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전략 통했나...카드사 연회비 수익 '오름세'

우리카드 '투체어스'(위)와 현대카드 프리미엄 카드 6종(아래). / 우리·현대카드 제공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카드업계가 고수익 고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연회비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업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수익성 타개를 위해 카드업계가 내놓은 전략이라 하겠다. 

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우리·KB·롯데·비씨·삼성·신한·하나·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연회비 수익 합계는 70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34억원) 대비 9.7%나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 한해 연회비 수익은 1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측된다.

카드사 별로 살펴보면 현대카드는 VVIP 고객을 대상으로한 프리미엄 전략을 더욱 공고히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25일, 6종의 프리미엄 카드상품을 재정비하면서 VVIP 카드인 '더블랙'의 연회비를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했다. 더블랙 카드는 현대카드의 초청(Invitation only)으로만 가입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용자로는 가수 지드래곤을 비롯해 배우 이정재와 BTS의 뷔 등이 가입 고객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모델 가수 아이유가 사용한다고 알려진 우리카드 '투체어스'는 연회비가 250만원으로, 우리은행의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인 투체어스에서 추천한 고객만 가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국민카드의 프리미엄 상품인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신한카드의 '더 프리미어 골드 에디션', 삼성카드의 '라움 오', 하나카드의 '클럽1(CLUB1)' 등이 대표적인 프리미엄 카드로 꼽히며 연회비는 200~250만원 수준이다. 

다만 이 같은 프리미엄 카드의 혜택는 업체와 상관없이 화려하다. 더 블랙 카드는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한도 제한 없이 결제 금액의 1.5%를 M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또한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특급호텔·공항 무료 발레파킹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는 4개의 프리미엄 카드 모두 공통으로 제공하는 혜택이다.

투체어스 카드는 연회비 250만원 상당의 포인트, 백화점상품권과 호텔 외식상품권을 제공해 더욱 쉽고 편리한 바우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동반 3인까지 전세계 럭셔리 공항라운지를 매월 8회 이용할 수 있으며, 국내 특급호텔 레스토랑 및 베이커리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국내 공항라운지, 국내 특급호텔 및 공항 발레파킹은 본인카드로 횟수 제한 없이 무료 이용할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고객들의 경우 연회비나 바우처 혜택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이에 카드사들도 이들의 니즈에 맞춰 더욱 프리미엄한 경험 제공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엔 연회비는 30만원 수준이지만, 억대 연봉자 인증이 필요한 신용카드가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달 15일 이른바 명함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앱으로 알려진 프로페셔널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와 손을 잡고 연봉 1억원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리멤버 블랙' 카드를 출시했다. 

해당 카드는 1억원 연봉을 리멤버에서 인증할 경우에만 발급이 가능하며, 가입자들은 '억대 연봉 인증배지'를 받아 리멤버 내 커뮤니티 등에 노출할 수 있다. 혜택으로는 최대 30만원 상당의 여행·쇼핑·호텔 등의 프리미엄 바우처, 전 세계 공항 라운지 연 6회 무료입장(동반자 포함), 최대 50% 하나머니 적립, 비자 시그니처 서비스 등이 있다. 

이 같은 프리미엄 전략은 본업인 카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진 카드사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카드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율은 38%였지만 올해 2분기는 그 비중이 33%까지 하락했다. 더욱이 올해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더 인하될 조짐이 보이면서 카드사의 프리미엄 전략은 더욱 공고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계속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카드사들이 더이상 수수료 수익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면서 "프리미엄 전략은 카드사들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타계책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플랫폼 업체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출시된 신용카드 44종의 연회비 평균은 11만3225원으로, 지난해(6만9583원)보다 63%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