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폴리뉴스는 22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집중 질의를 진행한 영풍 석포제련소와 영풍그룹 관련 제보를 받고, 영풍그릅과 장형진 고문 일가와 관련된 구조적 문제를 취재해 다음과 같이 시리즈 기획기사를 진행하고자 한다. ①영풍의 고려아연 적대적인수, 이유는 그린워싱 ②영풍의 그린워싱 시작점, 영풍문고 ③CK 통해 경영권 승계 중인 영풍 장씨 가문 ④재무제표로 보는 영풍 그린워싱‧지배구조 리스크 ⑤영풍 석포제련소, 비호 세력은 누구 편집자주>
[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1970년 설립된 영풍 석포제련소는 최근까지 50년 넘게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낙동강에 불법 배출하는 등 낙동강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그런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영풍문고가 영풍 석포제련소와 관련 있는 회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그룹은 영풍문고를 그룹의 문화사업 확장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에서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문고는 영풍그룹 계열사로 1992년 5월 1일에 설립된 국내 대형 서점이다
영풍그룹은 1949년 설립 이후 주로 비철금속 제련업과 전자 소재, 화학산업에 주력했다. 산업 특성상 영풍은 환경오염 문제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영풍이 이 같은 부정적 시선을 완화하고자 문화산업에 진출, 교육과 독서를 장려하는 서점을 설립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영풍은 그룹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강조하고, 교육과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는 단순한 상업적 이익 외에도 장기적으로 사회적 신뢰를 쌓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영풍문고 설립 시기인 1990년대 초는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과 함께 출판 시장이 확장되던 시기다. 영풍그룹은 출판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서점 사업에 진출해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에도 앞장 선 것으로 보인다.
영풍문고는 도서 판매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며,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서점을 넘어선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대형 쇼핑몰이나 상업 중심지에 입점해 접근성과 공간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언론학과 A 교수는 “영풍문고 설립은 영풍그룹의 주요 사업인 비철금속 산업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논란에서 벗어나, 문화와 교육을 강조해 친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그린워싱의 하나”라며 “영풍문고는 영풍그룹의 이미지 제고와 함께, 도서 및 교육 문화 확산에 기여하며, 그룹이 단순히 제조업 기반 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기를 바란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 회사 테라초이스는 그린워싱을 ‘환경과 관련된 기업의 실천, 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환경적 이점에 관해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그린워싱은 단순한 거짓말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오인할만한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를 모두 포괄한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으려고 설립한 영풍문고에서도 영풍그룹이 가진 부정적인 요소가 나타났다. 영풍문고가 여러 차례 법적‧윤리적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10년 영풍문고는 자체 판촉행사를 실시하면서 출판사들에게 판촉비용을 부당하게 부담시키고, 서면계약 체결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돼 시정 명령을 받았다.
2020년에는 영풍문고가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따라 신규 출점한 매장에서 3년간 학습참고서를 판매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당점에서 이를 판매해 중소벤처기업부 시정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영풍문고는 신림포도몰점 내부에 별도 점포를 입점시켜 학습참고서를 판매함으로써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아 행정 처분까지 받았다.
영풍그룹은 공식적으로 ‘환경친화’를 경영이념으로 내세우며, 자사를 ‘세계 초일류 친환경 비철금속 기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환경오염과 노동자 안전 문제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영풍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카드뮴과 납, 아연, 수은, 비소, 구리 같은 중금속으로 인한 오염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주변 산림이 고사하고, 주민들의 혈중 카드뮴 농도가 국민 평균의 3.5배에 달하는 등 심각한 환경‧건강 피해가 보고됐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2023년 12월과 2024년 3월에는 석포제련소에서 노동자들이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러한 사건들은 영풍그룹의 ‘환경친화’ 경영이념과 실제 운영 간의 괴리를 보여주며, 그린워싱의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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