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현일 기자] 제너럴 모터스(GM) 쉐보레 브랜드의 ‘리얼 아메리칸 픽업’, 콜로라도가 3세대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왔다. 이전 대비 날렵하고 세련된 외관을 비롯해 내부 디자인, 프레임, 동력장치(파워트레인), 시스템 등 많은 것이 변한 데다 차체 역시 커진 만큼 이전과 다른 차로 환골탈태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 지난 2022년 하반기 출시됐음에도 국내에는 다소 늦게 들어온 느낌이 없잖아 있었는데, 긴 기다림 덕분이었는지 국내에서는 지난 7월 출시 하루 만에 초도 물량인 400대가 완판되는 등 픽업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그 수요가 적잖은 듯하다. 참고로 ‘픽업(Pickup)’이란 트럭의 일종으로, ①적재함 덮개가 없고 ②휠하우스가 적재함 영역에 걸쳐있으며 ③적재함을 여닫는 ‘플랩’이 후면에만 있는 차량을 뜻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외관의 변화다. 솔직히 이전 세대 모델은 아무리 픽업이라지만 예쁘다거나 멋진 느낌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픽업이라는 차종이 다소 주류에서 벗어나 있기도 하나, 상대적으로 이 모델에 관심이 덜 갔던 이유가 생김새에서 오는 밋밋함 때문이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고 싶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전면부에서 멋이라는 것이 뿜어져 나온다. 트랙스나 트레일블레이저의 세련되고 날렵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든든하고 묵직한 픽업용으로 재해석해 훌륭한 변용을 이뤄냈는데, 두터운 전면부 그릴, 넓어진 휠하우스 등이 특히 매력적이다. 차체를 전체적으로 좀 더 각지게 다듬었더라면 한층 일맥상통한 디자인이 됐겠다는 생각이 스치긴 하지만,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노라면 그런 불만은 금세 자취를 감춘다.
실내는 이전 세대는 물론, 다른 쉐보레 모델들과 비교하더라도 한층 더 멀쑥한 인상이 됐다. 오히려 트랙스나 트레일블레이저보다 정돈된 듯도 한데, 아무래도 널찍한 대시보드를 갖췄음에도 디자인이나 기능적 요소를 덧붙이지 않고 여백의 미를 둔 것과 직선적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효험을 본 듯 하다. 내장재는 엔트리 모델들 대비 좋아지긴 했지만 원가절감이 이뤄진 부분도 눈에 띈다.
광활한 적재함과 달리 내부 공간이 여유 있는 타입은 아니다. 2열 머리 공간(헤드룸)과 다리 공간(레그룸)은 각각 174cm 성인 남성 기준 주먹 1개에서 1개 반이 약간 못 들어가는 정도가 남는다. 다만 2열 뒷유리를 여닫을 수 있는 슬라이딩 글라스를 적용해 적재함과의 연결성이 높고, 2열 시트 아래와 뒷문(테일게이트)에 있는 숨겨진 수납공간 덕에 추가적인 적재 여력은 있다.
외적인 변화에 더불어 온·오프로드(포장·비포장도로)를 가리지 않는 훌륭한 주행성능은 3세대 콜로라도에 ‘만능형 픽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선 픽업 치고는 주행감이 상당히 경쾌하다. 민감한 편인 가속 페달 덕분인 듯도 하지만, 2세대의 3.6ℓ V6(6기통) 엔진 대신 2.7ℓ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되면서 승용 모델 성향이 강해진 덕분이 아닌가 싶다. 육중한 차체를 엔진이 버거워하는 느낌이 거의 없어 고속도로도 거뜬한데, 토크가 54kg/m(킬로그램 퍼 미터)로 이전 대비 42% 향상돼 짧은 구간에서의 펀치력이 좋아진 것이 유효하게 작용한 듯하다. 물론 저속에서 고속단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의 터보랙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존의 대형 픽업이나 오프로드 SUV들 대비 다루기 쉬운 점 역시 온로드용에 적합한 이유다. 대부분 육중한 차체를 가진 모델들은 브레이크를 밟는 힘이 상당히 많이 필요해 장거리 운전 시 피로감이 큰데, 콜로라도의 경우 승용차 대비 힘이 다소 필요하긴 하지만 적당히 두툼한 정도라 상대적으로 피로감이 덜한 덕분이다. 오토 홀드의 부재가 아쉽지만, 온로드에서 2시간가량 운전하는 동안 발에 엄청난 무리가 간다는 느낌은 없었다.
여기에 안전 기능도 대거 도입돼 일반 승용 모델들에 준하는 스마트함도 확보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전방 자동 제동 △후방 보행자 감지 △차선 유지 보조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사각지대 경고 스티어링 보조 △후측방 경고 및 제동 등 이전 세대에는 없던 기능들이 정말 많이 추가됐는데, 최근의 승용 모델들의 성능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모습은 갖추게 됐다. 장족의 발전.
온로드도 훌륭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정말 발군의 성능을 보여준다. 시승 코스 중 큼직한 돌들이 가득한 곳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차체가 운전자가 느낄 흔들림을 다 가져가 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오죽하면 ‘시트 가죽이 미끄러워서 엉덩이가 미끄러지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럴 리가. 그저 거친 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게 조합된 서스펜션과 강력한 엔진의 조화가 훌륭할 뿐이다. 역시 ‘픽업의 본고장’에서 온 제품다운 면모.
오프로드 전용 주행 모드도 잘 돼 있다. 2륜과 4륜을 오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전후좌우로 차체가 흔들리는 피치 & 롤을 잡아주는 기능이나 높은 내리막에서 천천히 내려갈 수 있도록 속도를 한정하는 ‘힐 디센트’, 차량 하부에 달려 노면을 확인하는 ‘언더 바디 카메라’ 등으로 웬만한 험지는 거뜬하다. 견인력도 이전 대비 좋아진 만큼, 정말 이거 하나만 있으면 모든 활동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만 엔터테인먼트적으로는 ‘담백한 차’라는 표현을 붙이고 싶다. 인포테인먼트 기능들이 차를 기동하는 데에 집중돼 있는 데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돼 있긴 하나 체급을 고려했을 때 명료함이나 공간감은 살짝 아쉬운 편인 만큼 오락적으로는 취약한 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무선 충전이 원활하지 않은 것 등 편의성에서의 아쉬움도 있으며, 실연비가 5~6km/ℓ인 만큼 이 또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멋지고 훌륭한 부분이 많은 차량이지만, 애석하게도 이전 대비 가격이 너무 크게 뛰어버린 탓에 콜로라도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이번에 출시된 3세대 Z71 트림(7279만원)과 동급이었던 2세대 Z71-X 트림의 가격은 4540만원으로, 이전 대비 약 2800만원 저렴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엔트리급이었던 녀석이 갑자기 미드 사이즈급으로 가격이 올라버렸으니, 그 충격이 상당할 수밖에.
미국 현지와 비교하더라도 가격이 많이 뛰긴 했다. 쉐보레 미국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3세대 콜로라도 Z71 트림의 가격은 4만2095달러로, 1달러 당 1330.50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5600만원이다. 비록 395~495달러(약 52~66만원)에 해당하는 외장 색상을 무료화하는 등 일부 옵션을 단일·간소화해 국내 소비자들을 배려한 부분도 있으나, 한국에 들어온 순간 상위 체급인 실버라도에 준하는 가격을 형성하게 된 점은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수입사인 GM 한국사업장 입장에서도 나름의 할 말은 있는 상황이다. 디자인 변화는 물론 다수의 고급 사양을 새로 탑재해 아예 다른 차가 되다시피 한 데다, 널뛰고 있는 원·달러 환율, 제반 비용 향상 등 가격 제고 요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그간 수입 모델의 가격을 최대한 소비자 친화적으로 맞추려 노력해 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가격에 큰 거품이 끼진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간 GM 한국사업장에서는 GMC 시에라 드날리, 쉐보레 트래버스 등 수입 모델들의 가격을 미국에 준하거나 소폭 낮게 책정했던 바 있다.
가격 페널티 크지만... 고급 SUV 수요 끌어올 수만 있다면
가격이 오른만큼 판매층이 좁아진 점은 아쉽겠으나, 오프로드 강점에 준수한 온로드 주행 성능으로 높은 범용성, 멋진 외관까지 갖춘 만큼 아이러니하지만 3세대 콜로라도가 오히려 이전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모델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쉽진 않겠지만 이러한 매력에 기반해 고급 SUV의 수요를 일부 끌어올 수만 있다면, 충분히 그 가치를 다했다는 평가를 받을 순 있을 것 같다. 내년 출시될 기아의 첫 픽업, ‘타스만’과의 대결구도가 과연 어떻게 그려질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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