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공전문가 “버드 스트라이크 드문 일 아냐···콘크리트 둔덕에 초점 둬야”

▲ 29일 오후 전남 무안공항에서 소방 당국이 착륙 도중 충돌로 추정되는 사고가 난 여객기 주변 화재 현장 수색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제주항공의 무안국제공항 참사를 두고 국제사회의 애도와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발생 경위를 놓고 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피해를 키웠다는 전문가의 시각이 제기됐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 단체 ‘항공안전재단’ 하산 샤히디 회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것은 매우 복잡한( very complicated) 사고”라며 “조사관들이 파악해야 할 많은 요소가 결부돼 있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샤히디 회장은 “(공항 내) 구조물 배치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결정된다”며 “조사관들은 이런 구조물이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항공기와의 충돌 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직 항공기 파일럿 더그 모스도 WP에 공항의 레이아웃(배치)이 참사의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주로를 완벽히 평평하게 만드는 데는 비용이 많이 나가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특이한 공항 설계도 많이 봤다고 소개했지만 “이번 것은 최악( this one takes the cake)”이라고 지적했다.

설계 시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가능성까지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스는 “(사고기가) 너무 빨리 착륙했다”며 “그들은 체크리스트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같은 날 항공 안전 컨설턴트 존 콕스는 WP에 “사고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파일럿들이 어느 정도 통제력을 유지했음을 시사한다”며 “그들은 활주로에 훌륭하게 착륙했다( beautifully)”고 짚었다.

그러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의 존재로 인해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특히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보다 랜딩기어(착륙용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견지됐다.

제프리 토머스 에어라인뉴스 편집자는 로이터통신(Reuters)과의 인터뷰에서 “버드 스트라이크는 드문 일이 아니며, 랜딩기어 문제도 마찬가지”라면서 “버드 스트라이크는 매우 자주 일어나지만, 대체로 그것만으로 항공기 참사를 유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로버트 섬왈트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전 의장은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기장으로서 10년 동안 (사고기와 같은 계열인) 보잉 737 계열 항공기를 조종했는데, 랜딩 기어는 (파일럿이 수동으로) 내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짜 질문은 여기서 일이 어떤 수순으로 전개됐냐는 것”이라며 “랜딩 기어는 정상적인 수단을 통해, 수동으로 작동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랜딩 기어가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종석 음성 녹음 장치를 판독할 수 있다면 그것이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블랙박스를 핵심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