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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입사원 부모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성인 직장인 자녀의 회사 생활까지 개입하는 ‘과잉양육(overparenting)’ 부모가 늘고 있는 것이 주 원인으로 보여집니다.
"우리 애 힘드니 부서 바꿔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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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증권회사 부서장 박유진(가명·46)씨는 최근 신입사원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 애가 고객 응대를 힘들어하고 실적 목표를 부담스러워하니 영업부에서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는 얘기였습니다. 처음엔 부모가 전화를 걸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잘못 걸었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박씨는 재차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야 진짜임을 알고 당황했다고 합니다.
올해 초 국내 유통 대기업 인사팀 과장 박서형(가명·41)씨는 직원 아버지가 보낸 장문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A4용지 4장 분량의 편지는 “유학을 가겠다는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게 막아달라”는 게 요지였습니다. 아버지는 “상사가 힘들게 해서 아들이 그만두겠다는 게 아니냐”고 으름장도 놨습니다.
성인 직장인 자녀의 회사 생활까지 개입하는 ‘과잉양육(overparenting)’ 부모가 늘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휴가 일정, 연봉 협상, 부서 배치까지 자녀 회사일에 일일이 참견하는 식입니다. 불편한 소통을 기피하는 자녀 대신 부모가 직장 상사나 인사팀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1990년대 초 탄생한 개념인 ‘헬리콥터 부모’(청소년 자녀 머리 위를 맴돌며 모든 일에 간섭하는 부모)의 과보호가 성인 직장인 자녀로까지 확장된 것입니다.
대기업 35%, 젠지사원 부모 전화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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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젠지(GenZ?1990년대 중·후반생 세대)’ 직원을 채용한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국내 10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 금융업·지주사 포함) 소속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40명 중 35%(14명)가 “본인이나 동료가 직원 가족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연락한 주체는 직원의 어머니가 78.6%(11명)로 가장 많았고, 아버지는 7.1%(1명)였습니다. 부모가 연락한 이유는 문의(78.6%)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부서 이동, 수당·상여금 등 급여, 휴가, 복장 규정 등 내용은 다양했습니다.
정보통신(IT) 분야 한 대기업 팀장은 “직원 아버지가 ‘지방에 제사를 지내러 가야 하는데 깜빡하고 반차를 못 냈다고 하니 급히 처리해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팀의 채용 담당 과장은 “탈락한 지원자 부모가 ‘우리 아이 스펙이 얼마나 좋은데 합격 안 시키냐’고 따졌다”고 전했습니다. 한 금융사 부서장도 “가족 여행 계획을 깜빡하고 휴가계획을 보고 못 했다며 일정 좀 조정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기업 인사담당자 약 58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도 후일담이 속출했습니다. 지난 10월 한 카톡방에선 “무단 퇴사한 신입사원의 부모가 ‘애가 잘 몰라서 그랬다. 다시 받아 줄 수 없겠냐’ 하더라” “아버지가 대신 사직서 내용을 썼다” 등의 에피소드가 올라왔습니다. 한 회계법인에선 팀장은 신입 회계사의 부모로부터 “퇴근 후 학원가야 하는데 야근이 이렇게 잦아 어떡하냐”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부모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신고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소속 2년 차 간호사 A씨(25)의 어머니는 병원에 전화해 “왜 휴게시간을 안 주느냐. 아이가 밥도 못 먹고 일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겠다”고 항의했습니다. 얼마 뒤 중노위 조사관이 실제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병원 측이 휴게 시간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되고 A씨 부모가 진정을 철회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병원 관계자는 “직원 부모의 컴플레인이 노동 당국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1년에 한 번은 된다”고 말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 과정서 부모 개입 심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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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선 대학입시만큼 부모 개입이 더 자주, 광범위하게 일어납니다. 채용 공고가 나면 부모들이 문의하는 건 다반사고, 입사설명회에 대신 참석하기도 합니다. 한 채용 대행사 관계자는 “면접 때 부모가 따라와 대기실에 같이 들어가려고 하거나 ‘언제 끝나냐’고 묻는 일이 요즘은 공채 때마다 벌어진다”고 전했습니다.
성인이 된 뒤 직장·결혼 등 중요한 인생의 결정부터 일상생활을 의존하는 ‘어른이 캥거루족’이 많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부모에 계속 의존하는 미성숙한 성인이 늘어나는 건 사회적·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사회적으론 출생아 급감으로 부모의 관심이 한 자녀에 집중됐고, 저성장 장기화로 부모 세대보다 경제력이 떨어진 첫 자녀 세대가 등장했다”며 “그 결과 부모가 성인 자녀를 계속 돌보는 게 하나의 사회 문화 현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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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승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자녀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가진 부모는 자녀 인생에 과도한 개입을 하게 되고, 이런 부모의 과잉 돌봄에 길든 자녀는 성인이 돼도 모든 문제를 부모에게 의지해 쉽사리 해결하려는 성향을 갖게 된다”며 “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어른이’ 자녀가 조직 내 소통 같은 불편한 일들을 부모가 대신 해결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스무살 넘으면 부모 역할 끝이지", "그렇게 불안하면 집 밖에 내보내지 마라", "저렇게 감싸고 도니 애가 저러지..", "아이를 독립 시키는 것도 부모의 역할입니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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