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가면 날 닮은 딸을 낳을 거야. (...) 그 애를 낮잡아 보는 사람도 없을 거야. 그 애가 완벽한 미국식 영어만 하게끔 가르칠 거니까. (...) 내 딸은 내 뜻을 알 거야. 내가 이 백조를 전해줄 테니까. 스스로 바라던 것보다도 훨씬 근사해진 이 새를 말이야.” _「천 리 너머에서 온 깃털」에서
그러나 여자가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기 무섭게 이민국 공무원들이 여자에게서 백조를 빼앗아 갔다. 당황하여 팔을 허우적대는 여자에게는 기념이라며 백조 깃털 하나만 남겨주었다. 그러고 나서는 너무나도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여자는 자신이 왜 이곳에 왔으며, 무엇을 남겨두고 왔는가를 전부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여자는 늙었다. 그리고 여자에게는 딸이 있다. 영어만 말하고, 슬픔보다는 코카콜라를 더 많이 마시며 자란 딸이. 여자는 오랫동안 바라왔다. 간직해온 거위 깃털을 딸에게 전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_「천 리 너머에서 온 깃털」에서
언젠가 내 친구 하나가 나랑 엄마는 똑닮았다고 말해준 적이 있었다. 가녀린 손짓과 소녀 같은 웃음, 옆모습이 똑같다는 것이었다. 내가 엄마에게 수줍게 이 말을 전했을 때, 엄마는 굉장한 모욕이라도 들은 것처럼 대꾸했다. “너는 나에 대해 요만큼도 몰라! 어떻게 네가 내가 될 수 있니?” _「징메이 우의 이야기: 조이 럭 클럽」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마.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받아 삼키고, 네 괴로움은 혼자 알아서 삭이는 거야.’ 내 딸에게는 그와 정반대로 가르쳤건만, 지금 그 애는 나와 같은 길을 가려하고 있다! 어쩌면 이건 그 애가 내 뱃속에서 나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 어머니의 배에서 여자로 나왔다. 우리는 마치 계단과 같다. 한 칸 위에 다음 칸이 이어진다.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더라도, 결국 한 길을 가는 것이다. _「안메이 슈의 이야기: 까치들」에서
음력 설로부터 사흘 전, 어머니는 완샤우[元宵]를 드셨다. 명절을 축하하기 위해 먹는 쫀득하고 달콤한 만두다. 어머니는 하나 드시고 또 하나를 더 드셨다. 그리고 이상한 말씀을 남기셨다. “보렴. 삶이라는 게 이래. 이 쓰디쓴 것을 아무리 먹어도 이만 됐다, 라는 게 없어.” _「안메이 슈의 이야기: 까치들」에서
딸아이는 두 번째 신혼여행지로 중국에 가고 싶다더니, 이제는 겁이 나는 모양이다.
“저를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면 어떡해요? 미국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면 어쩌냐구요?”
나는 그 애에게 말해주었다. “중국에 가면 굳이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거기 사람들은 네가 외국인인 줄 다 알거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 애가 물었다. _「린도 종의 이야기: 두 얼굴」에서
너는 왜 맨날 사람들에게 “우리 엄마랑 아빠는 케세이 하우스라는 식당에서 만났어요”라고 말하냐? “엄마가 포춘 쿠키를 열었더니 그 안에 가무잡잡하고 잘생긴 사람이랑 결혼하게 될 거라고 써 있었대요. 그걸 읽고 고개를 드니 웨이터가 서 있었어요. 바로 우리 아빠죠.” 왜 그런 농담을 해? 그건 진실하지 않아. 사실이 아니라고! _「린도 종의 이야기: 두 얼굴」에서
네 아빠는 웨이터가 아니었어. 나는 그 식당에 가본 적도 없어. (...) 너는 왜 중국 사람들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소리에만 관심을 보이는 거냐? 너는 이 엄마의 진짜 사정을 이해해야 해. 어떻게 내가 여기 왔으며, 어떻게 결혼했는지, 어떻게 중국인의 얼굴을 잃어버렸고, 너는 어째서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해서 말야. _「린도 종의 이야기: 두 얼굴」에서
그러나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나는 ‘중국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서른여섯 살이다. 엄마는 돌아가셨고, 나는 기차를 타고 있다. 평생 고향에 돌아가기를 꿈꾸었던 엄마의 소망을 품고, 중국으로 가고 있다. _「징메이 우의 이야기: 두 장의 티켓」에서
『조이 럭 클럽』
에이미 탄 지음 | 이문영 옮김 | 들녘 펴냄 | 444쪽 | 1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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