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게임 업계가 2분기 들어 IP(지식재산권) 흥행에 따라 엇갈린 성적표를 거뒀다. 희비가 갈린 기업들은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거나 하반기 반등을 위해 잇단 신작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채용문을 여는 게임사들이 나타나는 이유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잇달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른바 ‘3N’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중에서 넥슨·넷마블은 호실적으로 기대를 모으는 반면 엔씨소프트는 부진이 예상되는 분위기다. 실적은 IP에서 갈렸다는 평가다.
◇“또다시 역대 최대” vs “적자 겨우 모면”···IP에 실적 엇갈렸다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기업은 단연 ‘넥슨’이다. 넥슨은 2분기 매출·영업이익으로 각각 1225억엔(약 1조762억원)·452억엔(3974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6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적 견인 요소로는 ‘탄탄한 IP’가 지목된다. 지난 5월 중국에 선보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출시 한 달여 만에 약 2억7000만 달러(약 3700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6월 25일 기준 게임 누적 매출은 약 4억5000만 달러(약 6253억원)이다.
‘넷마블’도 분기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한 7821억원으로 분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1112억원으로 영업손실 372억원이 발생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무려 2905.4% 상승한 수치다.
넷마블 또한 IP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분기 들어 차례로 선보인 ‘아스달 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 ‘레이븐2’ 등이 견조한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웹툰,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랑받아 온 I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적자를 겨우 면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영업이익이 각각 7%·66% 감소한 3689억원·88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가 12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 왔다. 그러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대비 영업비용이 줄면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엔씨소프트의 적자 전환이 전망됐던 배경에도 IP가 있다.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의 매출액이 크게 하락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리니지 IP는 엔씨소프트의 주력 라인업으로 꼽히지만 잇단 경쟁작 출시로 이용자가 이탈하면서 매출이 하락세를 탔다는 분석이다.
◇타개책도 견인책도 ‘신작’···하반기 줄줄이 나온다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은 잇단 신작 출시를 예고했다. 업계는 하반기 신작의 흥행 여부가 올해 전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달 28일 스위칭 RPG 신작 ‘호연’을 출시하고 9월에는 글로벌 게임사 아마존게임즈와 TL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호실적을 거둔 게임사들도 신작을 줄줄이 내놓는다. ‘넥슨’은 ‘마비노기’ IP를 활용한 ‘마비노기 모바일’과 ‘던전앤파이터’ IP 기반의 하드코어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 ‘더 파이널스’ 개발사 엠바크스튜디오가 준비 중인 ‘아크 레이더스’ 등을 하반기에 선보인다.
‘넷마블’ 또한 하반기에 신작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 ‘RG 온라인 넥스트’, ‘데미스 리본’,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등으로 상반기 흥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는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이을 ‘방치형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인건비 비중 늘어난 게임 업계···실적 따라 채용문도 열리고 닫히고
한국신용평가의 집계 결과 국내 주요 게임사 10곳의 지난해 합산 인건비는 2019년 대비 7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합산 매출액이 39.9% 늘어난 데 비해 인건비의 상승곡선은 가파르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도 23.5%에서 29.9%로 확대됐다.
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기업들은 게임 제작 등 분야에서 신작 출시를 대비한 인재 영입에 나섰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분석 결과 지난해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9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10.9% 줄어들었다. 이는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축소다.
먼저 ‘넥슨’은 ‘넥슨네트웍스’에서 하반기 채용 연계형 인턴 공개채용을 진행한다. 이번 채용은 나이·학점·전공·경력 등 제한 없이 게임서비스 직군에서 이뤄진다. 해당 기업은 넥슨이 개발·퍼블리싱하는 모든 게임의 운영·품질관리를 담당하는 서비스 전문 자회사다.
‘넷마블’은 보수적으로 인력 채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인건비를 축소했다”면서도 “올해는 작년만큼의 인원 감축은 예정돼 있지 않으나 제한적 신규 채용으로 인건비 증가를 억제할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엔씨소프트’는 구조조정 기조를 이어간다. 연말까지 본사 인력을 4000명대 중반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전체 직원은 지난해 말 5023명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4947명까지 줄었다. 연초 들어 본사 임원의 약 20%를 감축했다. 5월부터는 권고사직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유영빈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최근 신작 출시 부담이 커지고 있어 단기간 내 인건비 수준을 낮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온라인 플랫폼 성장과 AI·클라우드 서비스 발달, 디지털 전환 수요로 국내외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고 인건비 수준이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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