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에 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경우는 적지 않다. 프로축구를 비롯해 농구 등 단체경기에서는 선수들끼리 치고 박고 한다. 때로 팬들끼리도 패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 경기를 그러한 일이 없다.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에게 화를 낸다. 골프는 더욱 그러하다.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미국)조차 미스 샷을 하면 클럽을 땅에 내려치는 등 불같이 화를 낸다. 심지어 자신의 클럽을 부러트리거나 캐디백을 차는 등 자신의 물건을 파손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그런데 김주형의 이번 라커 옷장 훼손은 결이 조금 다르다. 그래서 문제가 된다. 김주형은 지난 27일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DP 월드투어가 공동 주관으로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을 놓고 벌인 연장 1차에서 안병훈에게 졌다. 경기 후 김주형이 화를 참지 못해 라커룸 문을 부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를 두고 김주형의 매너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김주형은 안병훈에게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라커룸으로 돌아와서는 자신의 실수에 화를 참지 못한 나머지 라커 문짝을 부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가 문을 파손했는지, 라커 문에 문제가 생겨서 그리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김주형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통해 "연장 패배 후 제가 좌절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라커룸을 고의로 손상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라커문 사건을 누가 뭐라고 해도 김주형의 잘못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KPGA나 DP월드투어의 징계는 차후 문제다. 골프는 매너가 우선인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우승까지 한 '라이징 스타' 김주형은 누가 봐도 선수 자질을 의심케 한다.
회권권 가격이 30억원을 호가하는 회원제 골프장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의 라커가 문을 조금 세게 열었다고 문짝이 부서질 정도로 관리를 소홀히 하겠는가.
'신은 한 사람을 망치려 할 때 가장 먼저 화를 돋운다'는 말이 있다. 이유가 뭘까. 마음에서 분노의 불꽃이 일어나면 이성을 잃게 마련이다. 이성을 마비시키면 감정이 앞서게 되고, 이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곧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분노로 인해 이성을 잃지 않고 실수를 줄이기를 원한다면 마음속에 분노가 꿈틀거릴 때 '정말 화를 낼 일인가?'하고 자문해 보라는 얘기다.
이번 김주형이 화를 참지 못하고 고의든 아니든 문짝을 부순 댓가는 생각보다 크다.
이번 사건으로 김주형을 응원하려고 골프장에 몰렸던 팬클럽 회원들과 그를 평소에 아끼던 골프마니아들에게 실망감을 줬고,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주형 때문에 유럽투어로 승격한 제네시스 챔피언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특히, 2015년 이후 우승이 없었던 안병훈이 9년만에 우승하며 함께 기쁨을 나눴어야 할 우승감격을 한방에 날려 버렸다.
골프는 플레이를 하다보면 수천, 수만가지의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김주형의 칩샷이 '삑사리'가 났다. 벙커에 들어가서 자신의 키높이의 러프에 들어가 볼을 쳐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보다 더 큰 메이저 대회에서 이런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기를 마치고 골프장에 양해를 구한 다음에 여러가지 연습을 해봤으면 어땠을까. 웨지도 잡아보고, 로프트 각도 조금 낮은 아이언이나 우드, 혹은 드라이버 등으로 다양한 실전연습을 해봤었으면 어땠을까.
돌부리를 발로 차면 돌이 아플까, 내 발가락이 아플까. 화(火)는 화(禍, 재앙)를 부른다는 것을 기억할 일이다. 김주형은 2002년생이니 22살이다. 긴 인생을 감안하면 인생을 알기에는 아직 초보 수준이다. 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자신을 성찰할 좋은 기회로 만들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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