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마취가 ‘필수의료’로 인식돼야 하는 이유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특별기고] 마취가 ‘필수의료’로 인식돼야 하는 이유

헬스경향 2024-09-02 11:34:03 신고

한동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대한마취통증의학회 기획이사)

필수의료란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중증‧응급‧분만‧소아환자 중심의 지원을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제공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이다. 이러한 필수의료 서비스의 최종 단계인 수술에서 마취의 역할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중요한 분야인데도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현실이다.

응급실은 소위 ‘뺑뺑이’ 논란으로 금방 문제가 드러나지만 보이지 않게 곪아가는 것이 바로 수술실이다. 수술실에서 마취는 수익을 발생시키는 과가 아니다 보니 인력이 부족해도 충원 요청을 하기 어렵고 병원에서의 중요성이 낮은 것처럼 잘못 인식돼 있다.

축구 경기를 보는 관중들은 수비수보단 골을 넣는 공격수에 관심을 갖고 많은 환호를 한다. 집도의가 축구에서 골을 넣는 공격수라면 마취는 수비수 같은 역할이다. 열심히 수비를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고 골을 먹고 나면 그땐 비난을 받는 것이 전부이다.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를 잘 방어할 때 공격수가 마음 놓고 공격을 하고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듯이 좋은 수술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훌륭한 마취를 통한 환자 관리가 중요하다.

중증·응급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일수록 수술실에서의 마취가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흔하다. 응급 산모, 두개강내 출혈, 대동맥 파열, 외상 후 복부 출혈 환자가 수술 전 검사도 못 한 채 수술실 문을 밀고 들어와야 할 때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수술 중 불가피한 대량출혈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수비수인 것이다.

또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 발생 시 여러 명의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한 환자를 위해 다 같이 팀워크를 발휘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수술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의대 증원 사태 이전부터 대학병원 교수들의 이탈이 예측되던 과였다. 마취통증의학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늘고 있지만 마취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고 응급상황이 적은 통증분야가 인기를 끈다.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마취는 중증 및 응급수술이 많아 수술이 길고 위험도가 높다. 정신적‧육체적 업무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으며 추후 의료분쟁 소지도 크다. 필수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외상, 심폐, 이식, 소아 마취 및 중환자 관리는 타 마취분야에 비해 숙련된 술기와 다양한 임상경험을 필요로 한다. 또 마취 중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며 숙련된 인력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러한 분야의 인력은 현재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며 젊은 마취전문의들의 기피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향후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인해 전공의 사직이 급증하면서 수술실에서의 마취 중요성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술실에서의 마취로부터의 이탈이 더욱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수술실 마취 외에도 무통분만, 수면내시경, 소아 MRI검사의 진정 관리는 물론 응급상황에서의 중환자 기도삽관, 심정지 CPR 등 병원 내 크고 작은 중요한 모든 업무를 전공의 없이 홀로 수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의 응급실 뺑뺑이는 앞으로 제2, 제3의 수술실 뺑뺑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충분한 병실과 훌륭한 수술의가 있어도 이를 마취할 전문의가 없으면 수술할 수 없고 환자는 마취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전원될 수밖에 없다.

촌각을 다투는 수술이 지체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마취 관련 지원방안을 정책적으로 마련해 전문의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마취 인력의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증·응급 고난도수술과 소아·분만 분야의 마취수가 정상화 및 수술 중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 및 사망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의료서비스의 향상을 넘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조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