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준공,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 제외
화재 발생 전, 발화 객실서 '탄 냄새' 민원
여당, 노후 건물에 대한 화재 예방 대책 강구
[포인트경제]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의 호텔 화재 참사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기준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출처-뉴시스 (포인트경제)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39분께 경기 부천시 원미구 한 9층짜리 호텔 8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목숨을 잃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은 3시간여 만에 집압돼 호텔 전체로 번지지 않았지만,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됐고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피해가 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810호에서 발생한 화재로 유독가스가 8층과 9층을 덮으면서 사망한 투숙객 대부분은 8~9층 계단과 복도 등에서 발견됐다.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화재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출처-뉴시스 (포인트경제)
그런데 해당 호텔 객실 내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인재로 피해를 더 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층수가 6층 이상인 건물에는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해당 호텔은 2003년에 준공돼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은 1992년 16층 이상 아파트 가운데 16층 이상의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고, 1990년 이전에는 의무 규정이 없었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화재 발생 전, 한 투숙객이 타는 냄새가 난다며 방 교체를 요구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정확한 시간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당시 810호는 비어 있었다. 만약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초기에 작동했거나, 호텔 측에서 '탄 냄새'의 민원에 즉각 반응해 대비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보여지는 부분이다.
부천시 원미구의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 출처-뉴시스 (포인트경제)
소방 당국과 경찰은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건물 구조, 내부 설비, 그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통해 이번 참사의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오전에 화재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하고 "이번 화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소방·경찰 등과 함께 철저히 원인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부천 호텔 화재 현장을 찾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 출처-뉴시스 (포인트경제)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는 지난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이번 사고처럼 법 시행 이전에 준공된 노후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재 원인 파악과 함께 노후 건물에 대한 화재 예방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사망자 중 몇몇 투숙객은 대피 경로가 차단되면서 외부로 뛰어내리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비상대피 경로와 비상구가 적절히 확보가 되지 않았는지 건축법상 문제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사진) 화재가 난 경기 부천 한 호텔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있다 / 출처-뉴시스 (포인트경제)
한편 경찰과 소방 당국 등은 오늘 오전 11시 부터 부천 호텔 화재와 관련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합동 감식에는 경찰 12명, 소방 10명, 국립과학수사연구원 4명, 국립재안안전연구원 5명 등 31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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