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환의 〈사각지대 드로잉〉은 참여자의 몸에서 손이 닿지 않는 부위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가깝지만 먼 무형의 공간을 사각지대라 부르고 하나의 안식처이자 에너지를 회복하는 장소로 제시한다. 아이펜슬로 등 위에 그린 드로잉은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가 쉽게 자각하지 못하는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잘린 몸들이 하나의 조각처럼 보인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몸은 작가 자신을 포함해 친구, 연인, 그리고 다양한 예술가들의 몸 일부를 촬영해 만들었다. 폴 세푸야는 신체의 불확실한 관계를 통해 퀴어 커뮤니티의 사회적·예술적 영역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려지고 보여지는 불규칙한 몸의 형태는 관람객이 사진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박영숙은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여성의 역할에 질문을 던져왔다. 통념을 거슬러 소외된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은 가부장적 사회가 부여하는 성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 깊이 사색하게 만든다. 작가가 여성주의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공감과 연대의 가치를 담아내며 그 자체로 강력한 페미니스트적 실천으로 거듭난다.
변순철의 〈짝패〉는 다인종 커플을 그들의 거주 공간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대형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거대한 크기로 프린트해 전시하는데, 관객은 그 앞에서 마치 낯선 사람의 집에 방문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사진 구석구석에서 포착한 단서를 통해 묘연한 표정을 한 인물의 삶을 유추하는 것은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천경우는 셔터를 누른 뒤 렌즈 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본다. 〈The Weight〉는 프랑스에 이민 온 청소년들과 진행한 프로젝트로 두 명의 참여자에게 서로를 업고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자세를 요청해 탄생했다. 장노출 기법으로 담아낸 흐릿한 사진 속에는 함께한 시간과 서로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피 툰은 노골적인 포즈로 카메라 앞에 서는 작가다.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자신의 사진을 자르고 재조립해 섹슈얼함을 제거한다. 사진 정가운데 맨몸으로 드러난 여성의 신체는 더 이상 에로틱하지 않다. 작가는 자신의 몸을 도구 삼아 여성의 신체에 대한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초혜는 프리랜스 에디터다. 사진가의 시선에 매료되어 오랜 시간 들춰보지 않았던 서랍 속 필름카메라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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