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뉴라이트 성향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뉴라이트 주장인 건국절 논란으로 커져가는 윤석열 정부의 '친일논란'이 이번엔 '독도지우기'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안국역, 잠실역 서울 지하철역 등에 이어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독도 조형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독도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윤 정부의 독도지우기 사태도 '뉴라이트'의 주장에 기인한 것이다.
더구나 매년 두차례 실시되던 해군의 정례 독도방어훈련 역시 올해 들어 단 한차례도 공개 훈련은 실시하지 않았고, 지난 21일에서야 비공개 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독도지우기'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독도 조형물 사태가 점차 커져가자 코로나 확진 상태에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5일 '독도지우기 진상조사'를 하라고 지시했고 야당도 일제히 비판에 가세했다.
독도 조형물이 시민 보행 방해?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비판 제기
독도 조형물이 지하철역사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제보는 지난 15일 광복절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알아보니 지난 8일 잠실역에 이어 지난 12일에는 안국역에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이 철거됐다. 앞서 시청역과 광화문역 등 6개 지하철역에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 역시 지난 5월과 8월에 사라졌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조형물이 낡고 시민 보행에 방해가 됐기 때문에 철거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독도 조형물이 시민 보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갑작스러운 조형물 철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5일 다시 입장을 내놓고 "역사내 혼잡도 개선 등을 위해 독도조형물을 철거하되 디자인을 전면 리모델링해 오는 10월 25일 독도의 날에 재설치할 계획"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용산 전쟁기념관 역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됐다. 용산전쟁기념관 2층 복도 앞 공간에는 가로 80cm, 세로 50cm 크기의 독도 조형물이 있었는데 지난 6월부터 6.25 관련 전광판으로 대체됐다. 독도 모형 조형물은 지난 2012년 기증받아서 기념관에 전시해왔다.
전쟁기념관 관계자는 한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전시 공간이 아니고 복도 공간이었기 때문에 동선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너무 노후화되기도 했다"며 "독도 조형물 외에도 방산장비와 병역 전문가 관련 전시물 등 6개도 같은 이유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용산전쟁기념관은 22일자로 홈페이지에 "전쟁기념관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전시물, 콘텐츠 내용, 관람 동선 등을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전시공간이 아닌 복도 등의 공간에 임시로 설치해 두었던 전시물들을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리했으며 그중 하나가 독도 모형 전시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전시물은 2012년에 제작된 것으로, 표면의 유약이 박리되고 가장자리가 박락되는 등 노후화로 인해 훼손된 부분이 있었다"며 "또한 복도 공간에 위치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관람 동선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2층 복도에 있던 독도 모형은 다른 노후 전시물과 함께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고 밝혔다.
해마다 두차례 열리던 독도방어 동해영토수호훈련 8월말에서야 첫 실시
이와 함께 해마다 두차례 실시되던 독도 방어를 위한 동해영토수호훈련도 지난 8월21일에야 올해 처음으로 실시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해군은 해마다 두차례 진행되는 동해영토수호훈련의 올해 첫 훈련을 지난 21일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훈련 방식과 참가전력 규모는 예년과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윤 정부 5번째 비공개 독도방어훈련인 이번 훈련에는 해군과 해경 함정이 참여했고 해병대 병력의 독도 상륙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독도 방어훈련으로 불리는 동해영토수호훈련은 지난 1986년 처음 시행된 뒤 2003년 이후에는 정례적으로 해마다 두 차례 공개 훈련으로 열려왔다. 그러던 것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독도방언훈련은 5차례 비공개 훈련으로만 실시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했지만 외교부는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 고유의 영토"라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일본의 항의를 일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MBC뉴스데스크 보도에서 올해 들어 단 한차례도 동해영토수호훈련이 열리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일주일 뒤에 해군이 실시해 뒤늦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방송은 "2012년 이후엔 대부분 상반기엔 6월, 하반기엔 12월에 훈련했다"며 "올해는 8월 중순이 다 됐는데도 훈련은 고사하고 계획조차 없는 걸로 확인됐다"고 해군대령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尹정부 들어 목소리 높이는 뉴라이트, "독도는 반일 민족주의 상징"..."뉴라이트에게 尹정권 마지막 기회"
윤석열 정부 들어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는 뉴라이트는 "독도가 반일 민족주의의 상징"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라는 증거가 없으며 일본 땅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니 한일 양국이 서로 양보하자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반일종족주의' 저서를 집필한 이영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전 서울대 교수)는 "조선시대 지도의 독도 위치가 지금 지도와 다르다.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볼 수 없다"며 "독도 인식은 대한민국 성립 이후, 그것도 지난 20년 사이에 급하게 반일 민족주의 상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땅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니 한일 양국이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또 이영훈 소장은 "독도를 이웃 일본과 우호 협력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낮은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뉴라이트의 친일 논란은 비단 독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전히 이들은 위안부가 일제의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매춘이었다는 주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이영훈 소장과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는 지난달 일본 도쿄의 위안부 한미일 세미나에 참석해 일본 우익과 같은 주장과 논리를 폈다. 당시 세미나에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영훈 소장과 함께 '반일종족주의'를 함께 쓴 정안기 씨는 광복절에 맞춰 '테러리스트 김구'라는 책을 출판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한일문제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 25일 전국 9개 민방 공동 특별대담에 출연한 자리에서 '뉴라이트'의 실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호사카 교수는 "이명박 정권에서 갑자기 뉴라이트 세력이 나타났고 박근혜 정권에서도 뉴라이트가 적극 발호했지만 두번 다 실패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갔고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됐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뉴라이트 인사들은 윤석열 정권이 자신들이 주류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호사카 교수는 "일본의 극우 인사들도 한국의 뉴라이트를 이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지난 2006년부터 한국의 뉴라이트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결정해 실행하고 있다. 그거는 문서(책)도 있다"며 "2006년에 나온 책에는 한국에 노무현 같은 정권이 다시 들어서며 안 된다. 진보세력이 다시 한국에서 집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뉴라이트를 지원하는 것이 답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지난 24일 JTBC '단도직입'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화해는 사실 일본의 반성과 사과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윤 정권이 지금까지 일본은 (사과를) 다했다. 그러니까 모두 수용하자 이런식으로 일본 쪽 요구를 수용해온 것"이라며 "이것은 상당히 친일적 행보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독일과 비교하면 독인은 법으로 다 만들었고 독일은 과거 나치의 만행을 교육해야 하고, 나치가 조금이라도 옳았다는 말을 하면 독일 수상이라도 그날 그만둬야 한다"며 "일본은 그렇지 않다. 몇번 사과를 해도 일본은 행동은 따로 가는 것이다. 일본은 독일처럼 과거를 철저하게 반성하면서 새로운 일본을 만들겠다는 식으로 간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독도지우기 진상조사" 전면화...국힘 "민주당식 독도괴담이냐" 맞서
뉴라이트 성향의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둘로 나뉜 광복절 행사에 이어 독도 조형물 철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는 명백한 친일 정권의 증거라는 것이 야당의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한민수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독도 조형물 철거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사태를 전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오늘,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인 독도 지우기 행태에 대해 당내에 진상 조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며 "민주당은 이 대표 지시로 '윤석열 정부의 독도지우기' 진상조사에 즉각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최근 안국역, 잠실역 등 서울 지하철역사에 설치되어 있던 독도 조형물이 철거된 데 이어 전쟁기념관에서도 독도 조형물이 철거됐다"며 "서울교통공사는 승객들의 동선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를 댔고 전쟁기념관은 노후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민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일관되게 독도를 지우기 위해 애써왔다.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는 군 정신교재에서의 분쟁지역 표현, 독도방어훈련 실종, 일본해 표기 방치, 공공기관의 독도조형물 철거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면서 윤 정부의 독도지우기 진상조사단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사라지는 '독도'에 대해 지난 24일 자신의 SNS을 통해 "동북아 역사재단 건물 1층에 있던 독도 실시간 방영하는 모니터가 언제부터인지 사라지고 독도 조형물도 없어졌다고 한다. 동북아 역사재단의 이사장은 뉴라이트 성향의 박지향이라고 한다"며 "독도지우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하쳘 역사와 전쟁기념관에서 하나하나씩 독도 조형물이 사라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해 권익위와 검찰이 완전히 망가지더니 이제는 독도지우기에 혈안이 돼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공세가 정쟁일뿐이라고 '이번엔 독도괴담'이냐고 비판하고 나섰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후쿠시마 괴담 선동으로 대한민국을 두 동강 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에 맞서겠다며 진상조사단을 꾸린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독도를 지운 적이 없는데 무슨 진상을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독도를 지운다는 윤석열 정부는 매년 2차례 독도 지키기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각 2차례씩 훈련을 하였고, 2024년에는 최근에 한번, 하반기에 또 한번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신 원내수석대변인은 "독도 조형물 철거와 관련해서도 일부 시설물이 노후화 되어 철거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보수·제작하여 다시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 전시물 교체까지 친일·매국과 같은 전근대적 단어를 써가며 정치 선동의 소재로 삼고 있는 현실이 그저 개탄스럽다"며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독도까지 끌어들이는 민주당의 구태 정치를 보면 과연 공당의 자격이 있는지 또 국익에 대한 고민은 하는지 의심마저 든다. 민주당은 독도를 마치 논란이 있는 것처럼 떠들어서 분쟁지역화하는 것이 과연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식 독도 괴담, 그것은 바로 일본이 원하는 것이다"며 "근거없는 독도 정쟁화,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독도는 누가 뭐라해도 우리 땅이다. 우리가 이미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독도경비대가 주둔 중인 대한민국 영토"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25일 자신의 SNS을 통해 "내년이면 광복 80주년인데 이재명 대표의 언행을 보면 까마득한 과거 속을 헤매는 것 같다. 지속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반일 프레임을 씌우더니 이제는 독도 지우기라는 이름으로 서울시까지 끌어들이느냐"며 "독도 모형 리모델링을 지우기라고 우기는 상황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오 시장은 "민주당은 과거에도 광우병 괴담, 사드 괴담에 편승해왔지만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이후 어떤 정치적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1년 전 일본 오염수 방류 당시 이재명 대표는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는 말까지 했지만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후에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이재명 대표는 괴담정치를 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경험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제 외교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저열한 행태는 사라지고 진정한 국익 관점에서 외교를 되교답게 하는 정치 지도자가 더욱 필요해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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