한 뱀의 이미지를 인간의 내면과 욕망을 탐구하는 소재로 심화시켰다. 한편, 20세기 초현실주의 작가들, 특히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예술가들은 뱀의 유동적인 형태를 활용하여 꿈과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도구로 삼았다.
현대 미술에서 뱀은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의 여성 화가 천경자(1924-2015)는 뱀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대표작 ‘생태’(1951)는 35마리의 뱀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통해 고통과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뱀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며,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이 되어 왔다.
2025년, 뱀의 해를 맞아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다시금 떠올려야 할 것은 뱀이 가진 이중성의 매력이다. 뱀은 단순히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과 죽음, 변화와 재생, 지혜와 미스터리를 아우르는 다층적인 존재이다. 비록 내 작품에서 뱀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변화와 재생, 지혜를 상징하는 뱀의 의미는 창작에 영감을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뱀의 해인 올해, 예술이 전하는 메시지가 각자의 삶 속에 새로운 통찰과 사색의 기회를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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