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추석 영화 대전'이 사라졌다. 해마다 추석 연휴는 극장가 성수기로, 여러 편의 '대작'이 개봉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제작비 100억 원 이상 규모의 한국영화는 '베테랑2' 단 한 편뿐이다. 왜일까.
이번 추석 연휴는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이어진다. 추석을 전후로 9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베테랑2' '그녀에게' '딸에 대하여' '바리데기' '기기묘묘2' '장손'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트라비아타' '수유천' '정국: 아이 엠 스틸' '오빠 남진' '해야 할 일' 등이다. '베테랑2'를 제외하곤 저예산 독립영화이거나 다큐멘터리영화다.
이에 이미 개봉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라있는 '파일럿'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등이 오히려 추석 연휴 동안 '뒷심'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달랐다. 길었던 펜데믹이 끝나고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었다고 판단한 대형 배급사는 저마다 '흥행 배우'를 앞세운 야심작으로 추석 흥행을 노렸다.
강동원 주연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송강호를 필두로 임수정, 전여빈, 오정세, 정수정, 장영남 등 초호화 라인업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거미집', 하정우·임시완 주연, 마라토너 손기정, 서윤복 실화를 다룬 영화 '1947 보스톤'이 추석 연휴에 정면으로 맞붙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지만, 손익분기점 24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이 450만 명인 '1947 보스톤'은 100만을 힘겹게 넘었다. '거미집'은 충격 그 자체였다. 손익분기점이 200만 명인데 개봉 이후 2주 동안 30만 명밖에 모으지 못했다.
많은 제작비를 들인 이른바 대작 영화도, 대형 제작·배급사도, '천만 배우'도 의미 없었다. 연휴도 올해 추석보다 하루 길었다. 개천절까지 포함해 6일을 쉬었는데도, 관객은 극장을 외면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작년 추석 연휴인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311만 3182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있는 '파일럿' 한 편이 450만 관객을 돌파한 것과 비교해 처참한 기록임을 알 수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 정도일 줄이야"라며 한탄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긴 연휴를 '극장 영화'에 소비하지 않았다. 집에서 편안하게 OTT 시리즈를 시청했다. 또 무더위가 한풀 꺾이자 야외로 나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반응'도 좋지 않았다. 폭발적으로 관객을 끌 만큼 재미있는 작품이 없었다는 것이 추석 연휴 '폭망'의 이유로 드러났다.
지난해 '추석 연휴 폭망'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대형 배급사들은 서로 짠 듯이 '추석 연휴'를 피했다. 이런 가운데 9년 전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2'만 자신 있게 추석 연휴 흥행을 정조준했다.
류승완 감독 신작, 황정민·정해인 주연 '베테랑2'만 수월해 졌다. 이미 많은 관객이 기대하고 있는 작품인 만큼 '흥행'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여기에 추석 연휴를 전후로 개봉하는 9월 신작 '비틀쥬스 비틀쥬스' '오지, 사라진 숲을 찾아서' '트랜스포머 ONE' 등 할리우드 영화들이 나름의 흥행 전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나 배급사는 '손해'가 없을테니 일단 안심할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에겐 아쉬움이 따른다. 긴 연휴, 극장 영화의 선택 폭이 좁아져서다.
영화의 흥행 공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재미있으면 본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 관객을 만족시킬만한 재미있는 작품이 그렇게 없는 것일까.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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