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검은 수녀들' 리뷰: 이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14분 내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송혜교의 새로운 얼굴"
일단 담배 한 대 피우고.
잠시 숨을 거른 후, 담담하게 악령을 향해 걸어가 성수를 들이붓는다. 거침이 없다. 세상에 이런 수녀가 있을까.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12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구마 사제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지체하다간 부마자가 희생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유니아'는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기로 결심, 소년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이어 '유니아' 수녀는 '희준'을 병원에서 빼내기 위해 담당 의사인 '바오로' 신부(이진욱)와 그의 제자 '마카엘라' 수녀(전여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바오로' 신부는 '구마'를 부정한다. '희준'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오직 의학이라고 주장한다.
'마카엘라'는 물불 안 가리는 '유니아'에게 반발심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새 동질감이 느껴지는 '희준'을 위해 힘을 보태기로 한다. 그리고 두 수녀의 위험한 의식이 시작된다.
영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5년 개봉해 544만 명을 동원한 강동원-김윤석 주연 영화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다.
기존에 봤던 국내외 오컬트물과는 확실히 다르다. 살 떨리는 공포 대신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펼쳐내는 드라마에 힘이 실려 있다.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유니아', 의심과 호기심을 품고 이를 따르는 '마카엘라', 구마를 반대하는 신부 '바오로'가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한 과정과 연대를 통해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이 눈부시다. '더 글로리' 이후 장르물에 재미를 느낀 송혜교는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얼굴을 위해 누구보다 힘을 쏟았다.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제법 찰진 욕설에 진짜 흡연까지 선보인다. 연기를 시작한 지 28년이 된 현시점, 가장 다채로운 모습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음 장면에선 또 어떤 대사를 내뱉을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송혜교의 변신에 계속해서 기대감을 품게 된다.
전여빈은 이런 송혜교 옆에서 특유의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마카엘라'에 빙의, 두 수녀의 드라마에 '흥미'를 더한다. 악령에 사로잡힌 '희준'을 연기한 문우진의 압도적인 열연도 감탄을 자아낸다.
여기에 '검은 수녀들'은 무속신앙, 타로 카드 등 기존 구마 소재에 신선한 설정을 더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K오컬트만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한다. 그리고 극 말미, 강동원 등장해 끝내기 홈런을 친다.
그러나 드라마에 지나치게 힘을 쏟아서일까. '오컬트' 특유의 섬뜩함이나 쫄깃한 긴장감은 덜하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떠오를 것 같은, '엑소시스트'에서 악령이 뒤집혀져 계단을 내려오는 그런 명장면 하나쯤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한 런닝타임이 부족했던 탓인지 극 중 '바오로' 신부의 서사가 통으로 날아간 듯 사라져 설득력이 떨어진다.
24일 개봉.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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