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설영우는 왜 자신이 유럽진출을 갈망해 왔는지, 8개월 전 요르단전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을 통해 증명해냈다.
10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을 가진 대한민국이 요르단에 2-0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배한 뒤 같은 스코어로 복수에 성공했다.
한국은 2승 1무(승점 7)로 조 선두에 올랐다. 승점이 같고 골득실만 한국보다 적은 이라크와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4차전을 갖게 된다. 1위 결정전이다.
한편 요르단은 3차 예선 첫 패배를 당하며 1승 1무 1패로 조 3위가 됐다.
설영우는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배했을 때 가장 투지를 보여줬던 선수다. 이 경기 전반전 동안 한국의 유일한 공격루트가 설영우의 측면 돌파일 정도로 맹렬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 중 하나였던 설영우는 전반전의 폭발적인 질주와 달리 후반전에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말았다.
이후 세르비아 명문 츠르베나즈베즈다로 이적한 뒤 ‘유럽물’을 먹고 대표팀에 돌아왔다. 설영우는 즈베즈다에서 좌우 위치와 다양한 역할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전술 소화 능력을 늘려 왔다.
이번 경기에서 설영우의 비중은 작지 않았다. 자주 보여준 모습은 아니지만, 일단 공격을 위해 전진하면 오른쪽 윙어 이강인과 공을 잘 주고받으며 상대 측면을 교란하고 결국 크로스까지 성공하는 공격이 보였다. 아시안컵 당시 이강인과 측면 호흡이 썩 좋지 않았고 대회 중 왼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겼던 것에 비하면 두 선수의 합이 더 좋아 보였다.
도움도 기록했다. 왼쪽 윙어 엄지성의 크로스가 길게 흐르자, 오른쪽 측면으로 올라가 있던 설영우가 이 공을 주웠다. 그리고 킥 페인팅으로 수비 한 명을 제치며 왼발 크로스를 올려 이재성의 헤딩골을 이끌어 냈다.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설영우는 축구 통계 매체 ‘FOTMOB’이 세부기록으로 산출한 평점에서 8.4로 경기 최고 점수를 받았다. 도움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건 경합 성공률이었다. 설영우는 깔린 공 경합 10회 중 8회에서 승리했고 공중볼 다툼은 2회 중 1회 승리, 경합 성공 횟수 9회 및 성공률 75%로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상경합 성공 중에는 직접 공 탈취를 6회 시도해 5회 성공한 기록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설영우는 가로채기 1회, 리커버리 2회 등 수비적인 기록이 대체로 좋았다. 유럽 진출 직전 고질적인 어깨 탈구를 수술로 고친 뒤 한결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할 수 있게 된 설영우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 후 ‘풋볼리스트’의 현지 취재 기자와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설영우는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에 대해 “경기 전 홍명보 감독님이 무조건 올라가서 크로스 하라고 하셨다. 아시다시피 크로스를 많이 선호하는 선수는 아닌데 팀적인 약속에 따랐다”며 감독의 전술지시를 이행해 골을 만들었다고 했다.
요르단 홈 관중들은 한목소리로 쩌렁쩌렁한 응원을 펼쳤다. 이에 대해 설영우는 “유튜브에서 보셔서 알겠지만, 세르비아는 폭탄이 날아온다. 전쟁 속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전혀 주눅 드는 건 없었다”고 했다. 즈베즈다 경기에 비하면 중동 원정 정도는 별 것 아니라는 이야기다. 유럽진출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키운 것이 상대 홈 텃세를 이겨낼 수 있게 했다.
설영우는 “요르단은 우리한테 너무 큰 아픔을 준 팀“이라며 반드시 꺾고 싶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원정에서 어렵게 승리했지만,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한국 돌아가서 팬들의 응원에 승리로 보답해야 한다“는 각오까지 밝혔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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