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사회적 대화 필요한 연금개혁, 실정은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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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사회적 대화 필요한 연금개혁, 실정은 요원

한스경제 2024-08-30 08:08: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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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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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재정 고갈을 둘러싸고 연금개혁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해법의 중지를 모으는 건 쉽지 않다. 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슈인데다, 그렇다고 일방적 개혁을 밀어부치자니 긁어 부스럼 꼴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속적인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교감과 합의의 과정을 도출해야 할 텐데, 우리 사회는 그동안 누차의 실험을 거쳐왔음에도 불구, 구체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아쉽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로 각기 다른 의견을 갖고 있더라도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기금 적립금이 2055년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는 것엔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국민연금제도란 '저부담-고급여' 체계로 설계됐다. 따라서 1998년 제1차 연금개혁 때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하향조정했다. 노령연금 수급연령도 순차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상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3년 제1차 재정계산 결과, 보험료율 9%와 소득대체율 60%를 유지할 경우 2047년 기금 소진이 전망됐다. 이에 보험료율을 15.9%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인하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혁 시도야 말로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합의 없이 연금개혁이 어떻게 좌초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다. 결론적으로 사회적 불신이 확대되며 개혁이 무산됐다. 이후 2007년 제2차 연금개혁에서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기로 했으나 보험료율은 인상하지 못했다.

'사회적 불신'이 확대됐다는 점이 가장 뼈 아픈 실책이며,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는 지점이다. 각종 유언비어나 최근 횡행하고 있는 이른바 '가짜뉴스'도 이와 관련해 확산했다.

이에 2018년엔 대국민 의견수렴을 실시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를 설치, 운영했다. 그러나 경사노위의 구조 자체가 그러하듯, 참여단체별 입장이 상이해 단일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후 경사노위를 통한 논의 구조는 더욱 식물화됐다. 2022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경사노위 위원장을 맡은 건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후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경사노위 논의 채널에 노동계의 한 축으로 그나마 자리를 지켜온 한국노총도 2년여 동안 본위원회에 불참했다. 이에 1998년 설립 이후 12명의 위원장 임기 동안 평균 8.3건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으나, 13대 김문수 위원장 임기 동안엔 단 2건의 합의에 그쳤다.

공식 사회적 대화기구가 이 같은 상황이다보니 공이 국회로 넘어왔다. 그러나 21대 국회의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는 임기 4년을 다 지내고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1월 31일 출범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일인 5월 29일 전에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은 무모함으로 끝났다.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이전 국회 연금개혁득별위원회의 행보를 짚어야 한다. 연금특위는 연금개혁 방향성과 구체적 개혁안을 논의하기 위해 2022년 7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총 11차례 회의를 열었다.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총 26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자문위는 소득보장안과 재정안정안으로 나뉜 모수개혁안과 구조개혁 방안을 담은 활동보고서를 연금특위에 제출했다. 

각각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모수개혁안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더 내고 더 받는 1안과,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로 더 내고 그대로 받는 2안을 제시했다. 1안은 기금고갈을 7년 연장하고, 2안은 16년 연장하는 안이다.

또한 구조개혁안은 기초연금을 최적소득보장 연금으로 개편해 노인빈곤 해소에 집중하도록 하고,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완전통합하며 퇴직연금을 활성화해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이러한 시나리오가 일단 세팅된 이후다. 이에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청년·수급자를 대표하는 50명의 의제숙의단이 구체화한 의제를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학습 및 숙의 토론회를 거치고 연금개혁 시나리오를 최종 선택하도록 했다. 이들은 최종적으로1안을 선택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과거 탈원전 정책 이슈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서 선보인 숙의 민주주의 차원의 결정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결과적으로 어떤 결정을 도출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정부가 보험료율·소득대체율·수급개시연령 등, 중요 팩터들을 다양한 경우의 수로 조합한 24가지 시나리오만 던지고, 정작 개혁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미온적이란 비판을 받았던 거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알맹이는 빠져 있고, 갈등 지점을 좁혀가는 사회적 합의까진 한참 먼 고담준론에 불과했단 비판도 만만치않다. 과거의 이슈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숙의 민주주의 자체가 낭비적일 뿐만 아니라, 중우정치에 가깝다는 근본적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연금 이슈를 세부적으로 보자면 숙의 과정에서 자문위 개혁안이 논의되지 않고, 대표단 학습 내용에서 누적적자 규모와 같은 핵심 내용이 누락됐다는 점에서 공정한 공론화 과정이 아니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문가 집단인 연금연구회는 설문 표현이 왜곡되고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애초에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출범이 총선을 불과 두 달 남짓 앞두고 촉박하게 이뤄졌기에, 숙의 과정이 충분했는지 여부와 이들 대표단의 논의 내용이 일반 국민들에게 전해지며 진정한 의미의 참여와 숙의의 민주주의로 기능할 시간이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국회 연금특위는 한시적 비상설 특위 형태로 구성돼 운영했기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개혁안 마련에 당연히 한계가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윤경 조사관은 이와 같은 연금개혁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영국과 프랑스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합의의 의미에 대해 짚었다. 2002년 연금위원회 설치로 시작된 영국의 연금개혁은 탈정치적 차원에서 철저히 팩트 위주의 명확한 자료를 제시했고, 2005년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에 걸쳐 전국 8개 지역에서 일반 대중과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후 2006년 일종의 숙의적 협의와 여론조사를 겸한 '전 국민 연금의 날' 행사를 여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숙의와 투표를 반복해 진행했다. 갈등을 최소화하고 합의적인 연금개혁을 도출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복잡한 연금제도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도와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향후 다양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갈등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에 반해 1995년 정부 주도로 추진한 프랑스의 연금개혁은 200만명이 파업에 동참하는 등, 진통을 겪다가 결국 좌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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