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은 왜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아닐까?’
휴가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해수욕장, 그러나 휠체어 이용자들에겐 여전히 문턱이 높다.
표선고등학교의 인권 동아리 '이끼' 부원인 엄주현, 최지슬, 이예림 양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해수욕장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동시설인 거잖아요. 그런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교통약자라는 이유로 못 간다는 것 자체가 가슴 아픈 일이었어요.”
꾸준히 이동권 활동을 하며 제주의 유명 관광지인 표선 해수욕장 환경을 살폈다는 학생들은 교통약자들이 바다를 더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중점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장애인 화장실인데 당연히 장애인이 갈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도 턱이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고, 또 바퀴 휠체어를 타고 가면 '이런 게 생각보다 더 위험하구나'를 느껴요.”
교통약자 주차장 구역부터 시작해 가파른 경사로와 턱을 없애는 활동을 위주로 계획하던 학생들은 모래사장에서 이동이 가능한 휠체어를 발견했다.
"그 휠체어를 처음 봤을 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학생들은 예산을 지원받아 물속에서 뜰 수 있는 수중 휠체어 두 대와 모래사장에 깔 수 있는 휠체어용 매트도 구입했다.
그렇게 표선 해수욕장은 제주도의 첫 무장애 해수욕장으로 재탄생했다.
표선면에 거주하는 송윤호 씨는 이 학생들의 도움으로 어릴 적 자주 놀고 헤엄도 치곤 했던 바다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손을 저으면서 직접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게 아주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이제는 더 많은 무장애 해수욕장을 위해 제주도의 조례를 바꾸고자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은 '어른'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저희가 직접 해보니깐 더 알겠는 거예요. 저희보다 더 영향력 있으신 어른들이 해낼 수 있었던 일인데, 그럼 더 빨리 실행이 됐을 수 있는데 왜 안 하셨을까. 저희가 피땀 눈물 흘려가며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저희 사례 참고하셔서 많이들 해주세요."
"우리도 했는데 어른분들이 뭘 못하시겠어요!”
기획·취재: 이선욱
영상: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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