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래서 우리 내년에 몇 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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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래서 우리 내년에 몇 살이야?"

베이비뉴스 2024-12-31 11:12:00 신고

약 12시간만 지나면 해가 바뀌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나는 원래 연말에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벅차오르게 높아지는 사람이다. 올 한 해 잘 한 일, 알차게 해낸 일 같은 것들 리스트 만들어서 자랑처럼 SNS에 올리기도 하고 그랬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크고 있다는 게 나의 인생 효능감을 연말마다 높여주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좀 이상하다. 세상이 심란해 그런지, 나이 마흔을 앞두고 있어 그런 건지...

경진이가 그려준 38살? 39살? 하여튼 나. ⓒ전아름 경진이가 그려준 38살? 39살? 하여튼 나. ⓒ전아름

나는 1986년 생. 우리 나이로 39세.

윤석열 식 나이로는 38세다. 각종 서류와 공문서에도 38세로 표기된다. 그렇다면 나는 해가 바뀌면 39세가 되는가 40세가 되는가. 내가 40이라니,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본격 아줌마로 진입하는 나이이자, 중년이 시작되는 나이이자 인생전환기로 병원에서 검사하고 관리하라고 잔소리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나이. 먹으면 먹는 족족 살로 가고, 매사 좀 느슨하고 무기력이 쉽게 찾아오는 나이. 아이를 갖기엔 설렘보단 걱정과 염려가 많아지는 나이, 마흔을 두 번째 20대라고 하지만, 진짜 20대랑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움도 공포도 많은 나이.... 아 쓰고 보니 알겠다. 세상이 심란한 것도 있겠지만 내가 스스로 심란해서 올 연말이 좀 이상하구나.

어느 날, 현재 초1 아들이 내게 물었다. 

"엄마 나는 몇 년도에 태어났어?"

"너 2017년도에 태어났지."

"나 2016년에 태어난 것 같은데?"

"왜? 내가 널 2017년 8월에 낳았는데."

"아니~ 내가 지금 8살이잖아. 2024에서 8을 빼면 2016이잖아."

"아, 너희는 지금 만7세야. 그래서 8이 아니고, 7을 빼야 하는 거야."

"뭐어? 만7세? 내가 그럼 지금 만 살이 넘었다는 얘기야? 그럼 내가 엄마보다 나이가 많다는 거야?"

"아니아니, 그 만이 아니고..!"

아들은 8살에 1학년, 9살에 2학년이 아니냐며 도대체 자기는 내년에 몇 살이 되는 것이냐고 혼란스러워했다. 지금은 만7세라고! 해도 일만살이 넘은 것이냐고 놀란다. 엄마를 갖고 노는 구나, 놀아. 엄마 땐 말야, 1~2월에 태어난 친구들은 '빠른'이라고 해서 더 혼란스럽고 족보 꼬이는 일들도 많았단다.... 이런 이야기까지 하면 피차 복잡할 것 같아서 이야기는 그쯤하기로 했다. 

우리집 주방 창이 동쪽으로 나서 해가 뜨면 주방부터 밝아 온다. 아이들 먹을 아침을 지으러 주방에 가면 눈이 너무 부시다. 우리가 나이 한 살을 더 먹고 있을 때 우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서구의 동갑내기들은 아직도 나이를 안 먹고 있을 거란 사실에 괜히 짜증이 좀 나기도 했다. 태양은 누구에게나 공평한데, 왜 우리는 지구상 그 어떤 인류보다 가장 빨리 나이를 먹어야 하는가! 라는 사실에 통탄하며...하지만 이젠 나이야 어찌 되었든 한 살을 먹든 만 살을 먹든 건강하고, 안전하고, 대체로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길 소망할 뿐이다.

마흔이여 오라! 하고 당당히 가슴을 열어젖힐 용기는 없지만 더 이상 쫄보처럼 웅크리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다짐, 나는 뭘 해도 중간은 한다는 자신감, 어쨌든 살아나가겠다는 우직한 마음만은 갖고 있다. 그게 40대의 강점 아니겠는가. 

내년 1월부턴 아이들 태어나고 난생 처음으로 육아휴직이라는 것을 써 본다. 단 한 번도 아이들과 온전한 1년을 보내본 적이 없다는 아쉬운 마음이 나를 육아휴직으로 이끌었다. 지지고 볶고 한 번 잘 지내보겠다. 

*전아름은 베이비뉴스 취재기자로 2017년생 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들 쌍둥이라고 하면 다들 힘들었겠다고 놀라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매 순간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놀랄만한 질문을 자주 던져서 사춘기가 오기 전에 기록하고자 '애가 하는 질문이 좋아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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