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류 진 기자] 서울 강남권, 한강변 입지를 갖춘 알짜 정비사업장도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에서 천정부지 치솟은 공사비 이슈가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지에만 수주 역량을 집중하는 탓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조합은 이달 8일 세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앞서 4월과 6월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방배7구역 사업은 1만 7549.8㎡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19층의 공동주택 6개 동, 316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체 공사비는 1772억 2500만원으로 3.3㎡(평)당 공사비는 약 980만 원이다.
하지만, 앞서 4월과 6월에 진행된 입찰은 건설사들로부터 외면받았다. SK에코플랜트가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 방배7구역 재건축 사업을 통해 강남·서초권에 첫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호반건설도 끝내 입찰을 포기했다.
업계에선 방배7구역의 사업 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316가구에 불과해 일반분양이 적어 건설사가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 역시 시공사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강변 인근 노른자위 사업장이지만 경쟁입찰 구도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아서다.
총공사비가 1조2800억원으로 대규모 사업지인 데다 입지도 탄탄해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단독 입찰한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신반포27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수의계약 대상자인 SK에코플랜트를 시공자로 선정했다.
조합은 최근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고금리·고물가는 여전하다”며 “자금조달·공사비 부담이 커진 건설사들은 서울 핵심지역 정비사업이라 해도 입찰엔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청약 열기가 살아나는 등 한풀 꺾인 정비사업 수주 시장 분위기도 누그러진 듯 하지만 건설업계 선별수주 기조는 여전하다. 그간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세가 가팔라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건설사 눈높이에 맞지 않은 탓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선 비교적 낮은 공사비로 최고급 자재, 고급 커뮤니티 시설,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길 원하지만 지금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며 “이미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조만간 입주를 앞둔 단지들도 공사비 갈등이 계속해서 불거지다 보니 시공사 선정 과정부터 그런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크다. 사업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집중하는 선별수주 기조가 더 강화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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