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경제가 지나치게 냉각되지 않도록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경기침체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려 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발표된 새로운 고용지표는 연준에 안도감과 우려를 함께 안겨줬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평가했다.
이날 미 노동부는 8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7월 고용 증가폭은 종전 발표 때의 11만4000명에서 8만9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8월 고용 증가폭은 7월보다 커졌으나 직전 12개월간 평균 증가폭 20만2000명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 전망치 16만1000명도 밑돌았다.
7월 지표의 하향 조정 역시 미국의 고용 사정이 익히 알려진 것보다 더 약화했음을 의미한다.
앞서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에서 미국의 고용시장 냉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장에서는 7월의 고용악화가 일시적인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8월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운 바 있다.
이날 함께 발표된 8월 실업률은 7월의 4.3%보다 낮아진 4.2%로 나타났다. 8월 실업률은 전문가들의 예상 수준에 부합했다.
앞서 발표된 7월 실업률은 2021년 10월의 4.5% 이후 2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해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된 바 있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 혼재
NYT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지 붕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평했다.
이번 보고서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지 2년도 넘은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연준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달에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인하할지 추측만 무성하다.
연준은 2022년부터 금리를 인상해왔다. 과열된 경제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당시 고용이 급증하고 임금 상승은 강세를 보였다.
연준은 이런 환경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저절로 사라지지 않으리라 우려했다. 연준은 결국 기준금리를 20년만의 최고치인 5.3%로 끌어올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인플레이션이 크게 누그러지고 임금 상승 속도도 꾸준히 둔화하고 있다. 연준은 과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려 점점 더 신중해지고 있다.
연준은 고용시장과 경제를 지속가능한 속도로 되돌렸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둘 가운데 어느 것도 붕괴시키고 싶진 않을 것이다.
이것이 연준이 금리인하를 준비 중인 이유다. 문제는 연준 관계자들이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지 0.5%포인트 내릴지다.
이것이 월스트리트가 6일 발표될 고용보고서에 집중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연준, 두 규모의 금리인하 가능성 열어둬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모두 들어 있었다.
때문에 연준 관계자 두 사람은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어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도 두 규모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8월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미국의 현 경기상황에 부합하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행사 중 8월 고용지표에 대해 “그동안 목격해온 경기둔화, 노동시장 냉각 상황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시장 냉각을 고려할 때 지금이 금리인하 개시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평했다.
그는 “경제가 현재 균형상태에 있고 인플레이션이 2%로 둔화하는 경로에 있어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긴축 수준을 줄이는 게 적절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9월 FOMC 회의에서 ‘빅컷(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할지에 대해서는 추가 힌트가 없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일부 애널리스트에게 9월에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월러 이사는 이날 뉴욕 외교관계위원회 주최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둔화, 노동시장 열기 식히기 노력이 성과를 내고 지속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때가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금리인하 폭과 횟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순항하고 있는만큼 노동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한다면 연준은 금리인하 폭을 더 키워 대응해야 한다”며 “이는 경제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연준이 여러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첫 금리인하가 마지막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과 고용이 연준의 장기 목표치에 근접해가고 노동시장은 둔화함에 따라 일련의 인하가 적절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금리인하 속도와 정책금리의 최종 폭에 대한 결정을 지금 내릴 수 없다”며 “이는 미래에 달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하 속도와 폭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며 “향후 데이터에서 대폭 인하 필요성이 제시되면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 이후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하가 소폭으로 개시된 뒤 조정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실망감 때문일 수 있다. 그의 발언 이후 9월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NYT는 연준이 차입비용을 낮추기 시작하면 낮은 금리가 경제 전반에 서서히 스며들어 경제성장이 지나치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준의 차입비용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 덕에 이미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수요를 지탱하고 고용시장이 더 크게 둔화하는 것을 막는 데 한몫할 수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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