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을 당했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선생님을 찾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징역 13년이 확정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28)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4일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 B(50) 씨를 미리 준비해 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교과연구실, 계단 등에서 무차별 공격당한 B 씨는 도주 후 즉시 응급실에 이송돼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다. B 씨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폐, 오른손 등 신체 기능이 크게 손상돼 지속적인 치료와 재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11년~2013년 대전 지역 다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절 물리 과목 담당이었던 B 씨가 자신을 괴롭혔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2021년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이듬해엔 "고교 시절 교사들이 뺨을 때리거나 단체로 집에 찾아와 누나를 성추행했다"는 주장을 펼쳐 담당 의사로부터 조현병을 진단받았다. 주변 지인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시키려 했으나 A 씨는 복수를 결심했다.
범행 전 그는 교육청 홈페이지 '스승찾기' 서비스와 교직원 명단 검색 등의 방법으로 소재지를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23년 7월 한차례 흉기를 소지하고 학교를 찾았으나 B 씨가 부재해 돌아갔고, 다음 달 다시 학교를 찾아 범행을 저질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피해망상에 빠져 위험한 물건을 미리 준비하고 근무하던 학교까지 찾아가 여러 차례 식칼로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며 “범행 결과가 미수에 그쳤다고 해도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어 “학교에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을 뻔했고 범행을 접한 이들에게도 상당한 사회적 불안감을 줬다”며 “수사기관에서 피해망상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후회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 또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치료를 받으면서 범행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고, 살인 고의를 지녔던 것은 맞지만 미수에 그쳤다는 점을 참작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비난 동기 살인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 보통 동기 살인 유형에 해당한다고 보이지만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살인미수죄의 양형 기준은 살인기수죄 권고 형량범의 1/3에서 2/3로 감경해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필 항소이유서 및 반성문을 통해 ‘약물 치료를 받고 있고 사실 피해자는 따뜻하게 대해줬던 분이다.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고 진술했다”며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이 징역 13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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