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검을 맞대고 훈련을 하다 보면 열이 오르고 땀이 흐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유독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 검을 휘두르다 보면 물 먹은 종이처럼 몸에 달라붙는 활동복은 답답하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대지 위의 열기는 끔찍하게만 느껴진다. 그런 날씨에도 훈련은 빠질 수 없다.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마나를 지닌 초인들이라면 견뎌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끔찍한 더위 때문에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면 옷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너무 불편하게 느껴진 탓에 탈의를 한 적이 있는데, 난 끔찍한 것을 보고 말았다.
웃통을 까면 얼굴 붉히는 남자를 본 적이 있나? 눈이 마주치니까 고개를 아주 꺾일 기세로 돌리고 온갖 호들갑을 떨어대는데, 그렇게 역겨울 수가 없다. 곱상하게 생긴 놈이 그러면 두 배는 더 좆같다. 갤질 하다가 유동이 올린 BL물이 생각나서.
자연스럽게, 활동복에 땀만 차면 이 새끼들이 둔해지던 이유도 알아챘다. 활동복이 얇아서 내 속이 비쳐보이더라. 저 놈들 반응이 아주 조신하고 여성스럽기 짝이 없어서, 처음에는 내가 무슨 남녀역전 세계에 처박힌 줄만 알았다.
이세계에서 기사가 되기 프로젝트고 뭐고 눈치 조금만 더 보다가 때려칠 거다. 이런 씹게이 훈련소에 있다간 언젠간 후장을 따이겠다 싶어서.
*
훈련소에 미친년이 하나 있다.
여자의 몸으로도 훈련소의 일정은 우습다는 듯 소화하고, 교관의 검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면서 날이 가면 갈수록 검술이 일취월장하는, 말 그대로 싹수 있는 예비 기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재라는 족속들은 항상 어딘가에 문제가 있듯이, 이 년도 문제가 하나 있었다.
속옷을 안 입는다.
팬티는 입는지 안 입는지 못 봐서 모르겠는데, 아무리 미쳤어도 그건 입겠지. 하지만 상체가 문제다. 브래지어? 안 찬다. 가만히 있어도 젖꼭지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뛸 때마다 가슴이 물풍선처럼 출렁거리고 활동복이 땀이라도 먹으면 도저히 눈 둘 데가 없다. 이 년이랑 대련하는 놈은 그날 아프다는 핑계로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훈련소는 실력을 중요시 한다. 여자라고 훈련강도를 낮추는 일 따윈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몸 쓰는 일인 만큼 시커먼 남정네들이 바글거릴 수밖에 없는데, 그런 만큼 여자라는 자극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래놓고 실수로 쳐다보면 우리를 역겹다는 눈으로 쳐다보는데, 덕분에 내 동기는 자기도 모르던 취향에 눈을 떴댄다.
아 씨발, 저 봐라. 저거저거 또 벗네, 미친년.
난 여름이 싫다.
*
저주에 씌였든 정신병에 걸렸든 주인공은 자기가 남자의 몸 그대로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여자의 몸이었던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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