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장기화된 부동산 위기, 지방정부 부채,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골몰하는 가운데, 2024년 국내총생산(GDP) 발표 시기가 다가왔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연간 성장 목표는 약 5%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항상 그렇듯이 우리는 바람과 비를 맞으며 성장하고,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더욱 강해진다"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체로 동의한다.
세계은행은 차입 비용 감소와 수출 증가로 인해 중국이 연간 4.9%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5000억 달러(약 728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내년 성장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트럼프의 관세뿐만은 아니다.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가 낮고, 중국이 성장 촉진을 위해 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위안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다.
시진핑이 마주한 과제가 트럼프 관세만의 문제가 아닌 3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관세, 이미 중국 수출에 타격 주고 있어
2025년 중국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성장의 주요 원동력 중 하나였던 수출이 이제는 위태로운 상태다.
중국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조업에 의존했다. 즉, 전기차, 3D 프린터, 산업용 로봇을 기록적인 규모로 수출한 것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은 중국이 너무 많은 상품을 생산한다고 비난했고, 자국 일자리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수출기업들이 이제 다른 국가들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국가들은 신흥 시장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장은 북미나 유럽보다 수요가 약하다.
이는 사업 확장을 희망하는 중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시진핑은 2035년까지 중국을 값싼 상품을 만드는 세계의 공장에서 첨단기술 강국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하지만, 관세 인상 앞에서 제조업이 어떻게 성장 동력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2. 충분하지 않은 소비
중국의 가계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 시장에 투자된다. 위기가 다가오기 전 중국의 부동산은 국가 경제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건설업자와 개발업자부터 시멘트 생산자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용을 창출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했다. 금융 시장 감시 기관인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개혁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공실 상태인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이 너무 많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은 계속 하락 중이다.
부동산 시장은 올해 바닥을 치고 회복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월가 초대형 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번 침체가 중국의 경제 성장에 "수년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2024년 4분기 가계 소비가 중국의 경제 활동에 기여한 비율은 29%였다. 팬데믹 이전의 59%에서 많이 감소한 수치다.
이는 중국 정부가 수출을 늘린 이유기도 하다. 신차, 사치품,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국내 소비 부진을 상쇄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심지어 소비재 보상 판매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사용하던 세탁기,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등을 교체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더 근본적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소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가용 자금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중화권·북아시아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솽 당은 "중국은 국민들의 동물적 본능을 되살려야 하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민간 부문이 투자와 혁신을 시작하면 소득과 고용 전망이 개선될 수 있고, 국민들은 더 마음 놓고 소비할 것입니다."
공공 부채의 방대한 규모와 실업률도 저축과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임금 상승은 정체됐다.
3. 더 이상 중국으로 몰려들지 않는 기업
시진핑 주석은 중국 정부가 "새로운 생산력"이라고 부르는 첨단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이러한 투자 덕분에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배터리 같은 재생 에너지 제품 분야에서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었다.
작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수출국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침체된 경제 상황, 관세 불확실성, 기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국 기업의 중국 투자 심리가 약해졌다.
자산관리 플랫폼 스태시어웨이(StashAway)의 스테파니 렁은 이 상황의 주안점은 외국 투자냐 국내 투자냐가 아니라, 기업들이 밝은 미래를 그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은 더 다양한 투자자가 들어오기를 원하지요."
이러한 모든 이유를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기존 경제 지원책이 향후 부과될 미국 관세의 영향을 부분적으로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이 산 골드만삭스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은 과감한 대규모 조처를 하거나, 경제 성장이 느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썼으며, "우리는 중국이 전자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딩은 "중국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사회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사기관 차이나디센트모니터(China Dissent Monitor)에 따르면, 2024년 6~9월 중국에서 노동자와 부동산 소유주가 주도한 시위가 900건 이상 발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이렇게 경제적 불만과 부의 침식에서 생겨난 사회적 긴장은 중국 공산당도 경계할 것이다.
폭발적인 경제 성장이 중국을 세계 강국으로 만들었고 번영에 대한 약속이 지도자들에게 반대 의견을 억압할 힘을 주었다.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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