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發 계엄령 준비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부가 계엄으로 탄핵위기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탄핵 직전에 기무사가 비밀리에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한 사례가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나치식 선동" "국기문란"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현재 의석 구조수를 감안하면 계엄령이 실익이 없다는 주장과 정권 유지를 위해 충분히 검토 가능하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김병주, 민주 전당대회서 계엄령 준비설 의혹 제기
이재명, 여야대표회담서 계엄설 언급.. 대통령실 "나치식 선동" 국힘 "국기문란"
계엄령은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 및 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다.
계엄설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처음으로 제기됐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병주 의원이 지난달 18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윤 정권은 박근혜 탄핵 때처럼 허망하게 내려앉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정권은 무도해서 군을 동원해서 여러가지 비상사태를 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달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갑작스럽게 지명하고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이란 발언도 했다"며 "이런 흐름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저는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계엄령 준비설의 정보를 입수해서 추미애 당시 대표에 제보했던 사람"이라며 "박근혜 정권이 강력 부인했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의 계엄 준비설은 국군기무사령부가 2017년 3월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문건이 공개되면서 사실로 드러난 바 있다.
이 문건엔 탄핵 심판 이후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한다는 내용과 군대를 투입해 집회와 시위 등을 제한하고 국회와 언론을 통제하는 등의 계엄 상태에 수행할 구체적인 계획이 담겼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계엄령 준비설을 재차 언급하며 파장이 커졌다.
이 대표는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에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며 "이거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발끈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민주당과 이 대표를 향해 "(민주당은)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정치를 닮아가고 있다"며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고 날 선 반응을 쏟아냈다.
정 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며 "근거조차 없는 계엄론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야당의 계엄 농단, 국정 농단에 맞서 윤석열 정부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근거를 제시하라"며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계엄 준비가) 맞는다면 심각한 일 아닌가. 근거를 제시해달라"면서 "일종의 '내 귀 속에 도청 장치가 있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 대통령 탄핵 정국 조성을 위한 선동정치의 연장선"이라며 "이런 선동이 계속 통한다고 믿는 것 자체가 국민을 대단히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같은 자리에서 "이상한 세계에 사는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이상한 이야기의 정치 공세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결국 이 모든 것은 불체포 특권 폐지를 대비한 민주당의 빌드업"이라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이 진정 계엄을 걱정한다면 계엄 상황이나 마찬가지인 우리 국회부터 정상화해달라"고 쏘아 붙였다.
민주 "계엄령 선포 가능성, 충분히 의심할 수 있어" "박근혜 때도 뒤늦게 알려져"
반면 민주당은 계엄을 의심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서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의>
정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반국가 세력이 있다고 말했고, 최근 브리핑에서 국회를 향해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이걸 이젠 끝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 "끝내는 주체는 국회인데 대통령은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를 참모들과 의논하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의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반국가세력이 있다고 하는데 증거가 있느냐"면서 증거를 제시하라는 대통령실을 직격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에서 "이 정권이 얼마나 비상식적이면 계엄 선포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겠나"라며 "여러 가지 의심과 정황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했다. 김태현의>
이어 "공개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관련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며 "군이라는 물리력을 동원해서 뭘 하겠다는 0.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저희는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준호 의원도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실제 계엄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준비가 됐다고 하는 게 나중에 밝혀지지 않았나"라며 "이 정권에서도 어딘가에서 그런 계획과 기획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단독으로 계엄 해제 가능" vs "국회의원 체포·구금 시도할 수도"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
정치권에서는 계엄령 실현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이 설사 계엄령을 선포한다 해도 민주당이 해제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근거로 계엄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상현 국민의은 2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뜬금없는 계엄령을 얘기했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허상"이라며 "국회에서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 바로 해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3일 CBS라디오에서 "계엄을 선포하게 되면 일시, 사유, 이런 것들을 다 국회에 바로 보고하게 되어 있다"며 "국회에서 보고받고 이거 계엄 해제해야 돼 재적 과반수로 해제하라고 하면 해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민주주의 수준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계엄령을 선포한다면 이후 상당기간 집권이 어려울 정도의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2일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라며 "우리 군에서도 따르겠나. 저는 안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거 기무사 문건에 국회의원 체포·구금 계획이 실제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야당 의원 42명을 체포·구금하면 계엄령 해제도 막을 수 있다.
김준일 평론가는 3일 CBS라디오에서 우리나라가 계엄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때(박근혜 정권)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그러면 군이 계엄으로 개입할 수 있다라는 시나리오까지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 보면 국회의원에 대해서 누가 진보 성향이냐 보수 성향이냐 파악까지 했다"며 "국회의원 대상 현행법 사법 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 바로 다 체포하겠다라는 게 2017년의 문건에 있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계엄령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계엄령 의혹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 소장은 앞선 방송에서 "나쁜 정권, 독재 정권, 독재자 윤석열, 이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준일 평론가는 "민주당에서 추진해 왔던 여러 가지들이 조금 다 지지부진하다"며 "검사 탄핵은 계속 탄핵이 기각이나 각하되고 돌아오고 있고 채 상병 특검도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긴장감을 불어넣는 용도"라고 말했다.
정부 수립 후 현재까지 10번 계엄령.. 부마항쟁 이후 456일간 계엄 지속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이후 모두 10번의 계엄령 선포가 있었다.
최초의 비상계엄은 1948년에 발생한 여순사건으로 10월 21일에 발효됐다가 1949년 2월 5일 해제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4월 19일 4.19혁명이 일어나자 계엄령을 선포하고 계엄군을 출동시켜 학생 시위를 막도록 했다.
1961년 5월 16일에는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키며 아침 9시를 기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19혁명으로 탄생한 장면 정권을 해체시켰다.
박정희 정권은 이후 1964년과 1965년, 1972년에도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1979년 10월 16일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부산 지역에서 격화되자 18일 0시를 기해 부산 지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살해되자 10월 27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1980년 5월 17일에는 전두환과 신군부가 다시 한번 군사쿠데타를 일으키며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 선포했다. 5월 18일부터 이에 저항하는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계엄군을 투입해 무력으로 진압하기도 했다.
부마항쟁으로 인해 10월 18일 부산지역에 선포된 계엄령은 이후 계속 확대되면서 1981년 1월 24일 해제될 때까지 456일 동안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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