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9월,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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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 9월,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의 진수"

뉴스앤북 2024-09-18 12:33: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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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뉴스앤북 = 이나래 기자] 부산 동구 초량육미거리는 삼시 세끼로 부족한 미식 탐방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역 광장에서 8차선 대로를 건너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초량육미거리는 접근성이 뛰어난 곳으로, 육미(육가지 맛)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육미는 돼지갈비, 돼지불백, 돼지국밥, 밀면, 어묵, 곰장어를 포함한 다채로운 메뉴를 뜻한다.

이 지역이 맛의 중심지가 된 이유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다양한 음식 문화가 발전했고, 1960~1970년대에는 노동자들이 고된 하루를 마친 후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위로를 받았다.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초량육미거리는 영양 만점의 밥상과 술안주로 손색없는 메뉴를 제공하며, 미식 탐방에 나서기에 최적의 장소다.

부산은 ‘돼지고기 음식의 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에 정착한 팔도 사람들의 음식이 녹아들어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문현동의 돼지 곱창, 부평동의 돼지 족발 등 다양한 음식이 떠오르지만, 초량동의 돼지갈비와 돼지불백을 빼놓을 수 없다. 초량전통시장과 접한 초량동 돼지갈비골목은 노포가 모인 곳으로, 삼대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이곳은 육미의 첫 번째 맛인 돼지갈비를 제공하며, 사장님은 “불판 나이가 환갑이 넘어요. 우리 할머니 때부터 쓰던 거니까 올해로 예순셋”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노포는 요즘 세대에게 레트로 감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대를 이어 찾는 손님들이 많다. 초량육미거리를 걷다 보면 갈비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후각이 발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초량천을 따라 오르면 육미의 두 번째 맛인 돼지불백을 만날 수 있다. 초량 돼지불백은 바쁜 택시 기사들에게 ‘집밥’과 다름없는 존재로, 불고기와 공깃밥을 줄인 불백(불고기 백반)으로 불린다.

빨간 양념으로 버무린 돼지고기를 불판에 구워 상추와 무생채와 함께 싸 먹으면 밥 한 그릇을 쉽게 비울 수 있다. 부산고등학교 입구의 노상 공영주차장 주변에는 돼지불백 가게들이 즐비하며, 그 맛은 세월이 입증한다.

육미에는 돼지국밥이 빠질 수 없다. 육수에 돼지 내장과 부속물을 넣고 끓이면 진한 고깃국이 완성된다. 가마솥에 푹 삶은 돼지 수육은 잔칫상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음식으로 변주된다.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초량육미거리에서는 돼지국밥 토렴하는 소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국자와 뚝배기가 박자로 부딪히는 소리는 즉흥곡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부산 돼지국밥은 육수에 잡내가 없고 고소하면서도 가볍지 않다. 만

화가 허영만은 프로그램에서 “부산 돼지국밥이 먼저냐, 밀양 돼지국밥이 먼저냐 따지지 마소. 국밥은 따뜻할 때가 맛있으니까”라고 언급했다. 뜨끈한 국물은 여행의 시작과 끝을 기억하게 만드는 맛이다.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에서는 개운한 맛으로 밀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고유명사가 된 부산밀면은 한국전쟁 때 북에서 온 피란민들이 구호품으로 받은 밀가루로 시작됐다.

차가운 국물에 말아 먹는 물밀면과 매운 양념에 비벼 먹는 비빔밀면 중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친구와 함께 가면 각각 다른 종류를 주문하고 육전을 추가하면 후회가 없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는 새콤한 감칠맛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각 집마다 조리법이 다르며, 거무스름한 육수는 한약재를 넣어 깊은 맛을 낸다. 부산 사람들이 왜 사시사철 밀면을 찾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양이 많아 한 끼로 충분하다.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의 다섯 번째 맛은 어묵이다. 길거리 음식으로 가볍게 여기기에는 어묵의 진화가 놀랍다. 부산역 광장에 위치한 어묵베이커리는 오픈 키친 같은 조리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수제 어묵 70여 종 가운데 원하는 것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초량전통시장에도 영진어묵 본점이 있어 언제든 신선한 어묵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육미의 대미는 곰장어가 장식한다. 곰장어구이는 고소하면서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원래 이름은 먹장어인데, 경상도 사투리로 꼼장어로 불린다. 전국의 먹장어는 대부분 부산에서 나고 유통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게 입구에서 곰장어를 손질하는 모습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소금구이는 풋고추와 양파를 썰어 넣고, 양념구이는 초고추장 양념으로 준비된다.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초량육미거리에서 ‘초량이바구길’ 표지판이 자주 눈에 띈다. 이 길은 부산역 앞 8차선 대로 맞은편이 시작점이다.

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원도심을 따라 산복도로를 향해 오르면 근현대 부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초량동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면서도 자유롭고 역동적인 동네다.

초량이바구길 초입에는 부산 구 백제병원이 있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으로, 현재는 카페 ‘브라운핸즈백제’와 창비부산이 자리하고 있다.

창비부산은 창비출판사가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열려 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담고 있는 이 공간은 그 자체로 큰 힘을 발휘한다.

168계단이 끝나는 지점에는 명란브랜드연구소가 있다. 부산 동구청이 직영하는 이곳은 ‘뷰 맛집’으로 알려져 있으며, 음료와 명란을 활용한 음식, 상품을 판매한다.

2층 통창으로 초량동과 북항, 부산항대교를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부산 최초 근대식 물류 창고인 남선창고 이야기를 더해 명란젓의 발상지 초량동의 역사를 전한다.

망양로 산복도로는 구불구불 이어지며 바다를 바라보는 길이 이어진다. 이곳은 하꼬방(판잣집)과 루핑집이 세월을 지나 어떻게 변했는지를 조명하는 전시관도 있어, 초량육미거리의 다양한 맛과 함께 우리 삶의 멋을 향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부산 초량육미거리와 주변의 볼거리들은 미식 탐방뿐만 아니라 근현대 부산의 이야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한다. 여행 코스를 계획할 때, 초량육미거리와 초량이바구길을 포함시켜 부산의 다양한 매력을 만끽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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