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한국전력 하청업체 소속인 ‘도서 지역 발전소 노동자’의 불법 파견 인정 여부가 논쟁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국정감사 도마에까지 오르게 돼 향후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전 하청업체 JBC 소속 도서발전 노동자들은 지금과 같은 고용형태가 불법 파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실은 이들 JBC 소속 도서발전 노동자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고 부당해고 사태를 주요하게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6월 9일 광주지방법원에서 한전을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해 ‘한전이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법원은 한전이 퇴직자 단체인 한전전우회의 100% 지분을 가진 JBC에 하청을 주고 이들을 고용하게 한 점, 이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한 것 등을 이유로 불법 파견으로 인정하고 한전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전은 이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한전은 항소와 함께 JBC 노동자들에게 소 취하와 향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확약서를 작성할 것, 발전소 운영과 관련이 없는 한전 MCS라는 검침 자회사로의 전적에 동의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적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고용 불안 때문이다. 노조 측은 “한전MCS는 자회사라고 하지만 검침 회사”라며 “회사가 지속가능성이 있는 곳이면 모르겠지만 검침 인력을 AI로 바꾼다는 말도 있어서 구조조정 위험성도 있고 나중에 경쟁입찰을 통해 내쫓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전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은 JBC 노동자 184명은 지난 8월 15일 한전과의 위탁계약 종료를 이유로 해고 통보서를 받았다.
울릉도에서 근무했던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최대봉 도서전력지부장은 “전국 65개 섬 발전소에서 수십 년간 전기공급에 종사하던 섬마을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이번 JBC와의 계약 종료는 외부 기관에서 지적해온 퇴직자 단체의 특혜 의혹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추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회사로의 전환은 소송과는 무관하게 근로자 고용과 처우에 대한 불안 해소를 위한 한전과 근로자 간의 의견수렴 결과”라며 “개별 근로자들의 자율적 선택에 따라 전환이 진행됐으며, 다수의 근로자가 전환에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한전, 우월적 지위 이용해 해고”...한전 향한 의심의 눈초리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해 한전의 직접고용을 기다렸던 노동자들은 해고 통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 지부장은 “섬이라는 열악한 상황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를 자처했고 밥 먹을 곳, 잠잘 곳이 없어서 발전소의 비상 대기실에서 다 같이 잠을 자고 화장실 옆 한켠에 취사도구를 두고 직접 밥을 해 먹어가며 지킨 일터”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전의 업무지시를 받아 일하고 때로는 우리 할 일이 아닌 일도 한전의 지시가 있으면 다 수행했다”고 한전의 불법 파견 상황을 강조했다.
또한 노조 측은 한전이 JBC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접고용 의무가 있는 노동자들을 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노조 관계자는 “한전이 최근 JBC와의 수의계약을 해지했는데, 이 회사는 사업이 종료되니 저희의 고용을 유지할 수 없지 않으냐”며 “한전이 우리를 해고하는 수단으로 수의계약 해지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전과 JBC의 수의계약 문제는 30여년간 이어져 왔다. 민주당 허성무 의원이 공개한 ‘최근 10년 간 JBC 계약현황’에 따르면 한전과 JBC는 총 10건(5543억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감사원이 지난 2012년 한전에 제한경쟁입찰을 도입해 비용을 절감하라고 주문했지만, 한전은 이후에도 수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도서전력지부 강영진 사무국장은 “퇴직자 단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한두 해 문제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특혜 의혹을 해소한다는 것은 도서 노조를 해고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국감 지적으로 한전 입장 바뀔까
국회 산자위에서는 이번 문제를 단순한 해고 문제 이상의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송재봉 의원실은 “부제소확약서 작성 요구 등 노동자들의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 이관 과정에서 급하게 추진됐거나 논의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업무 이관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해 짚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서발전 노동자의 불법 파견 논란과 그에 따른 해고 사태가 국감에서 다뤄지게 되면서, 한전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고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회사 측은 이번 해고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감을 계기로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노조 측에선 이번 산자위 국감에 출석해 한전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부당해고 문제를 공론화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최 지부장은 “노동자들의 생계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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