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서효림 기자] 세 번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HD현대오일뱅크는 연초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HD현대오일뱅크 부회장을 합류하면서 IPO 재추진에 대한 관측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사측은 IPO 추진대신 친환경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 2분기 매출 7조8440억원과 영업이익 73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12.5%, 103.3% 늘었다. 정유부문은 9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 흑자를 내 영업이익 감소를 방어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30년까지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85%에서 40%로 축소하고 친환경 사업 비중을 전체 영업이익의 7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석유화학이나 윤활기유의 확대보다 친환경 신사업에 더 힘을 준 것이 HD현대오일뱅크의 특징이다.
◇ 친환경 ‘원 픽’ 수소→ ‘화이트 바이오’로 자리바꿈
애초에 강조하던 것은 수소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수소 제조, 수송, 저장, 판매, 수출업 등에 관한 일체의 사업 ▲바이오 매스 기반의 제품 제조, 수송, 저장, 판매, 수출업 등에 관한 일체의 사업 ▲신재생에너지 제조, 판매, 수출업 등에 관한 일체의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어 2023년 3월에는 재생연료(열분해유 포함)의 개발, 제조, 수송, 저장, 판매, 수출업 등에 관한 일체의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예상보다 수소시장 확장세가 더뎌지자 ‘화이트 바이오 사업’으로 눈을 돌렸고, 두 번째 예상은 적중했다. 화이트 바이오 사업은 옥수수·콩과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화학제품이나 연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 지속가능항공유 수출…시장선점나서
이 과정을 통해 만든 연료는 지속가능항공유(SAF)가 된다. SAF의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SAF는 동·식물에서 유래한 바이오매스 및 대기 중 포집된 탄소 등을 기반으로 생산돼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탄소 감축 규제 차원에서 당장 내년부터 EU 27개국 모든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SAF를 연료의 2% 이상 사용할 것을 의무화해 이를 위반하면 1톤당 항공유 값의 2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우리 정부도 30일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혼합유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초로 SAF를 일본에 수출하며 시장을 선도한다. HD현대오일뱅크가 생산한 SAF는 일본 트레이딩 회사인 마루베니에 공급되고, ANA항공(전일본공수)이 사용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대산공장 내 연산 13만톤 규모의 바이오디젤(BD) 공장을 짓는 것을 시작으로 관련 투자를 확대해 2025년 이후 연산 50만톤 규모의 SAF 공장을 완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오 선박유·블루수소·복합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진행 중
바이오 선박유 시장도 블루오션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탄소배출 규제에 나서면서 바이오 선박유 역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초저유황 중유(VLSFO)와 바이오 디젤(UCOME)을 섞어 만든 바이오 선박유를 초도 출하했다. 향후 판매처를 다변화해 연간 40만톤 규모까지 바이오 선박유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또 정부와 대산항 청정복합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진행, 국내 최초로 항만 구역에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등 친환경에너지를 생산·보관·유통하는 복합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이다.
수소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연간 약 20만톤의 수소 생산 능력을 보유 중인 HD현대오일뱅크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해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된 블루수소는 전국 수소 충전소에 판매되고 수소 연료전지 발전사업의 연료로도 공급된다. 이외에도 대산단지 소재 20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부문을 대체할 답은 수소도 IPO도 아닌 친환경 신사업. 그 중에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8년새 (2030년 1835만톤) 70배 가량 성장할 것이라 전망한 SAF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탄소 중립은 비단 정유업계 뿐 아니라 모든 산업군의 목표로 당사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 등 적극적인 친환경 사업 진출을 통해 탄소 중립에 이바지하고 친환경 신사업을 수익 다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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