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각종 비위 의혹으로 탄핵 소추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9일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모든 소추 사안에 대해 사실 관계가 충분히 특정되지 않아 소추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검사는 직무에 즉각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이어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까지 기각되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대표의 수사를 맡은 검사들에 대한 보복탄핵을 사과하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국민의힘의 부실한 탄핵소추가 원인이라면서 탄핵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헌재 "사실관계 불특정.. 탄핵소추 사안 안돼".. 검찰 늦장 수사에 예견된 결과
헌법재판소는 29일 이정섭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이 검사가 마약 투약 혐의를 받던 처남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모임이 금지되던 시기에 자신이 수사 중이던 대기업의 간부로부터 모 리조트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핵심이었다.
이후 지난해 12월 민주당 주도로 이 검사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고 헌재가 탄핵 심판을 심리해왔다.
이날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중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 리조트 이용 관련 대기업 접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수사 무마 의혹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충분히 특정되지 않아 소추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코로나19 집합금지 위반 및 자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직무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며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검사가 과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죄 형사재판에서 증인신문 전 증인을 면담한 것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의견이 갈렸다.
다수인 7명의 재판관은 사전면담을 사후적 관점에서 불성실한 직무수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헌법상 공익실현 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도 두 재판관은 이 검사를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인정했다.
이날 헌재의 기각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다. 이 검사에 대해서는 공수처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수사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헌재가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판단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의 수사기록을 검토해야 하는데 검토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보니 헌재는 지난 6월 사실조회 결정을 취소한 채 변론 절차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헌재는 이 검사의 탄핵 사유를 기각하면서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별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거나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더라도 권한을 남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與 "이재명 수사 '보복탄핵' 사과하라"
한동훈 "재판 승복해야.. 1일 대표회담서 다룰 것"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이어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까지 기각되자 국민의힘은 즉각 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펼쳤다.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탄핵소추 남발과 기각에 대해 사죄하라"며 "현재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검사 4명에 대한 (국회의) 탄핵청문회 역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두 달 동안 민주당은 무려 7건의 탄핵안을 남발했고, 그중에는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더 이상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수사 검사와 재판부를 겁박하고, 사법 체계를 농락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니면 말고 식 이번 표적 탄핵은 수사 검사에 대한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일종의 사법 테러"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를 수사했던 사람을 보복하거나 정상적 재판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배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재판 결과가 나오든 간에 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것을 다 알았을 것"이라며 "탄핵을 사법시스템에 대한 보복과 방해 도구로 사용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걱정스러운 점은 김병주 최고위원 이런 분들이 곧 임박한 이 대표의 재판을 앞두고 불복하기로 빌드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다음 달 1일 예정된 여야 대표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에 따라 국론이 분열되고 사법시스템 부정하는 논란 벌어지면 안 된다"며 "사법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그런 지경까지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서로 간의 다짐을 해두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野 "면죄부 돼선 안 돼.. 탄핵 다시 검토"
반면, 민주당은 이번 헌재 기각 결정이 면죄부가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검사 탄핵을 추진했던 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이 국민의 법 상식에 부합하는지, 진상 규명을 위한 절차를 제대로 따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직권 탐지 및 직권조사 의무가 있는 헌재는 증인 신청을 대부분 기각하고, 검찰 수사 결과를 받아보지 않는 등 기각을 염두에 둔 듯한 짜맞추기식 재판을 하는 듯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결정에서 이 검사의 위법행위를 분명히 지적한 부분이 있기에 향후 수사 및 검찰의 감찰 결과에 따라 검사 탄핵 여부를 다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소추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너무 소극적이었고 비협조적이었다"며 "이정섭 검사를 위한 변호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엄연히 이 검사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사법 시스템을 통해 이를 규명하고 심판하지 못했다"며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 차원에서 비리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대단히 안타깝다"면서 "국회가 헌재에 이 검사 파면을 요청하면서 제출한 탄핵소추안이 부실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은 명징하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길 촉구한다. 비위 혐의가 있는 검사의 죄를 물어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밝혀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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