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백년해로 향하는 75년 동반자…자손만 6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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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백년해로 향하는 75년 동반자…자손만 60여명

조이뉴스24 2024-09-30 07:4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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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인간극장'에 75년째 해로 중인 부부가 등장한다.

30일~10월 5일 오전 7시 50분 방송하는 KBS 1TV '인간극장'에는 75년을 해로한 96세 박철순 할아버지와 94세 김옥윤 할머니가 출연한다.

충남 부여군 감나무골. 한 동네 위 아랫집 친했던 두 아버지가 맺어줬다는 스물한 살 총각과 열아홉 처자는 연애가 뭔고, 손도 안 잡아보고 부부의 연을 맺었단다. 그렇게 75년을 해로한 박철순 할아버지와 김옥윤 할머니. 슬하에 사이좋게 딸 넷, 아들 넷을 두었다. 총각 시절 할아버지가 직접 지은 집에서 8남매가 복작대며 살았지만, 지금은 부부만이 느릿느릿, 풍경처럼 고향집을 지키고 있다.

인간극장 [사진=KBS ]

인간극장 [사진=KBS ]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부부의 집 앞에는 단정한 채마밭이 펼쳐져 있다. 매일 둘러보는 텃밭에는 자식들 주려고 심은 콩, 고구마, 가지, 호박이 주렁주렁, 알차게 자라고 있다. 아흔여섯 할아버지는 귀만 좀 어두울 뿐, 20kg 소금 자루도 번쩍 들어 이웃집 배달까지 해주고, 예초기를 둘러메고 부모님 산소의 벌초도 손수 한다. 백 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짱짱한 일상, 그런 할아버지에겐 아들이 사준 애마, 세 발 오토바이가 있다. 할머니가 챙겨주는 헬멧을 쓰고 버스정류장으로 딸 마중을 나간다. 옥윤 할머니는 젊어서 농사지으며 온 동네 길쌈을 다 했더니, 어깨 연골이 다 닳아버렸단다. 그럼에도 여전히 살림을 직접 하신다. 무엇보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남편이 넘어지기라도 할까 할아버지 뒤를 따라다닌다.

부부만 사는 조용한 고향집, 시도 때도 없이 8남매의 안부 전화가 걸려 온다. '뜨거운 데 밭에서 일하지 마시라, 가만히 집에만 계셔라' 당부에 또 당부. 그러나 당치도 않다. 철마다 자라는 먹을거리는 저절로 나겠는가, 밭에 약 치고 풀을 뽑고 왔지만, 자식들에겐 절대 일 안 한다고 시치미를 뚝 떼신다. 하지만 부모님 성정을 모를까, 8남매는 무시로 고향집 부모님을 찾아오는데, 그런 날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오매불망 동구 밖만 내려다본다.

시집가기 전까지 부모님과 농사를 지었다는 셋째 미자(69) 씨, 돌아가시고 후회한들 다 부질없는 일이라며, 한 번이라도 더 내려와 식사를 챙겨드리고, 연꽃 나들이를 모셔 가고, 저녁이면 말벗을 한다. 인천 사는 여섯째 상준 씨는 벌초 가는 아버지를 살뜰히 모신다. 팔 남매가 모두 효녀 효자요, 동기간 우애는 말할 것도 없다. 자식 모두 귀하지만 특히나 막내 아들은 '두 번 사는 아들'이라는데. 15년 전 생사의 기로에서, 스무 살 조카의 간을 이식받았다. 그때를 떠올리면 백발의 노모는 가슴이 먹먹한데, 생때같은 아들이 삼촌을 위해 내린 결정에, 큰며느리는 오죽했을까.

어느덧 가을, 추석을 앞두고 철순 할아버지네 집이 들썩인다. 큰아들부터 어린 증손주에 집안 남자들이 다 모여드는데, 집안 산소 벌초하는 날이다. 예초기를 둘러메고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할아버지는 그저 흐뭇하다. 철순 할아버지와 옥윤 할머니는 오늘도 해 뜨면 대문을 열고, 가을볕에 자식들에게 줘야 할 참깨를 넌다. 가을무는 잘 자라는지 밭을 들여다보고, 할머니 다니는 길에 의지하라고 말뚝도 박아준다. 그러면 부엌에서는 할머니가 단출한 밥상을 차리고, 참전 용사 모임 가는 할아버지 옷도 단정하게 챙겨준다. 함께 한 75년, 가난했으나 자식들 보며 살아냈고, 이제 부부의 자손만 60여 명, 4대를 이루었다. 굽이굽이 인생길을 돌아보니, 참으로, "인생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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