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최근 손글씨를 쓰면서 문장을 음미하는 필사(筆寫) 책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헌법 필사'가 베스트셀러 22위에 올랐고,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작년 베스트셀러 10위 이내에 단골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필사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소설과 시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사집이 출간되며 손글씨를 쓰는 문화가 식지 않고 있다.
문학동네가 지난달 펴낸 '한강 스페셜 에디션' 구성품에 필사집이 포함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에디션은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 사슴'과 필사 노트까지 총 네 권으로 구성됐다.
필사 노트는 에디션을 구성하는 세 작품에 등장하는 문장들을 하나씩 제시하고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책이다.
출판사는 "소설의 문장을 따라 쓰며 작품을 찬찬히 음미하는 시간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스페셜 에디션에 필사 노트를 포함한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출간된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창비)는 100개의 시구를 그리움, 사랑, 휴식, 위로 등 감정별로 분류해 10부로 구성했다.
책에 수록된 구절들은 '창비시선' 500번째 책 출간을 맞아 시인들이 엄선했다. 신경림,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이병률 등 시인 60명의 시가 실렸다.
필사집 성격상 적당한 분량을 유지하기 위해 시 전체 또는 일부 시구가 수록됐다.
아울러 부록 '나의 문장 써보기'에서는 첫 문장만 제시하고 나머지 부분은 독자가 직접 써서 완성할 수 있게 했다.
창비시선 편집부는 책머리에 "중요한 이야기는 글로 잘 표현하기 힘들 때가 많다"며 "그런 고민을 하다가 문득 시를 따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는 함축과 은유를 바탕으로 한 간결한 표현이 특징이고, 리듬감을 고려하며 쓰였다"며 "따라 써보니 새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고 덧붙였다.
나태주 시인 등단 55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출간된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열림원) 역시 필사집으로 꾸몄다.
그의 시 88편을 위로, 사랑, 행복, 희망 4개 키워드로 각각 22편씩 나눠 싣고, 필사할 수 있는 빈 지면을 나란히 배치했다. 책 말미에는 시인이 적은 짤막한 산문도 실려 있다.
필사집의 성격에 맞게 책의 가운데 부분까지 완전히 펼쳐질 수 있도록 한 '누드 제본'으로 제작됐다.
나 시인은 "글을 베끼다 보면 그 글이 나의 마음 안으로 들어와 안기는 것을 느끼는데, 이것은 신비로운 경험"이라며 "나태주의 시집을 떠나 시집을 베끼는 독자분의 시집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강 스페셜 에디션 = 총 1천100쪽.
▲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 = 256쪽.
▲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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