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퇴직연금 시장이 매년 성장하는 가운데 금융권이 고객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00조에 육박한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고객 지키기’에 증권사는 ‘수익성’을 앞세운 ‘고객 끌어오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급포털을 보면 올 2분기 기준 금융권의 퇴직연금 판매 잔액은 394조2832억원이다. 전 분기 대비 8조원,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8조원가량 늘었다.
이중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207조1945억원이다. 퇴직연금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 데다 지난해보다 약 28조원 커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퇴직연금이 노후자금 준비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보수적 운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얻었다.
정부는 노후의 안정적 수급권 보장을 위해 주식형 펀드 같은 위험자산 투자를 DC계좌 또는 개인형퇴직연금(IRP)계좌에서의 적립금 중 70%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그간 예·적금을 비롯해 원리금보장형 상품 등이 퇴직연금 안전자산 운용 대상으로 활용돼온 배경이다.
적립금액은 은행이 1위를 가져갔지만, 증권사는수익률로 승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7.11%로 은행권(4.87%)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시중은행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라 퇴직연금 상품 심의가 까다로운 반면 증권사들의 경우 투자 상품 매매가 유리하고 ETF, 채권, 펀드, 예금, ELB 등 공격적이고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어 수익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이 오는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금리 인하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주식을 중심으로 한 실적 배당형 상품 운용에 익숙한 증권사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기도 하다.
현물이전 제도가 도입되면 퇴직연금 가입자는 보유 중인 계좌를 해지해 현금화하지 않고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사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증권사들은 이를 은행권 고객을 끌어올 기회로 보고 고객 유치를 위해 준비 하고 있다.
KB증권은 퇴직연금 시스템 개발을 위한 TF를 운영 중이며, NH투자증권은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통합연금자산·연금준비진단 등 모바일 솔루션 구축 ▲퇴직연금 고객관리 체계 정비 등을 진행 중이다.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등도 시스템과 전산 개발 단계에 들어갔다.
키움증권은 새롭게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부터 퇴직연금 사업 추진 TF를 꾸려 내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시중은행은 자사의 퇴직연금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TF를 신설했고 퇴직연금 관련 앱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연내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 수를 기존 대비 2배 늘릴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현물이전 관련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9월에 종합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의 상품 수를 늘릴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은행이 다소 불리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은행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은행들도 안정성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강화한 상품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점에서 실제로 머니무브가 일어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의 다양성과 수익률 측면에서 증권사가 유리한 점이 있어 증권사로 상품을 옮기려는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해당 제도 도입에 발맞춰 상품 경쟁력 및 라인업 확대, 특화된 서비스 출시, 다양한 마케팅 전략 강화 등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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