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디지즈 X(감염병 X)"라는 별명을 가진 질병이 차기 글로벌 팬데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 예측에 따르면, 향후 10년새 코로나19 규모의 팬데믹이 일어날 확률은 25%에 달한다.
그 원인은 인플루엔자나 코로나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 때문에 그 팬데믹이 다시 일어나는 것도 두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AI가 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까?
캘리포니아에 있는 과학자들은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분석해 미래 팬데믹을 예측하는 'AI 기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이 연구에는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UCI)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팬데믹 예방을 위한 예측 인텔리전스 기금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기금은 "미래 팬데믹의 영향을 식별, 모델링, 예측, 추적,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연구에 사용된다.
캘리포니아대의 연구는 2015년부터 수집된 23억 개의 미국 트위터 게시물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해 UCI 및 UCLA 연구진이 이전에 진행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UCI 컴퓨터과학과의 첸 리 교수가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X(과거 트위터)에서 수십억 개의 트윗을 수집했다고 말했다.
첸 교수에 따르면, 이 분석 도구는 어떤 트윗이 의미 있는지를 파악하고 알고리즘을 훈련시켜 향후 팬데믹의 조기 징후를 감지한다. 또한 향후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을 예측하고, 공중 보건 정책의 잠재적 결과를 평가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가오는 전염병의 징후가 될 수 있는 중요한 현상을 식별하고 분류하는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그는 또 공중 보건 부처와 병원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 도구가 "확산된 바이러스의 치료 효과를 평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 도구가 의존하고 있는 플랫폼 X는 일부 국가에서는 접근이 차단되어 있다.
첸 교수도 “미국 외 지역에서는 데이터의 가용성이 엇갈리고 있다”고 인정했다.
"지금까지는 미국 내부만 집중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 세계로 범위를 확대할 때 나타날 수 잇는 데이터 부족과 잠재적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의대와 옥스퍼드대가 함께 개발한 '이브스케이프(EVEScape)'라는 AI 도구는 새로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측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2주마다 새로운 변종 순위를 발표하고 있으며, 이 도구가 HIV와 인플루엔자 등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정확한 예측을 했다고 말했다.
이브스케이프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 타다니 니키는 “우리 접근법이 가진 강점 중 하나는 팬데믹 초기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백신 제조업체와 치료제, 특히 항체를 식별하려는 사람들이 향후 1년 후에 어떤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빠르게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데이터 과학 및 AI R&D 담당 부사장인 짐 웨더럴도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이 거대 제약회사는 새로운 항체의 발견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한다. 항체는 신체의 면역 체계가 유해한 물질과 싸우기 위해 사용하는 단백질이다. 항체는 새로운 백신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웨더럴은 아스트라제네카가 “항체의 라이브러리를 생성하고 선별하여 실험실에 최고 품질의 예측을 제공함으로써 테스트해야 하는 항체 수를 줄이고 표적 항체 단서를 식별하는 시간을 3개월에서 3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에서 보았듯이 바이러스의 잠재적 변동성은 빠르게 변이하는 표적을 따라잡기 위해 더 빠르게 후보를 식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인 만큼 이 빠른 속도는 팬데믹 대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를 둔 ‘전염병 대비 혁신 연합’(CEPI)은 이브스케이프에 자금을 지원한 기관으로, AI를 전염병과 팬데믹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평가한다.
CEPI의 프로그램 및 혁신 기술 담당 이사인 윤인규 박사는 “가능한 한 폭넓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하는 일은 이 준비 과정의 속도를 높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AI는 여전히 발전하고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는 여전히 입력되는 정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우리가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AI가 이를 평가하고 분석하여 예측할 수 있다고 해도 이는 입력된 정보를 기반으로 합니다. AI는 하나의 도구이며, 이 도구는 다음 팬데믹 대비의 품질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다음 팬데믹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 있습니다. AI를 어디에 적용할지는 사람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필립 압델말리크 박사도 AI의 효능에서 사람이 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WHO의 인텔리전스, 혁신 및 통합 부서의 책임자인 그는 AI가 확실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특정 증상과 관련된 징후를 포착하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잠재적인 위협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잠재적으로 위험한 치료법을 옹호하는 경우 이를 포착해 WHO가 개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이점과 더불어 문제점도 있다고 했다.
AI가 우리를 대신해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압델말리크 박사는 AI의 윤리적 사용과 공평한 대표성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내가 검토하지 않은 정보를 입력해서 잘못된 정보가 많이 들어가거나 그 정보들이 특정 하위 집단만을 대표한다면, 내가 얻게 될 정보도 일부 하위 집단만을 대표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많이 포함하게 될 것입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이죠."
하지만 전반적으로 전문가들은 AI의 발전으로 인해 다음 팬데믹 대비에 있어서는 좀 더 나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타다니 니키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분야에 대해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의 모델(AI 도구 이브스케이프)을 비롯해 전염병학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과 팬데믹 이전에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팬데믹을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와 통합하는 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앞으로 팬데믹 대체에서 조금이나마 더 안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미래의 팬데믹에 더 잘 대비하기 위해 자신이 연구해온 기초 생물학 및 모델링 분야뿐만 아니라 역학 및 공중보건 분야에서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했다.
압델말리크 박사 역시 "3년 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팬데믹이 닥쳤을 때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신뢰입니다. 기술은 우리를 제약하는 요인이 아닙니다. 우리는 관계와 정보 공유,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모두가 이런 말을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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