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중·고등학교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내향적이었어요. 이 일을 할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 했죠"
영화 '청설'로 스크린 데뷔를 앞둔 배우 노윤서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청설'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다.
노윤서는 "'청설' 대본이 주는 힘이 정말 컸다"라며 "순수한 '용준'이 '여름'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것부터 그를 천천히 받아들이는 모습, 그리고 '가을'과의 자매 서사가 깊이 있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영화 전체적으로 청량한 매력이 있어서 좋았다. 출연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노윤서는 "원작을 헤치거나 가져와야겠다는 생각보다 우리만의 '청설'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에 집중했다. 배경도, 배우도 달라서 차별화된 매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는 여름이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노윤서는 "'청설'은 단순한 로맨스로 보기보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잘 알고,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이인데도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또 가까워질 찰나에 멀어지기도 한다. 그런 미묘한 감정선을 잡기 위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떠올렸다.
또 노윤서는 "제가 연기 경력이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꺼내려고 노력했다. 극 중 생활력 있는 모습부터 급하게 무언가를 하고, 재빨리 챙기고 나가는 '여름'의 면면이 제 실제 모습에서 투영됐다"고 했다.
특히 '청설'은 노윤서, 홍경, 김민주의 '수어' 연기가 관전 포인트다. 극 중 인물들은 어쩌다 '수어'로 진심을 주고받게 된다. 말이 아닌 눈빛, 표정, 행동으로 교감하는 것이다.
노윤서는 "수어 연기에 당연히 부담이 있었다. 잘 해내야 하는 책임감을 느껴서다"라며 "그런데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었다. 계속 눈을 보며 연기해야 하지 않나. 말이 아니라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새로웠다. 상대 배우에게 더 깊이 빠져들어서 몰입하기 쉬웠다. 그런 부분에서 얻은 게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윤서는 "수어가 신기한 게, 감정이 손동작에 다 담긴다. '가을'이랑 가볍게 장난치는 모습도 동작이 가미되니까 더 귀엽게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라며 "촬영을 모두 마친 이후에는 말 하는 게 어색하더라. 제 목소리를 마치 처음 듣는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극 중 '용준'은 '여름'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반대로 '여름'의 대답은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노윤서는 "'여름' 또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라며 웃었다.
'청설'은 또래 배우인 노윤서, 홍경, 김민주가 함께 뿜어내는 시너지가 남다르다. 순수하고 청량한 세 배우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노윤서는 홍경과의 호흡, 그리고 키스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촬영 전에 홍경 오빠의 전작을 다 봤다. 멋있는 배우라고 느꼈다. '청설' 대본에 담겨 있는 '용준'과는 다른 모습일거라고 생각했다"라며 "현장에서 홍경 오빠 연기를 처음 봤을 때, '용준' 그 자체로 보였다. 땅에 착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여름'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정말 천진난만하고 귀엽게 그려내서 새로웠다"라고 했다.
이어 "키스신 촬영 때 저와 홍경 오빠 둘 다 정말 떨었다. 둘 다 너무 떨어서 그림이 예쁘게 안 나오더라"라고 회상했다. 노윤서는 "둘 다 뚝딱거려서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뒤로 갈수록 덜 떨기는 했다"라며 "굉장히 중요한 장면 자체에서 오는 무게감이 있었고, 첫 키스신이라는 떨림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와 홍경 오빠의 실제 떨림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오히려 효과적으로 보일 것 같다"며 웃었다.
자매로 호흡을 맞춘 김민주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노윤서는 "민주는 제가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부터 (아이즈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굉장히 성숙한 친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라며 "저는 그동안 주로 학생 역할을 맡지 않았나. 민주와 한 살 차이인데 언니 동생이 아니라 동년배로 보이면 어쩌나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노윤서는 "민주와 처음 만난 날, 민낯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아기 같고 정말 예쁘더라"라며 "언니, 언니 하며 살갑게 다가와 줬다. 그러다 수어 연습을 같이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이후에는 실제 언니 동생으로 잘 지냈고, 그 케미가 영화로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노윤서는 2022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방영주 역으로 데뷔해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일타 스캔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등에서 활약,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애초 노윤서는 미술 교사가 꿈이었다. 선화예술고등학교 미술과에 이어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우연히 모델 알바를 시작, 배우 제안을 받았다.
노윤서는 "처음엔 주저하다가 연기를 배워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하다 보니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라며 "변화하는 제 모습도 재미있었다. 내향적이던 제가 연기할 때 바깥으로 무언가를 분출할 때 즐거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일타스캔들' 때까지 오디션을 봤다는 노윤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20세기 소녀' 오디션 때, '연두' 캐릭터를 어필하기 위해 연두색 옷을 입고 가기도 했다"며 웃었다.
노윤서는 드라마 '일타스캔들'을 함께한 전도연을 언급했다. 그는 "선배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제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 할 때마다, 모두 답변해 주셨다. 그리고 '가리지 말고,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해 보라고 하셨다.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걸 전부 시도해보라고 하시더라.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다"고 되새겼다.
그러면서 노윤서는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 한다. 실제 전도연 선배도 그렇게 하셨고, 지금까지 그 길을 걷고 계시지 않나. 선배님께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설'은 노윤서의 첫 극장 영화 데뷔작이다.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배운 게 정말 많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라며 "아직 영화를 찍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되돌아보고 실감할 때마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했다.
'청설'은 11월 6일 개봉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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