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측근 '용산 십상시'의 존재를 언급한 녹취록이 공개된 후 정치권을 떠돌던 '한남동 라인', '7간신'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국정에 관여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며 비선개입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라인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제 보수 언론에서도 김 여사 라인을 포함한 대통령실 쇄신이 국정 신뢰를 되찾기 위한 첫 단추라며 김 여사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대남 "김건희, 용산 십상시와 대통령실 쥐락펴락"
4월 박영선·양정철 기용설 당시 '김건희 라인' 개입 의심
지난 8일 뉴스버스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 전 행정관은 "용산에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면서 "걔네들이 김건희 여사와 네트워킹이 돼가지고 대통령실을 쥐락펴락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수석이 아닌 그 밑에 행정관이나 비서관들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이번에 당선된 조OO, 강OO 그런 애들이 위에 있는 수석 강승규 다 빼버리고"라며 "실제 거기서 돌아가는 건 아래에 있는 40대 옛날 친박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애들, 걔들이 다 똬리를 틀어서 스크럼을 짜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 많은 사람들은 다 그냥 얼굴마담이야"라고도 했다.
그가 해당 녹취에서 십상시로 거론한 인물에는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과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전 국정기획 비서관), 김성용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등이 있다고 뉴스버스는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주요 국면마다 대통령실 내에서 혼선이 생긴 것은 공식적인 정무 라인과 김 여사 라인의 의견차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총선 직후 일부 언론을 통해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예상치 못한 인사에 정치권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대통령실은 곧바로 '검토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당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를 추진한 것은 김건희 여사 라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 의원은 "이 (인사) 얘기들이 인사라인이 아니라 홍보기획라인에서 나온다는 설이 도는데 홍보기획라인은 아무래도 김 여사의 입김이 세게 들어간 것 아니냐라는 얘기들이 정설처럼 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김 여사 공적 지위 없어".. 국정 개입 불법성 지적
지라시 형태로 한남동라인 명단 확산.. 신지호 "정무나 공보 라인 아닌 인사들"
김 전 행정관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김 여사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녹취록이 공개된 다음 날인 9일 한 대표는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의견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10일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판단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명씨나 김대남 전 행정관이 설칠 수 있고 이런 분들한테 약점 잡힌 정치가 구태정치"라고도 말했다.
한 대표는 14일에는 '인적 쇄신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고 정리하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사용한 '공적 지위'라는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즉, 영부인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지만 법률적으로 '공적 지위'가 없으므로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인적 쇄신을 요구한 '김 여사 라인'은 여당 내에서 이미 '한남동 라인', '일곱 간신'이라고 불리고 있다.
14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한 의원이 단체대화방에서 나눈 대화에는 '김 여사 라인'으로 보이는 관계자들의 실명이 담겨 있었다. 현직 대통령실 L 비서관과 C 비서관, K 비서관, K 선임행정관, H 행정관, K 행정관 등 6명과 전직인 K 전 비서관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대부분 김 여사가 과거 대표를 지낸 코바나컨텐츠를 통해 대선 전 김 여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보통 한남동 하면 김 여사가 주로 머무는 곳이어서 여의도에서는 김건희 여사 라인을 표현할 때 한남동 라인이라고 한다"며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부적절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이 사안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14일 MBC 뉴스외전에서 "지금 회자되고 있는 분들이 공적인 자신의 영향력 권한 이외에 다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대변인은 "간신같은 표현까지 나오니 국민들께서는 의구심을 갖고 보시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저희한테는 부담이 되니까 이건 털고 가야 하는 사안이 맞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여사 라인, 비선 조직 없다" 친윤 "본인이 7간신에 못 껴서 그러나"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김 여사 라인'의 존재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김건희 라인' 인사 청산을 요구한 데 대해 "뭐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인적 쇄신인가. 여사 라인이 어딨는가"라며 "공적 업무 외에 비선으로 운영하는 조직 같은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며 "최종 인사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대남 전 행정관과 같은 이런저런 사람의 유언비어 같은 얘기를 언론이 자꾸 확대하고 휘둘리면 안 된다"고 했다.
친윤계는 한 대표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삼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원조 친윤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제까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 왔다. 김영삼, 노무현 정부 모두 당정 갈등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며 한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화이부실(華而不實), 꽃은 화려하나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겉치장에만 신경 쓰면서 분열과 갈등을 심는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와 측근들이 한마디씩 툭툭 내뱉으면 언론은 이를 빌미로 기사화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인가, 아니면 평론인가"라며 "도곡동 7인회 같은 참모진이 모은 의견이 겨우 그 정도라면 인적 쇄신은 대표실이 우선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이상규 국민의힘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14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본인이 7간신에 못 껴서 그러신 거 아닌가"라며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아 "김 여사 활동 자제 및 김 여사 라인 포함한 대통령실 쇄신이 첫 단추"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보수 언론은 김 여사 라인 정리를 포함한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선거브로커 명태균 씨의 폭로로 김 여사의 정치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 여사가 대외 활동 자체를 자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이제 대통령실과 관저 주변의 김 여사 라인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며 "김 여사의 손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두면 김 여사가 겉으로 보기에 활동을 자제한다고 해서 김 여사의 당정 개입이 실제로 사라질 수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이라고 했다.
이어 "여권의 민심조차도 김 여사의 활동을 관리하기 위한 제2부속실 설치 같은 제도적 방지책에서 나아가 김 여사 관련 인적 쇄신까지 요구할 정도로 악화됐다"며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한 "첫 단추가 김 여사의 활동 자제와 김 여사 라인의 정리를 포함한 대통령실의 쇄신임은 말할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탄핵은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지만, 대통령도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불안 요소들을 해소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김 여사 장벽을 넘지 않고는 만사휴의(萬事休矣)"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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