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남산공원 토지 ‘사유지 도로’ 신청 불허가··· 법원 “정당한 판단”

▲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기봉 기자 | 법원이 서울시가 남산공원의 일부 토지를 사유지 개발을 위한 도로로 사용하고자 한 신청에 대해 불허가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한 판단이라고 판결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중부공원여가센터를 상대로 낸 ‘토지사용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9월 5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2년 8월 서울 용산구 임야 245㎡의 지분 절반을 취득하고 같은 해 11월 인접한 서울시 소유 임야 22㎡를 5년간 사용하게 해달라고 신청했다.
 
해당 토지는 남산공원 보행로와 옹벽, 녹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A씨는 통행로로 변경한 뒤 자신의 땅을 개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남산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중부공원여가센터는 “남산공원은 도시의 공해와 재해 방지, 서울의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는 공익적인 기능을 지니고 있어 산림녹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며 “신청인의 개인적 권리를 위해 도로로 구조 및 형질을 변경하는 것은 조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현행 서울특별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 조례 제18조 제2항 2호에 따르면 ‘행정재산이 재산의 구조와 형질을 변경하거나 시설물의 설치 또는 가공 등으로 행정재산으로서의 사용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사용·수익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A씨는 불복해 토지사용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도 남산공원의 토지가 준보전산지로 지정된 점을 들며 센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의 일부는 보행자 통행로로 사용되고 있으며 남산공원의 녹지 공간으로서 탄소흡수 기능과 경관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토지 위에 설치된 옹벽이 토사 유출을 방지하고 남산공원의 자연환경과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옹벽 철거와 평탄화는 토사의 유출을 초래해 보행로 및 공원의 자연환경 유지 목적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변경은 행정재산으로서의 구조와 형질을 훼손하고 해당 지역의 공익적 사용 목적에 지장을 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원은 행정재산의 사용 및 수익에 대한 허가는 사경제 행위가 아니라 공공재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특허에 해당해 센터 측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유재산의 관리청이 행정재산의 사용·수익에 대한 허가는 단순한 사경제 행위가 아니라 공익적 목적을 고려한 행정처분으로 특정인에게 공공재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하는 특허에 해당한다”며 “행정재산 사용 허가에는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며 센터 측이 불허가 처분을 내린 것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사회 통념상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가 신청한 사용 목적이 자신의 사유지 접근을 위한 도로 개설이라는 사익 추구이며 이로 인해 공원의 주요 기능이 침해될 수 있다”며 “해당 토지를 행정재산으로써 보호할 공익적 필요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