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신한은행의 오프라인 고객 채널의 혁신성은 국내 금융권에서 정평이 나 있다. 은행과 증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고객 니즈에 맞는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고하기 위해 2011년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된 복합점포모델 신한PWM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말 경기 일산과 서울 노원에 '연금라운지'를 신설했다. 올해도 서울 강남과 경북 울산, 경기 수원에 잇따라 연금라운지를 열었다. 고객들의 금융서비스 이용 경향이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며 오프라인 영업점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데 반해, 연금 특화 공간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연금라운지 신설 후 9개월을 맞는 신한 연금라운지 노원엔 동갑내기 신한은행 전문가인 전민지 팀장과 이수정 수석이 맡고 있다. 전 팀장은 앞서 언급된 신한PWM 등을 거치며 연금과 자산관리 상담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며 이 수석 역시 퇴직연금을 담당해 오던 전문가다.
왜 신한은행이 연금시장에 주목하게 됐는지에 대해선 따로 답이 필요 없다. 매우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올해 말에서 내년엔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의 돌입이 예상된다. 나아가 통계청은 2035년엔 30%, 2050년엔 40%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 7%에서 14%를 넘어서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17년이 걸렸다. 이제 다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불과 6~7년 밖에 안 걸리는 것이다. 한국인의 급한 성미만큼이나 인구구조의 변화는 급격한데, 이는 경제·사회의 극심한 변화상을 낳을 게 자명하다.
누구나 다 연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행에 있어서는 막연하다는 점은 급격한 변화상의 부작용 중 하나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공적연금은 노후를 준비하기에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며, 은퇴까지 직장생활을 한다고 해도 아직 많은 수의 직장인들이 수익성이 낮은 상품에 이를 묶어두고 있는 현실을 봐도 그렇다.
이러한 점에 착목해 신한은행은 연금라운지와 같은 물리적인 연금채널을 복합점포 중심 종합자산관리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금융권 최초로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신한PWM이나 여타 복합점포모델들이 그러하듯,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려는' 의도가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신한 연금라운지 노원의 전민지 팀장은 "영업이 중심인 여타 신한은행의 점포와 연금라운지가 차별성을 갖는 점이다"라며 "상품 판매 권유, 상담 시간의 제한, 상담이나 세미나 등의 이용 조건 등 세 가지가 없는 곳이 신한 연금라운지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업무는 대략 구분하자면 연금에 대한 개별 상담에 할애하는 게 반이며, 세미나나 각종 홍보와 관련한 업무에 할애하는 게 나머지다. 그런데 상담이라는 것도 흔히 연상되는 방식이 아니라, 연금의 개념이나 전략 전반, 절세 노하우 등 상당히 일반적인 부분에서 진행된다. 전문적이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심지어 타사 상품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객관적인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연금라운지라는 채널이 자사 연금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고, 기존 신한은행 고객을 관리·유지하는 식의 통상적인 영업점과 차별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보다 더 큰 그림에서 연금시장이라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넓혀나가기 위한 포괄적인 인식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확하겠다. 그래서 연금라운지의 전문가들은 '홍보'와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연금라운지를 지키고 있는 전문가들은 물론, 외부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주기적으로 세미나를 열고 있는 것도 이곳의 특별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 이러한 전문 세미나는 기존 고객 중 '우수 고객'이어야 참가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지는 것과 달리, 예약을 한다면 대부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상담을 예약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세미나의 주제는 비단 연금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금이란 상품 특성상 절세나 상속·증여, 투자 등 노후대비 전반에 관한 것이기에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심지어 일부 세미나의 경우, 타 금융사의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신한 연금라운지의 행보는 자연스레 '경쟁사'인 타행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심지어 전화로 연락해 연금라운지 운영과 관련한 사항을 알려달라는 타행 직원도 있었으며, 어떤 이들은 연금세미나 등에 직접 참석해 함께 듣고 질문을 하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이들에게 연금라운지의 운영 노하우나 궁금해 하는 사항들을 가감없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연금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신한은행의 포석은 점점 더 집을 쌓아가고 있으며, 따라서 경쟁사들이 이러한 노하우를 배워가는 건 오히려 연금시장 생태계를 넓히는 결과가 될 거라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센터와 연계한 중장년 재취업 관련 세미나와 안내도 진행하고 있으며, 아무래도 연금라운지를 찾는 이들이 시니어 계층이 대다수인만큼 정관장이나 실버케어 관련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는 점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신한은행은 이러한 연금라운지의 입지를 왜 하필 일산과 노원으로 점찍었을까. 이는 해당 지역의 인구구조나 특성을 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다.
가령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 중 노원구의 인구는 5~6위 수준이다. 그런데 연령대별로 인구를 쪼개 보면 특이한 점을 볼 수 있다. 50세~59세, 60세~69세, 70세 이상 등 중장년과 고령 인구 규모는 평균보다 상위로 2~3위권에 속한다. 그에 반해 20대나 30대는 평균에 못 미치며, 아동·청소년은 평균 수준이다.
이는 곧 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거나 실제 연금 수요층인 연령대 인구가 많단 얘기다. 노원구 중계동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원가가 형성돼 있는 등 강북 학군의 자존심으로 꼽힌다. 따라서 십대 청소년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의 전입도 많다.
비단 노원만이 아니라 일산, 강남, 울산, 수원 등의 지역도 굳이 실제 통계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연금라운지가 생길만한 인구구조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물리적 입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면, 신한 연금라운지 노원이 입주해 있는 신한금융센터는 사거리를 마주보고 KB금융센터, 하나금융센터와 인접해 있다. 신한금융센터 뒷편으로는 하나은행은 새 센터 사옥을 짓고 있다.
지하철 7호선 노원역 출구와 맞닿아 롯데백화점이 영업하고 있으며, 두 블럭 남짓 노원구청도 입지해 있는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 수의 상담인들은 주변을 지다며 안내문이나 광고를 보고 호기심 반 조심스러움 반 연금라운지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이런 즉흥적 방문 역시 시간 할애가 가능하다면 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으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말 그래도 '라운지' 공간을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화로 일정을 예약하고 상담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담인들은 대부분 퇴직을 곧 앞두고 있거나, 이제 막 퇴직한 이들의 비중이 크다. 이들은 대부분 퇴직연금을 기반으로 노후준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담을 원한다.
전민지 팀장은 그동안 상담했던 이들 중 특이했던 사례도 소개했다. 꼼꼼한 성격인 상담인은 수수료나 수익률 퍼센티지에 대해 매우 민감해 하며 이를 비교하고 싶어했다. 전 팀장이 신한은행의 연금상품 가입으로 연결하는 경우, 금융권 대부분 금융상품이 그러하듯 금융사 몫의 수수료가 붙기 마련인데,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
이 고객은 다른 금융기관까지 한 바퀴를 돌고나서 다시 신한 연금라운지를 찾았다. 수수료가 마음에 걸리지만 다시 이곳을 찾은 것은 상담인력들의 전문성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 받는다는 것은 직장인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타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연금 등 전문 상담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허들이 상당하다. 일정 수준의 고객이력 이상의 조건을 갖춰야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반 대면창구에선 아무래도 상담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수정 수석은 연금 세미나에 참석했던 부부의 사례를 들었다. 퇴직 연령대였던 부부 중 남편이 먼저 세미나에 참석하고, 이어 부인에게 소개해 함께 참여하는 등, 세 차례나 '수업'을 들었다. 이 부부가 참여한 것은 '은퇴준비 필수금융 세미나'로 세 번의 수업을 통해 만족스러워했다.
신한 연금라운지의 직원들은 현재 신한은행 본점 소속이다. 신한은행은 행내 연금 전문가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도 50여 명이 교육을 수료하고 있다. 이는 연금라운지와 같은 채널을 향후에도 지속 확장할 계획이란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규 점포를 늘리는 것과 함께, 기존 라운지에도 전문 인력을 확대하는 것 역시 예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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