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서효림 기자] 고부가 ‘스페셜티’가 석유화학 불황을 타개하는 열쇠가 됐다. 고부가가치 소재를 뜻하는 스페셜티를 먼저 발굴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기업은 실적이 반등했고,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높을수록 불황의 골은 깊다. 롯데정밀화학은 2016년 삼성정밀화학에서 롯데로 이전하면서 염소·셀룰로스 계열 정밀화학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충했다. 조금 늦게 시동 걸렸지만, 단단하게 걸린 드라이브는 연쇄 효과를 내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케미칼부문 올해 상반기 매출(2819억원) 비율은 암모니아 25%, 에피클로로히드린(ECH) 13%, 가성소다 10%, 유록스 5%로 구성된다. 국내 최대 규모 암모니아 저장 설비(9만3000톤)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 입장에서 암모니아 가격 반등과 새로운 성장 가능성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저장 설비 보유 ‘암모니아’… 탄소중립 위한 수소운반책 ‘급부상’
최근 탄소중립과 함께 수소 에너지가 주목받으며 암모니아가 수소 운반책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원가경쟁력 하락을 이유로 2011년 나프타를 원료로 한 암모니아 생산을 중단했으나, 저장 탱크 및 파이프라인을 활용한 저장·공급 인프라 사업은 이어왔다. 청정 암모니아 공급망을 넓히기 위해 선박 운송, 재수출 설비 등 인프라에 투자도 계속한다.
상반기 ECH 평균 마진은 전분기 대비 18.7% 하락해 수익성이 좋지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사수혜’를 기대했다. 위 연구원은 “중국 내 ECH 설비 원가 경쟁력 하락에 따른 반사 수혜로 케미칼 부문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 전망했다.
◇ 국내3위 가성소다 생산능력…수요 증가, 마진율 견고
롯데정밀화학은 가성소다 생산능력(연간 35만t) 기준 국내 3위 수준이다. 가성소다는 섬유, 의약, 제지, 세제 등 화학산업 분야에서 기초 원료로 사용되는데 국내 배터리 소재·리사이클 업체의 증설로 가성소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정밀화학은 가성소다에서 견고한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다.
유록스는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촉매 환원제 용액으로 롯데정밀화학 독자 브랜드다. 그간 몇 차례 요소수 대란을 겪으면서 정부가 자립을 추진하고 있어 정부 지원의 요소수 생산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상황에서 롯데정밀화학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롯데정밀화학 그린 부문 매출(1402억원) 비율은 산업용(메셀로스, 헤셀로스) 21%, 식의약용(애니코트, 애니애디) 10% 등이다. 이들 제품은 건축, 코팅, 의약, 식품 등 광범위한 산업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산업용은 부진했으나, 식의약용은 수익률을 유지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린소재가 더 이상 중장기 성장 동력원이 아니라 회사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로 확고하게 이미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호재에 호재를 더한 롯데정밀화학의 하반기는 희망적이다.
◇ 스페셜티 증설 투자 마무리…호재에 호재 더해
롯데정밀화학 영업이익은 2022년 4040억원에서 2023년 1550억원으로 줄었다. SK증권이 예측한 올해 영업이익은 1410억원이다. 해마다 줄어드는 영업이익은 비단 업황 때문만은 아니다. 스페셜티 비중을 일찌감치 높인 금호석유화학은 호실적을 올리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2016년 롯데그룹 편입 후에 신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사업 구조 재편 포트폴리오가 동종업계에 비해 늦은 편이다. 2018년 헤셀로스 증설을 시작으로 3500억원 규모의 그린소재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에 대한 증설 투자는 이제야 끝이 보인다.
투자에 비해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이나 대표제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롯데정밀화학은 관련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계획된 투자금액인 1830억원 중 740억원은 그린소재 증설에 쓰인다.
김용석 롯데정밀화학 대표는 “상반기에는 정기보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현상액 원료(TMAC) 증설 물량의 판매 확대 등 고부가 제품들이 수익성을 이끌었다”며 “하반기에는 염소계열 제품의 시황 개선과 식의약용 셀룰로스 소재의 판매 확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며 청정 암모니아 사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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