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 황병우 회장이 내년에도 iM뱅크 행장직을 겸임한다. 시중은행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이제 iM뱅크의 시장 안착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실적과 건전성 관리다. 시중은행 전환 후에도 다른 지방은행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대구지역 경제부진이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쳐서다.
내부통제와 자회사 간 균형 유지도 중요한 문제다. 황 회장의 겸임은 iM뱅크 확장에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자칫 은행에 치우친 운영 방식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1년 더’ iM뱅크 행장 연임하는 황병우 회장
DGB금융은 지난 20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iM뱅크 최고경영자 후보로 황 회장을 추천했다. iM뱅크가 시중은행 전환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에 대한 황 행장의 높은 이해도가 선정에 크게 반영된 결과다.
앞서 황 회장이 이끄는 iM뱅크(옛 대구은행)는 지난 5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중은행 전환을 인가받았다. 새로운 시중은행 출범은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32년 만의 일이다.
그룹 임추위는 황 회장 추천 이유에 대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관리능력, 커뮤니케이션 역량, 추진력을 고루 갖춘 황 후보자가 시중은행으로서 성공적인 안착과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행장으로서 그의 연임 기간은 1년이다. 이번 경영승계절차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제시한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에 따라 9월 27일부터 진행됐으며 구체적인 숏리스트(최종후보군)는 이달 초에 선정됐다.
연임 과제, 실적 개선과 건전성 관리
황 회장의 행장 연임 과제는 ‘성장’이다. 시중은행 전환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방은행 중에서는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iM뱅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줄었다.
같은 기간 BNK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누적 총 당기순이익은 6755억원으로 6.8% 늘었다. JB금융 내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누적 순이익도 4243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3.2% 증가했다.
실적 개선만큼이나 중요한 건 건전성이다.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흐름에 따라 건전성 악화는 동반될 여지가 있어서다. 올 3분기 iM뱅크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65%로 전년 동기 대비 0.09%p 늘었다.
영업망을 점차 수도권으로 확대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구에 집중된 모습이다. 올해 3분기 기준 iM뱅크 국내지점은 총 198개로 그중 대구에만 119개가 있다. 오는 30일부터 대구지역 4개 영업점이 폐쇄되고 일부 통합되는 등 영업점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도 대구지역의 1인당 소득이 낮다는 점도 은행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이달 20일에 발표한 ‘2023년 지역소득’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역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는 3098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대구지역은 현재 GRDP가 31년째 전국 꼴찌 수준이다.
내부통제 및 자회사 협력 과제
내부통제와 자회사 간 협력도 주요 과제다. 황 회장의 대구은행장 재임 기간 중 대규모 불법계좌 개설 사고가 발생하면서 올해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업무 일부정지 3개월과 과태료 20억원을 처분받은 만큼 내부통제 개선은 요구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56개 영업점 직원 111명이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고객 1547명에게 금융거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1657건의 증권계좌를 추가로 임의개설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해당 영업점은 사전에 민원과 주의 요청을 받았는데도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업무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소홀했다.
사고 이후 iM뱅크는 지난 7월 내부통제 전담팀장 제도를 도입하고 이달 12일에는 한국표준협회로부터 부패방지경영시스템과 준법경영시스템 사후인증 심사에 통과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자회사 간 협력을 위해서는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도 있다. 전문가들은 행장 선임 절차 이전인 지난 10월 더리브스에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서라도 지주 회장이 행장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주 차원의 관리감독 체계가 확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할 시 자회사 간에 ‘은행의 이익을 앞세우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 만큼 이미 황 회장 겸임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그의 처신은 더욱 중요해졌다. 자회사 간 협의를 진행할 때 회장이 곧 은행장인 만큼 등거리로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더리브스는 DGB금융과 iM뱅크에 전문가들이 표한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결국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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