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와의 번식으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도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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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개와의 번식으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도늑대'

BBC News 코리아 2024-08-19 09:55:34 신고

3줄요약
몸집이 큰 황갈색의 늑대-개 교잡종과 비교적 몸집이 작은 회색빛 늑대
The Grasslands Trust
늑대와 개의 교잡종은 황갈색이고, 늑대는 회색이다

인도 전문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 중 하나인 인도회색늑대가 떠돌이 개와의 교잡으로 인해 곧 멸종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가장 오래된 회색늑대 혈통 중 하나로 간주되는 인도 회색늑대(인도 늑대)가 멸종된다면, 이는 진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연결 고리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간 떠돌이 개가 많아지고, 서식지는 감소하면서 회색늑대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인도에는 아직 이 최상위 포식자를 위한 종합적인 보호 프로그램이 없다.

인도에서 야생 늑대는 약 3000마리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벵골 호랑이보다도 적은 개체 수다. 그러나 늑대는 벵골 호랑이나 코끼리만큼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늑대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몇몇 시민운동가 및 전문가들이 나섰다. 이들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푸네 인근에 서식하는 늑대를 연구하며 늑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진하고 있다.

'교잡이 인도늑대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늑대 무리에 함께 있는 늑대-개 교잡종
The Grasslands Trust

지난 2014년, 푸네 시민들이 모여 만든 자연 보호 단체인 ‘더 그래스랜드 트러스트’의 회원들은 야생에서 다소 이상하게 생긴 동물을 발견했다.

“늑대처럼 보였지만, 늑대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회색이 아니라 황갈색이었거든요.”

그렇게 몇 년 뒤, 이들은 또 한 번 이와 비슷한 동물을 발견하게 됐고,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동물이 더 있는지 찾아 나섰다. 산림청의 허가를 받아 이들은 과학자들과 함께 이 동물의 털과 배설물을 채취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더 그래스랜드 트러스트’의 설립자 겸 대표인 미히르 고드볼은 “늑대는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언제나 우리보다 영리하기에 늑대를 따라다니기란 쉽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며칠에 걸쳐 늑대 무리를 추적했고, 이들이 어디에 앉고 언제 그곳을 떠나는지 파악했다. 그렇게 털, 배설물 샘플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유전체 시퀀싱을 거쳐 해당 동물이 늑대-개(wolf-dog), 즉 늑대와 개 사이 혼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반 개보다는 늑대의 피가 진하지만, 일반 늑대와는 몇 세대 차이가 있는 가축화된 개인 ‘울프독(wolfdog)’과 혼동해선 안 된다.)

‘더 그래스랜드 트러스트’, ‘생태학 및 환경 연구를 위한 아쇼카 트러스트(ATREE)’, 인도 ‘국립 생물과학 센터(NCBS)’ 등 3개 기관이 협력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생태와 진화’ 저널에도 게시됐다.

늑대-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연구되고 있지만, 인도에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이번 연구를 통해 2세대 잡종, 즉 늑대-개가 늑대와 다시 교미해 낳은 존재도 증명해 냈다.

인도 사바나의 지배자

늑대
The Grasslands Trust
“특정 지역의 늑대 개체 수가 줄어들면, 늑대들은 더 이상 새로운 짝을 찾을 수 없습니다”

회색늑대는 전 세계적으로 초원, 사막, 숲은 물론 심지어 툰드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의 서식지에서 살아간다.

인도에서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나 도시 옆 관목림 혹은 사바나(초원)에서 발견된다.

고드볼 대표는 “인도의 사바나는 영양, 호저와 같은 동물 및 인도큰느시와 같은 조류, 여러 멸종위기종이 다 함께 사는 독특한 생태계”라면서 “이중 늑대는 최상위 포식자로, 이 생태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인도에는 발견되는 늑대는 히말라야늑대, 인도늑대 등 두 아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히말라야늑대와 인도늑대는 일부 국가에서는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으며, 인도에서는 1972년 제정된 ‘야생동물 보호법’에 따라 보호할 대상이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이 두 아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생 회색늑대의 혈통 중 하나이기에 특히 중요한 존재다.

야생에 사는 인도늑대의 개체 수는 2000~300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호랑이 개체 수 연구와 달리, 늑대의 개체 수를 제대로 추적한 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편 최근 수십 년 동안 인도의 초원 주변에서는 농사, 방목, 쓰레기 투기, 도시화 같은 인간의 활동이 증가했다. 이러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야생이거나 길을 잃어)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개들도 늘어나게 됐고, 자연스레 야생 늑대와 개가 마주하는 일도 많아졌다.

이번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늑대 3마리
The Grassland Trust
늑대는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초원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ATREE에서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아비 바낙은 “개와 늑대는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 개는 어떻게 보면 가축화된 늑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늑대와 개의 교배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의 늑대 개체 수가 감소하면, 짝을 찾지 못한 늑대는 개와 교미해 번식하게 되죠.”

아울러 인간이 개와 늑대의 유도하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늑대-개를 반려동물로 키우지 못하게 법으로 제한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앨라배마주에서는 반려동물로 키우던 늑대-개 교잡종이 생후 3개월 된 영아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유전적으로 구분되는 두 종의 야생에서의 교잡은 늑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인도에서 늑대-개의 존재를 밝혀낸 유전체 시퀀싱 연구를 진행한 분자 생태학자이자 NCBS의 교수인 우마 라마크리슈난은 왜 이게 중요한 문제인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별도의 페인트 두 통을 섞기 시작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각 페인트 통은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교잡은 특정 생물종의 유전자를 희석시킵니다.”

“만약 특정 생물종의 개체 수가 너무 많은데, 다른 생물종은 그리 많지 않다면, 즉 이곳 푸네의 경우(떠돌이) 개는 너무 많은데 늑대는 별로 없다면 이 둘의 교잡이 빈번해지면서 늑대의 유전자가 희석돼 결국 멸종의 길로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도의 떠돌이 개는 약 3500만~6300만 마리로 추정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최상위 청소 조류인 독수리 개체 수 감소 또한 떠돌이 개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푸네에서만 약 17만9000마리의 떠돌이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 지역 늑대 수는 약 40마리에 불과하다.

바낙은 “가축화 과정에서 개는 늑대의 여러 특성을 잃었다. 몸집은 작아졌고, 힘은 약해졌다”면서 “교잡을 통해 이러한 가축화된 개의 특징 일부가 늑대로 넘어갈 수 있으며, 이는 늑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개가 옮기는 질병의 위협도 있다.

고드볼 대표는 “개는 광견병과 같은 바이러스와 질병을 옮길 수 있으며, 이러한 병은 전염성이 강해 한 지역의 야생 늑대 전체를 전멸시킬 수 있다. 또한 떠돌이 개들은 늑대의 주요 먹이가 되는 소형 동물들을 잡아먹는다”고 설명했다.

고드볼 대표가 이끄는 연구팀은 표범 개체 수가 증가하며 초원의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늑대가 위험에 처해 있지만, 늑대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늑대 보호 및 초원 보호

울부짖는 늑대
The Grassland Trust
인도늑대는 가장 오래된 회색늑대의 혈통 중 하나로 여겨진다

바낙은 “늑대 보호책의 경우 호랑이 보호책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늑대는 여러 유형의 서식지가 뒤섞인 자연 환경에서 살아가며, 먹이를 가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에 늑대만을 위한 보호 구역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그래서 (늑대 보호책을 구상하기 위해선) 목축업자 및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 그래스랜드 트러스트’는 현재 초원을 복원하고 초원의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고자 지역 주민 등이 직접 참여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현재는 주 산림부에 늑대 보호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싶다는 제안서를 제출해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라마크리슈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질문을 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어떻게 교잡종을 분류하냐는 것입니다. 교잡종도 (정부의) 야생동물 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대상일까요? 교잡종에 대해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이는 윤리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생물학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라마크리슈난 교수는 유전적 특징 분석으로 특정 지역의 특정 종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화를 얘기할 때 우리는 과거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진화는 미래에도 일어날 것입니다. 생물종이 진화하는 궤도는 우리 인간에 의해 큰 영향을 받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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