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네 켈리프(25·알제리)가 성별 적격성 검사에서 불합격했다는 이유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격 처리된 지 1년 만에 올림픽 여자 복싱 금메달을 따냈다.
켈리프는 10일(한국시간) 파리 올림픽 복싱 종목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만장일치 판정으로 중국 세계 챔피언 양류를 누르고 웰터급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날 알제리 국기를 흔드는 지지자들의 응원 속에서 경기를 압도했다.
특히 그는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춤을 추는 등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켈리프와 양류는 서로 포옹하기도 했다.
켈리프는 BBC에 "저의 꿈을 이뤄 정말 행복다"며 "환상적이고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8년간 잠도 제대로 못자며 노력해왔습니다. 알제리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고, 제 성과에 매우 만족합니다. 저는 강한 여성입니다.”
경기 결과가 확정되자 양류는 상대의 팔을 들어올리며 승리를 축하했다. 이는 켈리프가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와 개막전을 치른 후의 장면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켈리프는 코치의 어깨 위에 올라타 환호하는 경기장을 돌아다녔다.
켈리프처럼 지난해 출전이 금지됐던 두 번째 복서 린 위팅이 이날 결승전에 나설 예정이지만, 켈리프의 올림픽은 최근 기억에 남는 가장 특별하고 논란이 많은 순간으로, 금메달 획득으로 마무리됐다.
켈리프는 다른 메달리스트 세 명에게 박수를 받았고, 알제리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카리니는 46초 만에 켈리프와의 첫 경기에서 포기하며 자신의 생명을 보존해야 했다고 말했다.
켈리프는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이번에 만장일치 판정 승리를 거두며 정상에 오르게 됐다. 양류와의 경기는 예상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에도 켈리프의 확실한 승리로 이어졌다.
양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켈리프와 맞붙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켈리프가 국제복싱연맹(IBA)으로부터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IBA는 "켈리프와 대만의 복서 린 위팅이 IBA 규정에서 정한 여성 대회 참가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두 선수의 경쟁을 허용했고, "켈리프와 린 위팅이 여성으로 태어나 자랐다"고 주장하며 IBA를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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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부 상대 선수와 코칭 팀은 이들의 참가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카리니는 켈리프와의 경기 직후 “정당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후 자신의 대응 방식에 대해 사과했다. 그의 코치는 “사람들이 카리니에게 남성 선수와 경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헝가리 선수인 안나 루카 하모리는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고, 헝가리 복싱 협회는 켈리프의 포함에 항의했다. 경기 후 하모리는 켈리프에게 행운을 빌었다.
준결승 상대였던 잔자엠 수완나펭과 태국 복서팀은 이 논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수완나펭과은 경기 후 "그녀는 여성이지만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한편, 린의 상대 선수 두 명은 패배 후 링 위에서 'X' 제스처를 취하며 여성 염색체를 표시했다.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는 "안돼, 안돼"라며 'X' 표시를 했다.
경기 전 불가리아 선수는 "이번 상황이 복싱에 좋지 않다"고 말했고, 불가리아 복싱 연맹은 린과 켈리프가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린이 에스라 일디즈 카라만을 상대로 준결승에서 승리한 후, 튀르키예 선수도 링 중앙에서 'X' 표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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