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미키 17’ 푸티지 상영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과 주연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에 대해 “흔히 우리가 말하는 SF 영화지만 동시에 인간 냄새가 가득한 영화다. 미키라는 평범하고 힘없고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 냄새 물씬 나는 새로운 느낌의 SF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주인공 직업 자체가 반복적으로 죽는 거다.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라며 “복제 인간과는 상당히 다르다. 프린터에서 서류 뽑듯 인간이 출력된다. 원작 핵심 콘셉트도 휴먼 프린팅”이라며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다. 극한의 처지에 있는 노동자 계층이다 보니 계급 문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다만 거창하게 계급 간 투쟁을 다루거나 정치적 깃발을 들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원작과의 차별점도 짚었다. 봉 감독은 “죽는 횟수를 늘렸다. 7번은 충분하지 않아서 17번으로 했다. 더 많은, 다양한 죽음과 출장을 통해서 노동자 느낌을 더 표현하고 싶었다. 시점도 당겼다. 근미래”라며 “현실감이 있고 피부에 와닿는 SF다. 그래서 인간 냄새 나는 SF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봉 감독은 또 주인공 미키에 패틴슨을 캐스팅한 이유를 묻는 말에 “‘배트맨’ 같은 작품도 있지만, 미국 인디 영화에서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그때부터 꾸준히 관심이 있었다”며 “미키는 사실상 1인 2역이다. 멍청하고 불쌍한 17부터 예측 불가능하고 기괴한 카리스마, 광기를 뿜어내는 18도 연기해야 했다. 처음부터 패틴슨을 생각했고 캐스팅 과정은 순조로웠다”고 회상했다.
이에 패틴슨은 “이러한 캐릭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이런 거대한 규모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거대한 스케일에서도 계속 유머를 보여준다. 이런 SF 영화는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극본 자체가 정말 재밌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심플하게 느껴졌는데 그 안에는 또 복잡했다. 인간적인 면모가 녹아있다”며 “캐릭터도 자신감이 없지만 자기 연민은 없다. 쉽게 볼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지점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패틴슨은 봉 감독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도 드러냈다. 그는 “봉 감독은 전 세계에서 네다섯 분밖에 없는 레벨의 감독이다. 모든 배우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감독”이라며 “아우라가 있고 굉장히 체계적이고 자신감이 있다. 그걸 또 실행한다. 필요한 부분만 촬영해서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었다. 일주일 지나고 ‘이 현장 최고’란 말이 절로 나왔다”고 치켜세웠다.
계속되는 패틴슨의 칭찬에 쑥스러워하던 봉 감독은 “개인적으로 무척 좋은 배우와 함께해서 즐거웠던 작품이었다. 특히 패틴슨의 1인 2역 연기가 그랬다. 보시는 여러분도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다”며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월 28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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