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건너 도달한 노래, 김소월 시를 뮤지컬로…‘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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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건너 도달한 노래, 김소월 시를 뮤지컬로…‘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독서신문 2025-01-21 09:00:00 신고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첫 공연 단체사진. [사진=극단 스튜디오반 인스타그램]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첫 공연 단체사진 [사진=극단 스튜디오반 인스타그램]

시는 그 울림을 간직한 채 시공간을 가로지른다. 때로는 현실의 삶과 조응하면서 울림의 진폭이 무한정 확대되기도 한다. 예컨대 김소월의 시는 100년을 건너 현재를 사는 우리의 마음에도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김정식이라는 본명보다 ‘하얀 달’이라는 뜻의 아호 ‘소월(素月)’로 널리 알려진 민족시인. 그의 죽음 일 년 뒤 1935년 경성이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의 시대적 배경이다.

당시 3·1운동 이후 강압적인 통치 방식으로는 조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일본은 우리의 말과 글을 억압하는 문화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신문을 검열해 언론을 통제했고, 우리의 말과 글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탄압했다. 이런 일제의 문화통치하에서 신문을 발간하는 ‘먼데이경성’의 청춘 기자들. 경성 최고의 재즈바 ‘모던시티’를 기지로 삼아 언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애쓰지만, 계속해서 자신들의 기사에 빨간 줄이 죽죽 그어지는 사태에 좌절한다. 어떻게 하면 일제의 감시를 피해 민족 정서를 고취시킬까 궁리하는데….

한편, 경성 곳곳에 김소월의 시를 붙이고 다니는 ‘하얀 달’의 정체를 찾기 위해 일본 경찰들은 혈안이 되어 있다. 조선인들이 그의 시를 읽고 동요할까, 단결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청년 기자들은 해답을 찾은 것 같다. 신문 1면에 일본인들은 잘 알아채지 못하게끔 우리의 정서를 노래하는 시를 싣는 것. 그것이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는 방법이리라.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포스터 [사진=극단 스튜디오반]

김소월의 시로 노래한 청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

무거운 시대적 상황이 배경이지만 극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인 청년들의 꿈과 열정, 풋풋한 사랑도 등장한다. 뮤지컬 넘버를 작업한 이율구 음악감독은 너무 처절한 감정을 반복적으로 깊이 가져가서 관객들이 피곤함을 느끼지 않도록 곡들을 비교적 가볍게 각색했다. 웅장하고 긴장감 넘치는 넘버부터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넘버까지, 김소월의 시를 모태로 하면서도 인물들의 서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곡들의 향연이다.

이를테면 ‘산에는 꽃 피네/꽃이 피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피네’로 시작하는 김소월의 시 「산유화」는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순환을 노래하며 우리로 하여금 생의 유한함과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이 시를 각색한 넘버는 극중 독립운동을 하다 친구를 잃은 인물 정익의 슬픔과 공명한다. 극의 후반부 대미를 장식하는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과 「진달래꽃」을 통해서는 죽음을 각오한 독립운동가들의 비장한 정서가 배우들의 온몸을 통과해 관객들에게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쇼케이스 현장 [사진=극단 스튜디오반]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쇼케이스 현장 [사진=극단 스튜디오반]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의문형 문장을 품고 막을 올린 뮤지컬은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들에게 어떤 확신을 심어준다.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된다는. 100년 전 쓰인 김소월의 시는 노래가 되어 우리에게 기어코 도달했기 때문이다. 무사히 도달하지 못했을 수 있었다. 우리의 언어와 문화가 모두 말살될 위험이 가득했던 시대였다. 배우들이 열연한 우리 선조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오늘날 우리의 말로 쓰인 김소월의 시를 노래로 들으며 감동할 수 있다. 그들은 문화의 힘을 알았고, 믿었고, 그래서 지켜냈다. 언어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무엇이지만, 그 ‘작은 글자들’의 힘으로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시가 없었다면, 우리의 말과 글이, 문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서로 공감하고 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과 글은 총과 칼보다 강하다. 그 힘으로 우리는 내일을 노래할 것이다. 또다시. 공연은 오는 26일까지.

[독서신문 이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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