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며 식사하는 것은 정말 해로운 행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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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며 식사하는 것은 정말 해로운 행동일까?

BBC News 코리아 2024-08-04 10:12: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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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즉석 식품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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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면서 밥을 먹는 식습관은 건강에 해롭다는 통념이 있다

요즘에는 볼만한 쇼 프로그램이나 영화가 너무 많다보니, 식사를 할 때도 TV를 켜고 싶은 유혹이 든다. TV를 보며 식사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을까?

TV를 보며 밥을 먹는 "TV 저녁 식사"는 보통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TV 저녁 식사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소금과 첨가물이 가득 든 가공식품을 먹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가장 좋아하는 TV 시리즈를 보면서, 다른 음식을 먹는다면? 채소와 통곡물이 풍부한 식단을 먹는 건 건강한 식습관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런 식단을 TV를 보면서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좋은 식단이라도 TV를 보면서 먹으면 좋은 선택을 망치게 할까?

연구자료를 보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 연구에선 TV를 시청하면서 음식을 먹는 것은 그 음식이 무엇이든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주의가 산만해지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식사 때의 주변 환경이 영양분 섭취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과학계에서 꽤 자주 제기되어 온 주장이다. 예를 들어 많은 연구들이 TV 시청과 비만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주 원인으로 운동량 감소가 거론된다)을 주장한다.

식사중 TV 시청은 식사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과학을 가르치는 교수 모니크 알블라스는 TV를 시청하면서 식사할 때 더 많이 먹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주의 산만’을 들었다.

우리가 보통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몰입하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러면 포만감을 알리는 신체의 신호를 인지하지 못해 과식을 하게 될 수 있다. 또 TV를 보면서 음식을 먹으면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 못하고 섭취량도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해 더 많이 먹게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한 남성이 식사를 하며 TV를 보고 있다
Getty Images
과학계에선 식사 때의 주변 환경이 영양분 섭취에 영향을 미치고, 식사중 TV 시청은 강력한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알블라스는 TV를 보면서 식사를 할 때 식사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했다.

이 연구는 네덜란드 사회연구소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했다. 사람들에게 일주일간 식사와 TV 시청은 물론, 심지어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했는지까지 일기에 적게 한 자료다.

알블라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TV를 보면서 식사할 때는 식사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아울러 TV를 시청하면서 식사한 날은 TV를 시청하지 않고 식사한 날에 비해 총 식사 시간도 더 길었다. 알블라스는 집중력이 떨어져 자신이 얼마나 많이 먹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선 사람들이 더 많이 먹었는지나 정확히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 기록된 데이터가 식사 시간뿐이기 때문이다. 이 마저도 참가자들이 TV 프로그램에 매료돼 자신의 식사 시간을 잘못 계산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알블라스는 식사 시간과 칼로리 섭취량은 상관관계를 찾아낸 다른 연구도 있다고 했다.

"음식을 같은 방식으로 맛보지 않으면 만족감이 덜할 수 있고, 이후에 더 빨리 간식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 - 플로어 반 미어

"주위가 산만한 상태에서 식사를 하면 음식 섭취량이 증가한다는 실험실 연구가 있습니다. 이런 모든 자료를 종합하면 TV를 보면서 식사할 때 일어나는 집중력 저하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TV를 보면서 식사할 때는 음식에만 집중할 때보다 음식 맛을 덜 느껴서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된다는 설명도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연구원 온 플로어 반 미어는 사람들은 주위가 산만한 상황에선 음식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신경과학자인 반 미어는 집중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식사를 할 때 인간의 뇌 활동을 연구해왔다. 그중 한 연구에서 그는 참가자들에게 식사를 하며 짧은 숫자와 긴 숫자를 외우게 했다. 그 결과 긴 숫자를 외워야 했던 사람들은 음식의 단맛을 덜 느꼈다고 답했다.

반 미어는 식사 중에 다른 요인으로 주의가 산만해지면, 맛 인식과 관련된 뇌 부위 활동도 줄어든다고 했다.

TV 쇼를 보며 간식을 먹는 사람들 앞에 감자칩이 놓여져 있다
Alamy
TV 쇼를 보면서 주의가 산만해진 상태로 식사를 하면 적정량보다 더 많이 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음식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하면 포만감이 낮아집니다. 그래서 식사를 하고 나서 더 이른 시간에 간식을 찾을 수 있죠.”

(반 미어에 따르면, 이런 효과를 역이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겐 TV가 채소를 먹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반 미어에 따르면, 인간은 항상 ‘쾌락적 목표’를 실현하려 한다는 이론이 있다. 특정 시간이나 활동마다 저마다의 쾌락 기대치가 있는데,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 쾌락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TV 프로그램이 기대만큼 재미를 주지 못하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될 수 있다.

감정 상태도 음식 섭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슬픈 프로그램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프로그램을 볼 때 초콜릿이나 버터 팝콘과 같은 ‘쾌락적’ 음식을 덜 찾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TV를 시청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먹나?

학계에선 사람들이 음식 광고를 보면 보통 더 많이 먹는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식품 광고와 초가공식품(UFP) 섭취 사이의 연관성이다. 초가공식품은 심장병 등 여러 질병은 물론, 비만과도 관련이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에서 영양학과 건강역학을 연구해는 페르난다 라우버는 "아이들은 음식 광고에 잠깐만 노출돼도 광고에 나온 식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복적으로 광고에 노출되면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진다는 연구 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선 어린이들이 TV를 시청하며 음식을 먹을 때는 최소가공식품보다 초가공식품을 먹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초가공 식품이 TV를 보면서 먹기에는 더 편리하다는 인식을 꼽았다. 초가공 식품 광고에 더 많이 노출된 것도 이 현상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비만 어린이는 음식 광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가족이 함께 모여서 먹는 식단은 과일과 채소가 더 많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라우버의 연구에선 아이들이 가족과 TV를 보면서 식사를 했을 때는 초가공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우버는 "TV를 보면서 식사를 하면 다른 연구에서 포착된 가족 식사의 이점이 상쇄된다"고 말했다. "음식을 먹는 환경과 식사의 관계가 대단히 복잡하다는 뜻이죠. 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추가 연구의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집중력 분산의 또 다른 측면

TV 시청과 식사 사이의 관계는 집중력 분산이 가져오는 결과만 따져도 매우 복잡하다. 주의가 산만해지면 식사량이 줄거나 아예 먹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반 미어는 네덜란드의 한 초등학교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전체 시간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수업을 받으면서 점심을 먹게 했다.

어린아이가 허공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어린이는 더 편리하다는 인식 때문에 TV를 시청하는 동안 초가공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만 점심 식사와 함께 진행되는 교육은 좀 더 수동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교육용 비디오를 틀어주는 형태였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거의 먹지 않은 도시락을 방과 후 집으로 가져갔다. 이러한 결과는 주위가 산만해져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양상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포착됐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에피소드를 2편씩 시청했다. 다만 한 집단은 같은 에피소드를 두 번 시청했고 다른 집단은 두 개의 다른 에피소드를 시청했다. 그리고 두 번째 에피소드를 시청하는 동안 참가자들에게 서로 다른 간식을 제공했다.

그 결과 같은 에피소드를 두 번 시청한 집단이 2편 모두 다른 에피소드를 시청한 집단에 비해 211칼로리를 더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맥쿼리 대학 심리과학 교수인 딕 스티븐슨은 같은 에피소드를 두 번 시청한 집단이 집중력 저하가 적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흥미로운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식사를 한다면 눈앞에 있는 음식 먹는 것을 잊을 수 있다. 반대로 TV 프로그램이 지루하다면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또 다른 소규모 연구에선 참가자들을 미술에 관한 "지루한" TV 강의 시청, "흥미로운" TV 시리즈 시청, TV 시청 없음 등의 조건에 따라 나누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저칼로리(포도) 간식과 고칼로리(초콜릿) 간식을 제공했다. 연구 결과, 지루한 미술 강의를 보는 집단은 TV를 전혀 시청하지 않은 집단보다 전반적으로 더 많이 먹었다. 반면 흥미진진한 TV 프로그램을 본 집단은 덜 먹었다. 지루함을 많이 느낄 수록 음식을 더 많이 먹은 것이다. 또한 흥미롭게도 남아 있는 초콜릿의 양은 세 집단 모두 거의 동일했던 반면, 포도는 집단 별로 차이가 컸다.

TV를 보며 식사하는 것을 피해야 할까?

TV를 보면서 식사할 때 더 많이 먹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몇 가지 이론이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연구는 사실 몇 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다.

라우버는 연구자들은 사람들의 음식 섭취 일기와 TV 시청 행동 추적을 많이 활용하는데, 참가자들이 건강에 해로운 음식 섭취에 대해선 축소 보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알블라스가 활용했던 데이터에선 참가자들이 일상의 모든 활동을 기록하면서 식사나 TV 시청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다양한 간식을 먹고 있는 모습
Alamy
지루한 TV 프로그램을 볼 때는 재미있는 것을 시청할 때보다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될 수도 있다

실험실 환경에서 연구를 할 때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 TV 는 보통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수단이다. 때문에 이 환경을 실험실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라우버는 "직접 관찰 방법은 참가자가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평소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블라스는 식습관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선 실제 환경에서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TV가 음식 섭취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양상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규명되지 않은 것들과 보다 세밀한 이해가 필요한 것들이 여전히 많아요."

스티븐슨은 TV가 음식 섭취에 미치는 영향은 시청하는 콘텐츠의 유형 등 여러 요인에 좌우된다고 했다. 예컨대 화면 속 캐릭터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다. 프로그램의 속도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액션 영화는 인터뷰 프로그램보다 음식을 더 많이 먹도록 유도한다.

물론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나 충동적으로 음식을 먹는지도 변수다.

게다가 주의 산만 및 집중력 분산도 단순하지 않은 개념이다. TV를 시청하는 것은 식사 중에 하는 다른 활동에 비해 집중력을 덜 떨어뜨린다. 때문에 과식을 유도할 가능성이 적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선 독서나 비디오 게임, 친구와 식사 등 다른 활동을 할 때보다 TV를 시청할 때 더 많이 먹는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학계에선 우리의 식습관이 너무 복잡한 나머지, 모든 것을 규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TV 저녁 식사'는 고지방 고염분 간편식보다 우리의 영양 섭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보다 건강한 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았다면, 리모컨으로 손을 뻗기 전에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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