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경영진이 부정 대출 과정에서 배임 정황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이를 묵인한 경영진에 강도 높은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만큼 조병규 행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책임 범위에 관심이 모인다.
25일 금융감독원은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이번 대규모 부정적 대출과 관련해 금융사고 자체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전반적인 내부통제 미작동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금융회사의 부적정 대출 인지 경과, 대처 과정 및 관련 의혹 등에 추가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은 '책임 있는 임직원'에 관여 직원뿐 아니라 경영진도 포함했다. 우리은행과 지주가 지난 8월 9일 고소 전 배임·사기·사문서 위조를 인지하고도 묵인했단 지적이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 우리은행은 지난 1~3월 자체 검사 후 4월 자체 징계를 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고소한 배임·사기·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를 인지하고 있었다. 우리은행은 이를 인지한 4월 이전에 감독 당국에 관련 문제를 보고해야 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자체 검사를 하기 전인 지난해 4분기에 금감원의 검사 과정에서 부정적 대출이 발견돼 올해 1월 제재를 받았다. 부정적 대출로 제재를 받은 뒤, 부정적 대출을 보고하지 않고 범죄 혐의점도 묻으려 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주도자인 임 전 본부장 퇴직 후에 부정 대출을 인지했단 우리은행 주장도 금감원이 파악한 사실과는 달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해 9~10월 여신 감리 때로 특정하고 있다.
여신 감리 과정에서 이를 인지했지만,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해당 본부장이 퇴직한 후 그가 취급한 여신에 대해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이때 자체 감사도 부정 대출을 파악하기 위한 감사가 아닌, 퇴직 임원에 대한 의례적인 감사 절차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제보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우리은행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자, 그제야 해당 사실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실을 은행과 지주 경영진도 보고받았단 사실이다. 지난해 9~10월 여신감리부는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은행 경영진에 보고했다. 지주 경영진도 지난 3월 이후 자체 감사 결과 이후 인사협의부 안건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관련 문제를 인지했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는 손 전 회장 관련 부정 대출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지주와 은행 경영진에 한 경고의 수준을 고려하면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에 대한 제재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임원 회의에서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질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금융사고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통제 취약점, 지배구조 체계의 경영진 견제 기능 미작동 등을 면밀히 살펴 미흡한 부분을 신속히 개선·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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