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의 네 번째 개인전, 《루프: 개를 흔드는 꼬리》는 필름이란 희미해진 별과 필름-시네마 매체-환경이란 쇠퇴한 성좌를 향해있다. 세상의 빛을 은 입자의 힘으로 얇은 지면에 안착시킨 후, 릴의 자전과 투사의 힘으로 어두운 외계를 향해 세상을 은하수처럼 다시 펼쳐 보이던 재현 기술의 별무리. 융성했던 이 성단은 이제 재현-매개의 은하 변방으로 밀려난 것처럼 보인다. 전시는 시간 저편으로 내쫓긴 한 재현 매체의 흐름을 따라, 이제 우주의 중심에 자리 잡은 기술이란 은하계의 유일무이한 회전력을 반추한다. 효율성, 편리성, 즉시성, 비매개성으로 관측되는 우주 중심의 이 무시무시한 힘은 모든 사물과 체계를 , 인간과 사회를 블랙홀처럼 끌어당기며 각각의 운동과 질서를 재편하는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전시는 진보를 향한 기술의 직선적 속도에 분명 탑승해있다 믿었던 사물과 인간들이 기술의 힘에 붙잡혀 일정한 궤적을 맴돌게 되어버린, 동시대의 기묘한 본말전도의 상황을 그려낸다. 동시에 기술의 원심력으로 인해 원래의 연결에서 튕겨 나와버린 사물과 인간을 반복과 회귀, 역전과 도치를 담은 알레고리로 얽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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