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기아 최초의 정통 픽업트럭 기아 타스만이 지난 10월 말 세상에 공개됐다. 해외에서도 기대가 컸지만, 국내 소비자들도 기대가 매우 컸다. 기아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픽업트럭이면서, 모하비의 뒤를 잇는 후륜구동 프레임바디 차량인 이유도 있다. 게다가 수입 픽업트럭의 가격도 크게 치솟으면서 타스만에 대한 관심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관심과 기대감은 정작 타스만이 공개되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불만과 야유로 바뀌어 버렸다. 특히 타스만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해외보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더 비판적인 상황이다. 최근 현대차 이상엽 부사장과 기아 카림 하비브 전무가 이끄는 디자인에 호평이 쏟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정말 엉뚱한 결과이자, 대참사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도 디자인에서 대참사가 벌어졌다는 의견에 대해 공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면부에서 뭔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그러나 우리가 미드사이즈(중형급) 픽업트럭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타스만의 디자인은 쪽박이 아닌 대박에 가깝고, 꽤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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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의 주요 시장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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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타스만이 경쟁하는 미드사이즈 픽업트럭은 글로벌과 미국 시장에서 토요타 타코마가 단연 원탑이다. 쉐보레 콜로라도도 판매량이 상당하고, 동남아 시장에서는 포드 레인저도 나름의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KGM 렉스턴 스포츠가 있다.
그런데 픽업트럭의 디자인이나 성능을 논하기 전에, 픽업트럭을 바라보는 시각도 국가별로 특성이 뚜렷하게 갈린다는 점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이끌어 온 KGM은 쌍용 시절부터 사실상 면세용 SUV와 다름없는 틈새시장을 추구했다. 그러다 GM이 국내에 쉐보레 콜로라도를 들여오고, GMC 시에라를 출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시각도 조금씩 선진화 되어가고 있다.
여기서 타스만은 어느 나라가 주 타겟이냐가 문제인데, 주 타겟은 호주다. 픽업트럭의 수요가 많은 국가는 미국 못지않게 호주에서도 높다. 이외에도 동남아, 남아공 등이 있지만, 호주의 픽업트럭 시장은 조금 독특하다. 호주는 픽업트럭도 풀사이즈는 별로 인기가 없다. 토요타 타코마와 같은 미드사이즈 픽업트럭이나 토요나 4러너 같은 SUV들이 인기다. 공통적으로 중형급이면서 프레임 바디 차량이고, 사륜구동이고,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성능을 내면서, 실용적이다.
타스만의 주요 수출 국가가 될 호주의 경우에는 카라반 견인을 하더라도 유럽처럼 얌전한 스타일은 인기가 없다. 카라반에 에어 서스펜션이 있어야 하고, 축을 두 개, 세 개씩 붙여서 오프로드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원한다. 그래서 전차처럼 무식할 정도로 거친 스타일의 컨커르가 호주에서 인기다. 호주는 사막이 많기 때문에 거친 환경이 호주 소비자들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오프로드만 가지고 호주 시장이나 타스만을 설명할 수는 없다. 호주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처럼 타 국가에서도 픽업트럭에 액세서리를 얹어 사용하는 경우도 아주 흔하다. 이렇게 우리나라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해외에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해외에서는 적재함을 포터처럼 개조한 차량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은 국내와 차이가 있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현대 포터처럼 적재함을 개조한 렉스턴 스포츠가 일부 특장 업체를 중심으로 출시됐으나, 가격과 국내 환경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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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의 실용적인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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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타스만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외장 디자인에서 디자인적 미를 우선시하기보다는 실용성을 앞세운 듯한 구석이 제법 보인다. 우선 하단부에는 스크래치에 강하면서 실용적인 플라스틱 범퍼와 펜더를 사용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철제 범퍼로 교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불법이라서 앞으로도 볼 수 없겠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철제 범퍼가 허용되는 국가가 있어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부 그릴이 너무 크다는 의견도 있는데, KGM 렉스턴 스포츠만 하더라도 미션 쿨러가 없어서 견인하려면 이러저러한 튜닝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타스만은 미션 쿨러까지 장착하고, 엔진 냉각 등을 고려한 경우라면 꽤 설득력이 있고, 크기로 봤을 때는 여기까지 고려한 결과로 비치기도 한다.
휠 하우스도 타스만 정도면 작은 게 아니다. 약간의 인치업이나 리프트업만 하면 더 큰 33인치 타이어나 35인치 타이어 정도까지는 크게 무리 없이 장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소해 보이지만, 픽업트럭인데 루프랙이 있어서 루프탑 텐트나, 루프랙 등의 액세서리 장착이 용이한 것도 승용 기준으로만 보면 당연한 것 같지만, 픽업트럭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장점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타스만은 애초에 800mm의 도하 능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프로드에서 도하 또는 도강 시 필요한 스노클 장착도 염두 해서 파팅라인을 잡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일 정도로 디자이너들의 고뇌와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해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모델로 거듭나기 위해서 적재함을 현대 포터처럼 세팅한 모델도 공개했다. 더블캡과 싱글캡 모두 공개했는데, 특히 싱글캡 디자인은 현 시장에서 타스만에 대적할 모델과 브랜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이상적이며, 높아 보인다.
타스만의 디자인에 대해서 기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타이거 페이스를 형상화했고, 시그니처 램프를 어떻고" 라는 등의 설명을 했다. 당연히 이런 내용도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실제 디자인은 보도자료의 내용보다 더 본질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 있어서 놀랍다. 그래서 보도자료가 실제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물론, 아쉽고 이해가 되지 않는 점도 있긴 하다. 헤드램프의 위치는 디자인적으로 수미상관을 하듯 맞추려고 한 게 느껴지기는 하는데, 실용성 측면에서는 별로 좋지 않다. LED 헤드램프는 비싸기도 하지만, 이렇게 측면으로 빠져 있으면 오프로드나 현장에서는 파손되어 '견적'이 발생하기 쉽다. 오프로드는 그렇다 쳐도 생업을 하는 이들이 이 타스만을 사용하다가 수리를 맡겨야 할 경우에는 일을 하지 못해서 또 다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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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픽업트럭과 차별화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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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의 실내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실내 디자인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사진으로 봐도 멋지지만, 실물로 봐도 이건 픽업트럭이 아니다. 또한 픽업트럭의 투박함 또는 올드 한 느낌이라는 찾아볼 수 없고, 마치 고급 SUV 같은 구성이 굉장한 충격이었다. 이는 기아가 원래 잘하는 것을 살리면서 경쟁 모델과 차별화에 성공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디가 녹아든 기능도 많고, 미드사이즈급에서 최초로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을 탑재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램(RAM)이 1500급에서 파격적인 실내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실제로 판매량도 급등했었다. 당시 램은 일상에서 사용하기 좋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현장에서 사용하기 좋은 구성인 투박한 디자인 두 가지 버전으로 내놓으면서 두 시장을 한 방에 잡았다. 지금은 알 수 없으나, 타스만도 공개된 이미지와 달리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산업 현장에서도 쓰기 좋은 디자인 버전이 다르게 준비됐다면 실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현장에서 사용할 모델마저 터치스크린으로 기능을 조작해야 하고, 필요 이상으로 고급화 된 실내라면 괜히 가격만 비싸고, 불편하다는 불만이 쏟아질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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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다면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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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시된 타스만이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고 어색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픽업트럭의 본질을 고려하면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요소들을 거의 완벽할 정도로 갖추고 있다. 소문대로 3천만 원 대가 확실하다면 기존에 KGM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시장 장악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이미 시장에서는 토요타 타코마나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등이 각각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고,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아 타스만이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다면, 성능적인 측면에서도 기존 모델들 정도까지는 발휘할 수 있어야 확실한 성공이 가능한데, 이는 지켜볼 일이다.
모하비 같은 디자인을 원했던 이들에게 타스만의 디자인을 실망스러운 결과나 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도 그렇긴 하다. 양끝으로 멀어진 헤드램프, 커다란 그릴, 볼륨감 있는 후드, 헤드램프에서 뒤로 뻗은 독특한 펜더는 영화 카에 등장하는 메이터가 생각 나기도 한다. 픽업트럭은 모델 교체 주기가 길기 때문에 애초에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택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런 저런 해석과 생각이 들게 하는 디자인이지만, 그래도 픽업트럭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타스만의 디자인은 수긍할 만하고, 제법 잘 나온 게 맞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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